명랑소녀 상경기
배우 정은지
“니는 내한테 남편이고, 친구고, 딸인데 니가 가뿌면 우짜노?” 사랑하는 엄마를 두고 떠나와 선택한 꿈이다. 그만큼 하고 싶었던 일이니 더 힘을 낸다. 빈틈없는 스케줄로 1시간 밖에 못 자도, 저녁시간까지 인터뷰가 이어져도 피곤한 기색 하나 없다. 그녀가 이번에 빠진 대상은 뮤지컬. 덩달아 궁금한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리걸리 블론드>에서 ‘인형처럼’이라는 넘버가 가장 와 닿는다며 그 자리에서 직접 노래까지 불러준다. 언젠가는 내 이야기를 노래로 부르겠다는 이 생기발랄한 처자. 결코 인형은 될 수 없는 엘 우즈처럼, 정은지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막 써내려가는 참이다.
editor_권혜은 photographer_김윤희
TV드라마 <응답하라 1997>로 여주인공 성시원을 잊을 수 없게 만든 정은지. 그녀는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에 도전하는 동시에, 노희경 작가의 신작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캐스팅되어 하루하루가 짧은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응답하라 1997>처럼 이번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 역시 뜻밖의 길이었다.
“저 또한 예상하지 못했어요. 뮤지컬 제안 받았을 당시 호기심이 생겼지만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컸어요. 왜냐하면 뮤지컬과 <응답하라 1997>은 출발점부터가 다르니까요. 그때는 자신 있는 사투리가 있었잖아요. 원어민이니까.(웃음) 그런데 뮤지컬은 무대 위에서 NG없이 끝까지 연기해야하니 겁이 날 수밖에요. 가수로 익숙하게 서는 무대에서도 한 번씩은 실수하는 법이니까요.”
예쁜 척도 해야 하고, 곤봉도 돌려야 하고, 법공부도 해야 하는 엘 우즈. 몹시 바쁜 <리걸리 블론드>의 주인공을 맡은 데다, 당장 11월 17일 데뷔 무대가 이번 시즌의 첫 공연인 상황. 충분히 부담스러울 만했다. 하지만 똑 부러지는 성시원 못지않은 정은지는 뮤지컬을 즐기는 과정 중에 있었다.
“뛰어들기 전에 의외로 잔걱정이 많아요. 욕심이 많아서 일단 맡은 일을 잘해내고 싶거든요. 스케줄 때문에 아직 많이 참여하진 못했지만 배우들과 노래로 대화를 나누며 호흡을 맞추는 게 정말 매력적이에요. 특히나 얘기하듯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요. 힘들 때 제 상황과 비슷한 곡을 찾아 부르다가‘노래 부르는 사람’을 꿈꾸게 됐거든요. 요즘은 하루하루 뮤지컬만의 맛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꿈꾼 정은지에게는 가수도, 뮤지컬 배우도 꿈의 연장선상. 하지만 우려하는 시선에 위축됐던 것도 사실이었다. 아이돌 가수의 첫 뮤지컬 도전인 만큼 혹시나 현장 분위기를 해칠까 긴장도 많이 했다.
“오히려 덕분에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어서 기쁘다며 환영해주시는 거예요.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뭉클해졌어요. 특히 정영주 선배님은 정말 화통하세요. 뮤지컬 계보는 몰라도 처음 뵀을 때 풍기는 아우라가 대선배님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웃음) 연습 때는 선배님께 고민상담도 해요. 요즘은 사투리가 제일 큰 고민이거든요. 그런데 위로 뿐 아니라 엘 우즈 족집게 과외를 해주셨어요. 처음 <응답하라 1997>에서 성동일 선배님께 반했을 때처럼, 지금 정영주 선배님께 반해있는 상태입니다.”
