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상당히 오래된 얘기입니다.
언리얼 토너먼트를 시작한 게 2000년 1월 20일(잊을 수가 없음..)
그로부터 약 8년 간 열심히 했는데
언토 생활은 대략 세 개의 시기로 나눠집니다.
극초반 유럽 서버에서 놀던 시기
중반 미국쪽 서버로 넘어와 여러 사람을 만나기 시작한 시기
그리고 후반 미국의 이 클랜 저 클랜 옮겨다니며 더 많은 사람을 만나던 시기
중반에 속하는 사람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플레이어가
두 명 있는데 한 명은 일본 여자였고 다른 한 명은 독일 남자였습니다.
셋이 참 열심히 쏘고 놀았는데(...라고 말해도 둘은 수준급 플레이어였고, 누구는 깍두기..)
어느 날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기 시작하길래 넌지시 물어봤더니
그렇다고 하더군요. 둘이 곧 결혼한다는 것이었죠.
(서로 다른 세 가지 자국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영어로..;; )
언토를 하기 전 언리얼 1편 멀티에서 눈(? 마음?)이 맞아서 언토 시절까지
게임과 메신저로 사랑을 속삭이다 결혼을 하기로 마음 먹은거죠.
결혼 뒤에도 가끔 메신저로 이러저러 얘기를 주고받곤 했는데
살다 보니 ..그리고 게임에서 만날 기회가 줄어들다 보니 결국 못 만나게 되더군요.
그렇게, 대략 12년이 흘렀습니다.
당연히 가끔 기억하곤 했습니다. 함께 했던 시간도 즐거웠지만
일본인 여성 플레이어 닉네임도 독특했거든요.
Claris Light라고, 일본에서 파는 담배인데 담배를 피워본 적은 없지만 상자가 너무 예뻐
기억하고 있다가 닉 네임 입력할 때 넣었다고 하더군요. 얼마 전에도 그때 그 시절 떠올리며
'잘 살고 있겠지..' 했었죠.
근데 오늘 메신저에 뭔가 이상한 이름이 로그인했다고 뜨는 것이었습니다.
스카이프는 msn 메신저와는 달리 성과 이름 순서가 바뀐 상태로 보이기 때문에
익숙하면서도 어색한 뭔가가..
눈 앞을 지나갔습니다. 자세히 봤더니.. Light Claris ...
어?
알고 있는 순서로 바꿔 클라리스 라이트가 맞냐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그쪽도 놀라면서 맞답니다.
아이가 하나 있고 잘 살고 있다는군요.
조만간 독일어 시험도 볼 생각이랍니다(12년 간 영어로 얘기하고 살았...? 도..독일에서?).
지나간 언토 이야기, 함께 클랜을 만들려고 했던 이야기(FPS.. Frags Per Second...;;; )
남편 이야기, 기타 등등
얘기하던 중 얼마 전에 제가 생각날 일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꺼낸 단어가 '피자집'
웬 피자집이냐고 했더니
남편이랑 어딜 가던 중 눈에 들어온 피자집 이름이 'Pizza DINO' 였다는군요.
-_-;;
아무튼, 12년 만에 그렇게 만났습니다.
살아 있으면 다 만난다더니..
진짜로!!
(메신저를 절대 안 바꾸고 못 바꾸는 이유....가 이제는 더 확고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