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여자친구와 결혼을 이야기하는 요즘입니다.
정확히는 두달 조금 넘게 만났는데 한달만에 이사람은 정말 놓치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여자친구도 저에게 적극적으로 감정표현을 하면서 이번달말과 다음달 초에 양쪽집에 인사를 드리러 갈 계획입니다.
예전에는 3개월만에 결혼에 골인하는 몇몇 지인들을 보며 '와 저렇게 빨리도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만 맞으면 가능하다'라는 생각이 주를 이루고 있네요.
7년간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하며 여자들은 참 많은걸 따지고 원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했었습니다.
실제로 이전에 4년간 연애를 했던 여자친구는 모든 절차와 형식을 맞추지 않으면 결혼을 안된다고 못박아 이야기 했었고, 전세라도 아파트가 아니면 안된다 등 많은 조건을 걸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마음에 들어 결혼을 하고싶어도 뭔가 주눅이 들던 때가 있었죠. (그 외 여자친구 쪽 가정사와 금전적인 조건들에서 너무 큰 정신적 스트레스를...)
우리는 30살 동갑내기로 소개팅으로 만났습니다.
성격도 취미도 비슷해서 빨리 가까워지고, 금방 속에 있는 이야기도 털어놓을 수 있게 되었네요.
전 12평짜리 전세를 살고 있습니다.
다른 30살 남자들이 서울에서 어떻게 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름 4년간 일해서 모은 돈과 부모님의 도움을 조금 빌려 마련한 공간입니다. 한번은 여자친구가 처음 놀러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 결혼하면 어디서 살고 싶으세요?' 라고 물어보니 여자친구는 지금 이 집도 신혼집으로 전혀 무리가 없다고 합니다.
전 솔직히 제 귀를 의심했었죠... 이 조그만 집이 괜찮다니...
저만 있으면 어디에서 살던 무슨 상관이냐며 자기는 옷도 없어서 짐이 없으니 이곳에서 둘이 벌어가면 되지 않느냐고 합니다. 실제로 여자친구는 명품의 명자도 모르거니와 굽도 부러지면 다시 고쳐신고 5년도 더 된 자켓을 깨끗하게 관리해서 입을정도로 검소한 사람입니다. 데이트비용은 무조건 더치고 제가 오히려 레스토랑에 가서 근사하게 한끼 하자고 하면 아딸에서 세트메뉴 사먹자고 하는 사람입니다.
거기에 덫붙여서 여자친구는 결혼도 크게 할 필요 없다며, 가족들만 모시고 정말 의미있는 우리를 위한 결혼을 하자고 하네요. 자긴 면사포가 아니라 토끼풀로 왕관을 해줘도 상관이 없다면서 필요한곳에 쓰고 나머지는 우리생활과 부모님께 드리면 좋을것 같다고 합니다.
결혼하면서 만약 집을 구하게 되면 자신이 모은 돈이 이만큼인데 혼수는 천천히 채우기로하고 전액을 저와 함께 모아서 해결하자고 먼저 이야기도 해주구요.
하나부터 열까지 지금까지 경험했던 사람들과 전혀 다른 여자친구의 마음씀씀이에 놓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전에는 제가 장염과 급체가 동시에 왔을때 집은 안양이고 직장은 서울역인 사람이 구의동인 저희집까지 왕복하며 몇일을 간병해주던 기억도 납니다.
보면 볼수록 알차고 마음씨 착한 이 사람을 놓치면 인생에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이번달 여자친구쪽 부모님을 찾아뵙고 그 다음주 여행 때 프로포즈를 하려고 합니다.
4년간 연애를 할 땐 연애 하다보면 결혼은 자연스럽게 하게 되겠지... 이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제가 결정하는 순간도 정해지는 구나 하는걸 느끼게 되네요.
인생은 타이밍과 운이라고 하는데 전 참 운이 좋은가봅니다.
루리웹 가족 여러분들도 좋은 사람과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 저번에 여자친구 사진만 달랑 올려서 함께 찍은 사진도 같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