슬쩍 언급한 사투리는 모두의 관심사다. 캐스팅 공개 전까지만 해도 사투리 없는 정은지를 상상하지 못 했으니까. 정은지의 변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엘 우즈는 시원이랑 정 반대예요. LA에 사는 금발 미녀가 갑자기 사투리를 쓸 수는 없잖아요. 평소에도 꼬박꼬박 표준어를 써요. 그래야 무대에서도 자연스러울 테니까요. 일단 몸에 익히는 게 급선무라 좀 과격하지만 ‘너 입에 도란스 달았나?’하는 성시원의 대사처럼 자유자재로 변하도록 만들려고요. 살짝 표준어 강박증에 걸려있어요.(웃음)”
정은지의 말대로 털털해서 귀여운 성시원과 새침데기인데 미워할 수 없는 엘 우즈는 정반대의 캐릭터. ‘도란스’로 변환 중에 있는 것은 사투리만은 아니었다. 평소 편한 걸 좋아하는 탓에 배기바지나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었지만 요즘은 애교 섞인 목소리에 꼿꼿한 자세, 아찔한 하이힐은 필수장착 아이템이 되었다. 걸그룹 에이핑크로 데뷔한 2년차 가수인지라 힐을 신고 격렬한 안무를 소화하는 건 익숙하다. 하지만 에이핑크의 메인보컬로 팀에 막 합류하게 되었을 때만 해도 이렇게 연기에 매진하게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연기 연습 한 번 해본 적 없던 정은지. 연이은 활동이 평균나이 19세의 섬세한 소녀들 사이에선 미묘한 감정이 생길 법했다.
“사투리 문제로 연기는 못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하루는 회사로 시놉시스가 왔어요. 배경이 부산인데 H.O.T를 광적으로 사랑하는 여고생이 주인공이었죠. 행운처럼 성시원을 만났어요. 처음에는 멤버들이 마음 상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했어요.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는 민감한 부분이라. 그때 동생들이 따로 문자를 보내왔어요. 에이핑크를 알려줘서 고맙다고. 그 문자를 받고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에이핑크에는 상대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아이들이 모였다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팔불출 언니 같은 정은지에게서도 사려 깊은 마음이 묻어나왔다. 1993년생. 올해로 스무 살이지만 99학번 성시원과 20대 중후반 엘 우즈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어른스럽다. 외모는 막내 같지만, 사실 8살 터울 지는 남동생을 업어 키운 맏딸이다.
“동생을 업고 나가면 동네 할머니들이 “아가 아를 업고 다닌다” 그러셨어요. 제가 잘해야 동생이 본받는다는 생각이 있어서인지 조숙한 편이었던 거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저 때문에 불편한 건 정말 싫거든요. 그래도 스스로가 아직 철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연출님께서 정은지는 이미 철이 들었지만 엘 우즈는 철들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돌이켜보니 애늙은이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네요.(웃음)”
철부지 보다는 여든 살 할머니의 깊은 속이 좋다는 정은지. 이제 막 ‘정은지 제 1장’을 마친 그녀의 다음 목표는 역시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다.
“첫 무대를 무사히 마치고 기분 좋게 커튼콜을 즐기는 게 당장의 목표에요. 7명이서 나누어졌던 책임을 혼자 감당하려니 데뷔무대보다 더 떨려요. 하지만 나중에는 그때 괜한 걱정을 했다고 웃으며 인터뷰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꿈도 많고 즐길 줄도 안다. 하지만 그보다도 걱정할 줄 아는 마음이 더 예쁘다. ‘미완’을 고민하는 한 성장판은 영원히 열려있을테니까. 정은지의 명랑한 고민이 쭉 계속되길 바라면서, 다음 인터뷰 때는 씬플레이빌 표지에서도 만나자는 바람을 비췄다. 그러자 호탕하게 웃던 그녀가 독자들에게 설레는 안부인사를 남겼다.
“씬플레이빌 표지는 정은지 제 3장 즈음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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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이거 올린다는게 까먹고 있었음
전 12월 9일!!
근데 12월 9일에 공카 단체석 때매 팬들 많이 올텐데 급식들때매 시끄럽거나 먼 트러블 안났으면 좋겠음
살짝 걱정되긴하지만 즐기면 되는 겁니다~
힘내! 은지야ㅠ!!
출저 : 링크
아무튼 기존 엘우즈의 느낌보다는 금발의 도시 시원이? 느낌이 좀 풍겼지만 그래서 레어한거같아요.
올해는 힘들고 내년에 여유되면 또 보고 싶네요. 막공때를 노리고 있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