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까지 작업을 하고 새벽 1시 반경에 집 옆 주차장에 차를 댔다.
재떨이가 있는 그늘쪽으로 한대 태우러 가려 하는데
이상한 울음소리가 들린다. 애기 고양이 소리인가. 이 밤중에 새소리인가...
정말 맑고 연약한 소리. 생소한 음성이다. 일단
재떨이를 향하는 내 발걸음은 이어졌고
내가 걸어감에 따라 소리는 금새 아주 가까워졌다가 다시 약간 멀어졌다.
엥,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이 근처에 있다고?
쎄해서 발 밑 주변을 살펴보니 눈도 못뜬 새끼 고양이. 빨대보다 가느다란 꼬리와
손바닥보다 작은 몸집의 고양이가 울고 있었다.
혹시 주변에 어미가 있었는데 내 인기척에 사라진 걸까 싶어서
좀 멀찍이 주차했던 차에 탑승해서 고양이가 있던 쪽을 한동안 주시했다.
어미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나는 평생을 반려견주로 살아왔었고 고양이는 거의 모른다만
눌러붙은 변과 온 몸에 꼬여 있는 개미를 보고
어미 없이 오랫동안 방치 된 거 정도는 알겠더라.
나도 무지한게...어미가 있었으면 사방이 트여 있는 이 길바닥에 새끼를 두고 사라지진 않았겠지.
눈도 못 뜬 이 새끼가 은신처에서 여기까지 기어왔을리도 없고.
어떤 이유로 이동중에 새끼를 포기했거나, 사고를 당한듯 하다.
다급하게 고양이를 들었고. 개미들을 떼어냈다. 집에 전화해 박스랑 헌 담요를 준비해
챙겨 담았고. 급한데로 누나가 미지근하게 데워서 건네준 제로 유산균 우유를
주사기에 넣어 물려보았다.
맛있게 먹는 거 같더니 이내 괴로워 하며 흡입을 멈춘다.
뭐지...
굶주렸을텐데...
나는 어설픈 솜씨로 고양이 몸을
더운 물에 적시고 짜낸 물티슈로 닦아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생식기와 항문이 비정상적으로 붓고,
구멍이 벌어져있다. 이윽고 약간의 혈변과 함께
구더기가 한 마리 나온다. 유난히 벌어져 있는 생식기 안으로는 구더기들이
기어다니는 게 보인다.
아....구더기증...어미가 제때 변만 닦아 줬더라면.
골치 아프다. 아직 대금 기일까지 시간이 남았고,
큰 경비가 한 번에 빠진 오늘 나는 살면서 가장 가난한 하루를 보내야 한다.
알량한 경험으로 알기로는 갓난 동물들이 이런 난해한 상태에 있으면
비용 부담이 꽤 높을 것이다.
집은 가족들이 자고 있기에 이 친구를 데리고 다시 사무실로 왔다. 날이 더 밝고, 오늘 약속된 대금이 들어오면...
가족들에게 이달 생활비를 보태는 비용을 양해를 구하고 병원부터 가야 할 듯 하다.
우리 집엔 13살 된 노견 코카스파니엘, 꽁지가 터줏대감으로 있고. 아주 작은 동물들은 장난감으로 인식하고 함부로
다룰려 하는 경향이 있다. 이 작은 고양이는 우리 집에선 꽁지에게 동등한 생명체로 존중받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 집은 이 친구가 자라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기에, 이 친구를 기르지 않을 것이다.
그걸 떠나서 난 애초에 고양이를 싫어한다.
작은 파충류와 새등의 소동물을 좋아하는 나는
우리 아파트 단지 주변에서 가끔 목격되는 길고양이들의 다분히 오락 목적의 사냥을 보면
혐오스럽다. 주인이 통제하지 않는 문제견만큼 싫다.
그런데
모르겠다. 일단 살리고 봐야겠다. 이 놈 때문에 날밤을 샜는데 걱정이 돼서 피곤하지가 않다.
사무실 가까운 병원들 중 몇 군데가 평이 좋다.
초진을 돌아가면서 받아보고 어디서 진료를 받을지 결정해야겠다.
자는 모습이 편해 보이지 않고, 힘들어 보인다. 제발 버텨내자. 작은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