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자기 머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머리로 생각하는 일이다.
끊임없이 독서를 계속하여 가면 가책없이 다른 사람의 사상이 우리들의 머리 속에 흘러 들어온다.
그러므로 조금의 틈도 없는 완결된 체계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언제나 정리된 사상을 스스로 창조해내려고 하는 사색가에게는 이보다 해로운 것이 없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의 사상은 어느 것을 보더라도 저마다 다른 정신을 모체로 하고,
다른 체계에 속하며 다른 색채를 띄고 있어서, 그 하나하나가 자연히 합류하여 참다운 사색이나 지식,
식견이나 확신에 따르게 되어있는 전체적인 조직을 이루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창세기의 바빌론을 연상시키는 말의 혼란을 우리들의 머리 속에 일으켜서,
필경은 그것을 지나치게 흡수한 정신으로부터 명찰력(明察力)을 빼앗아,
거의 불구 폐질의 상태로 몰아넣는다. 이러한 사태는 많은 학자들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들 학자가 상식이나 올바른 판단, 사리에 대한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들 학자가 상식이나 올바른 판단, 사리분별 따위에 있어서, 학식이 없는 사람들보다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학문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은 경험과 대화와 얼마되지 않는 독서로 모은 많지 않은 지식을,
언제나 자기 생각으로 지배하며 통일하고 있는 것이다.
-쇼펜하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