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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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3분 철학 (0) 2020/03/31 PM 10:22

 

 

 

3분 철학

 

 

다들 마가 낀 날이 있을 거야. 내겐 그 날이 오늘이었지. . 이 시국에 뭔 놈의 사진을 찍겠다고 또 집을 나섰어. 워워. 오해는 마. 나간 곳이라 해도 인구밀도 0에 수렴하는 산복도로에서 빨빨거렸으니까. 크흠. 아무튼. 낑낑대며 구도를 잡고 있는데 아아.. 보여 버렸네!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이!

 

2리터 생수통 6병 들고 가는 어르신. 끄응. ...아잇! 그냥 도와드립니까? 말하면 될 것을, 이 한마디를 못 해서 쭈뼛쭈뼛. 그때 여신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여어, 히사시부리. 너 안 도와주면 피똥 싼다? ..허이허이! 물러나라 이 잡귀야!

 

여신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사라졌어. ..근데 이번엔 이성이 소리치네? 너가 그로고도 다 같이 잘사는 사회를 바라는 백수 맞냐? 몸이 조금이라도 괜찮은 녀석이 생수통 들어드리는 것이 사회정의 아니냐! ...끄응. 그런데! 내적갈등은 곧 해결됐어. 고민하는 동안 이미 기회가 날아가 버린 거야. ? 생수통 놓더니 양손에 침을 퇘 퇘 뱉으시더라. 어르신? 아니, 이건 좀.

 

그렇게 찜찜한 에피소드가 끝나갈 무렵, ..카메라 마이크가 작동을 안 해. 하하하...아테나님, 거 너무한 거 아니오! 벌을 내려주더라도 몸으로 때울 수 있는 걸로 줘야지, 돈 들어가는 걸 어떻게 하라고! 끼요옷! ...바로 이 순간 깨달음이 왔으니! 여러분께 이 개똥철학을 소개해 주갔어. 걱정 마. 3. 3분 철학! , , 시작!

 

여기서 생긴 문제는 내가 카메라 관리를 잘 못해서인가 아니면 아테나님의 벌인가? 합리적 이성은 관리 못한 내 잘못이지. 그러니 난 나만 신경 쓰면 된 거였고, 못 본 척 하더라도 아무 문제없었다. 나만 아니면 돼!

 

그러나 이렇게 살기엔 내 도덕성이 참질 못해. 사회가 무너지고, 가정이 무너지고, 절제할 수 없어. 차라리 이럴 거면 우주의 도움을 받아 간절히 바라면 나도 착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가 아닌, 원죄의 구속에 얽매여 난 죄인이로서이다. 항상 착한 일을 밥 먹듯 해서 천국에 가고 자자손손 이만희 만만세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아픈 경험을 통해서 성장하는 요맨. 오늘 같으면 마이크 녹음 못해, 택배비 4500원 들어, 중고로 산거라 AS여부도 불투명해, 돈 와장창. 이런 각고의 돈 깨짐 끝에 아, 나도 물건 관리를 똑바로 함과 동시에 착한 일을 해야 한다는 암묵적 압박감에서 오는 한 단계 성장한 사람으로 되는 계기가 되는 가운데, 이것이야말로 시련이 곧 성장이다, 아니, 죄악이 성장이라는 중2병 판타스틱 철학이 완성되는 거야!

 

헉헉헉...미친 놈? 닥쳐! 아직 다 안 끝났어!

 

그러한 가운데 이러한 고난과 시련을 주시는 가운데, ? ? 성장의 기회마저 박탈해 버리실까? 그분은 왜? 아니, 그 분이 아니더라도 우주적 신적 기원이! 어떤 문제? 붕가! 섹스! 민나 섹스다! 왜 난 그토록 많은 차임과 까임과 아싸와 찐따력 속에서 살았음에도 한 톨 하나 나아가지 못 하고 결국 왼손 오른손으로 비비는 태그매치로 찹찹이만 하고 있는 인생이란 말야!

 

헉헉헉. 다 했어.

 

그래서 결론은요! 섹스다운 삶, 국가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3분 스탑! 오케이!

 

...맙소사. 분위기 왜 이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거야? ...미안합니다. 오늘만큼은 욕해도 저주 안 할게. 그래, 다 던져라. 붕가방가.

 

천천히 정리하자면. ... 철학은 개뿔! 이건 오리발이야. 어르신은 도와드리지 않았다는 면피용! 불편한 마음을 해결할 방도가 없어서 망상으로나마 신의 응징을 만들어 낸 거지. 카메라 수리비 고통을 받아라! 돈 깨졌으니까 이젠 평온해. 하하하! 난 죄 값을 치렀어! ...치렀나? 아니! 그 순간 도와드리지 못 했던 사실은 변하지 않아. 죽을 때까지 후회할지도 모르지.

 

끄응. 오리발 내밀지 않겠습니다! 내가 죽일 놈이다! 돈 쓰는 일도 아닌데, 몸 쓰는 일도 외면하다니? 이런 행동력 상실 자식! (찰싹!) ...앞으로 생수병 들고 가는 어르신이 보이면 반드시 여쭙겠어. 안 무겁습니까? 주이소. 가입시다. ...왜 착한 척 하나고? 나 편하려고! 내가 생각한 세상을 만드는데 배반하지 않으려고! 사회적 가치! ? 천국가려고 하는 거 아냐.

 

아잇, 뭔 말 하다 이렇게 됐지? ...왜 여기서 떠드냐고? 에이, 이런 날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 성당도 안 가는 놈이 여기서라도 고해성사 해야 자살(찰싹!), 정신 줄 부여잡지. 그래. 아무튼. 아까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어야 했나? 3? ...알았어. 한 번 더 결론은요!

 

지루보단 조루!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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