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내일을 주십시오.
미국 출신의 여기자로서 세계사의 격동 현장에
늘 함께 했던 마가렛 하긴스.
...
전쟁터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그녀에게
남자 기자들까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녀는 대담함을 바탕으로 위험하고 중요한
많은 순간들을 사람들에게 기사로 전해
미국 최고의 언론 출판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그 상을 안겨 준 것이
바로 한국전쟁에 관한 기사였다.
그녀는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쟁터
곳곳을 누볐는데 인천상륙작전에도 직접 참가해
몇 시간 동안 해군 보병들과 함께 빗발치는
폭탄과 기관총을 견뎌낸 덕분에
아주 긴장감 넘치는 기사를 쓸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영하 40도에 이르는
강추위와 폭설 속에서 연합군과 중공군이
맞붙게 된 전투를 취재하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맛보지 못한 추위와 눈앞에 놓인
죽음의 공포에 떨며 피로가 가득 쌓인 병사들이
꽁꽁 언 통조림을 먹고 있었다.
마침 그녀 옆에는 키가 무척 큰 한 병사가 지친
표정으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서 있었다.
아무런 감정도 생각도 없이 그저 순간순간을
견디고 있는 병사의 표정에 그녀는 그가 어떠한
심정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만일 제가 당신에게 무엇이든지 해 줄 수 있는
하나님이라면 당신은 제일 먼저 무엇을
요구하고 싶습니까?”
병사는 처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잠시 후 이렇게 대답했다.
“저에게 내일을 주십시오.”
죽음이 바로 곁에 있는 전쟁터 한복판에서도
삶에 대한 열정은 그렇게 끝이 없었다.
수많은 전쟁터를 겁도 없이 다니며 생생한
기사를 썼던 하긴스.
그녀는 바로 전쟁터 한가운데서 인간의
가장 솔직한 모습을 지켜보며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한 것이다.
- 좋은 생각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