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4. 가장 빨리 죽는 새 (25)2015.05.06 PM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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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물 좀 주시오. 헉헉.”



운차이는 그야 말로 죽기 일보 직전인 상태로 칼에게 손을 뻗었다. 칼에게 수통을 건네받은 그는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며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꽤 형편없는 모습이었지만 칼은 운차이를 보며 비웃을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바로 자신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일행은 힘든 숨을 몰아 내쉬며 말을 천천히 걷게 했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인 헬턴트의 재앙, 샌슨 퍼시발은 지치지도 않았는지 활기차게 말했다.



“저기 저 산 보이십니까? 갈색 산맥의 주봉인 닐 드루카입니다.”



“알아.”



리타가 싸늘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녀의 눈초리는 평소 이상으로 날카로웠지만, 이십년 이상 얼굴을 맞대고 살아온 친구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샌슨의 말을 들은 칼은 겨울 바다에 빠지기라도 한 것처럼 얼굴을 푸르죽죽하게 물들였다.



“설마 저길 넘겠다는 말은 아니겠지, 퍼시발 군?”



“천만에요. 우리는 중부 대로로 다니고 있는 겁니다. 산을 넘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오늘 중으로 닐 드루카 아래에 도착한 다음, 내일 그 산등성이에 있는 메드라인 고개를 넘을 겁니다.”



“흐음. 오늘 여정은 벅찰 것 같군.”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기……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수면이 보이시죠? 요정의 성이 있다는 레브네인 호수입니다. 저기까지만 달려가면 그 다음은 평탄한 길입니다. 오후 동안은 호숫가를 따라 걸어가는 편안한 여행이 될 겁니다.”



“걷는다고?”



“예.”



칼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 표정은 후치에게서도 나타났다. 하지만 네리아나 이루릴, 리타 등 일행의 여성 삼 인방은 다 납득한 표정이었다.



리타는 땀에 젖어 늘어진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말했다.



“레브네인 호수에서는 절대 뛰면 안 됩니다. 중부대로를 이용하는 여행자들에게 있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사항이지요.”



“그건 왜 그렇습니까?”



“맞아요. 평탄한 호숫가만큼 달리기 좋은 길도 없을 텐데, 어째서 걸어가야 한다는 거죠?”



그러자 후치와 같이 말을 타고 있던 네리아가 뒤에서 후치를 끌어안으며 귀에 숨을 불어넣듯이 말했다.



“저 아름다운 호수엔 요정의 성이 있다네……”



“으우웃! 그만해요! 그런데 요정의 성이요?”



“페어리퀸 다레니안의 성이 있지.”



질문은 네리아에게 했지만 대답은 다른 곳에서 들렸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상당히 싸늘했다.



후치는 그를 향하는 등골 오싹한 느낌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눈발에 당장 파묻힐 것처럼 오한이 돋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눈으로 난도질이라도 할 것처럼 날카롭게 그를 보고 있었다.



“어, 어…… 리타, 페어리퀸이요?”



“그래. 그곳을 통과할 때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허락을 구한 후에 지나가야해. 결코 소란스럽게 달려선 안 되고 무례한 행위를 해서도 안 돼. 하지만 예의만 지킨다면 중부대로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지.”



설명은 자상했지만 어조는 그렇지 않았다. 후치와 그에게 들러붙어 있던 네리아는 식은땀을 흘리며 리타를 쳐다보았다. 후치는 그녀에게 궁금한 걸 감히 물어보지 못하고 있는데, 리타가 자연스러워서 더 어색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페어리퀸의 영토기 때문에 몬스터들이 함부로 침범할 수 없어. 그녀의 영토는 우리가 생각하는 영토와 개념이 조금 달라. 요정계가 있기 때문에 영토 전체가 여왕의 뜻을 따른다고 해야 할까? 잘 설명하기 애매하지만 그곳에서 여왕의 뜻을 거슬러선 안돼.”



“거스르면 어떻게 되나요?”



“몰라.”



“응?”



“거스른 사람은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거든.”



리타의 말은 분위기와 더불어 한층 더 으스스하게 다가왔다. 후치는 뻣뻣하게 굳은 목을 간신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샌슨은 리타의 말이 끝나자 이제 알겠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따라서 저기서 속도가 느려질 걸 감안할 때, 오전 동안은 열심히 달려야 할 거야. 길시언. 그 황소는 더 달릴 수 있겠습니까?”



길시언은 고개를 숙인 채 프림 블레이드와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지쳤기 때문인지, 아니면 대화에 집중했기 때문인지 그는 샌슨의 말을 듣지 못했다. 샌슨이 다시 말했다.



“길시언. 계속 달릴 수 있겠습니까?”



“아, 샌슨. 물론이오. 오히려 그쪽 말이 좀 지쳐 보이는데 잡아먹어 버리는 것이…… 아냐! 임마, 끼어들지 마! 에, 지쳐 보이는데 괜찮겠습니까?”



“뭐, 아직은 견딜 만합니다. 그쪽이야말로 달리며 이야기까지 하느라 힘들어 보이는군요.”



“천만에요. 동시에 두 가지 정도 하는 게 뭐 어렵겠습니까? 난 정신병자라서…… 젠장! 너, 임마!”



길시언은 프림 블레이드를 노려보며 소리쳤고 샌슨은 킬킬거렸다. 그리고 시체와 친구인 척 하고 있던 운차이는 그야말로 사형대에 끌려가는 것처럼 절망에 물든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다른 일행들도 운차이 만큼은 아니지만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이 모든 피곤함의 원흉은 킬킬거리며 웃는 샌슨과 길시언에 의한 것이다. 샌슨의 말처럼 오전동안 열심히 달릴 필요는 있었다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필요 이상으로 열심히 달렸다. 원인은 간단했다.



황소로 변한 선더라이더와 슈팅스타는 처음에는 느긋하게 출발했다. 길시언을 배려해 천천히 일행을 이끌던 샌슨을 길시언이 앞질렀다. 그러자 샌슨이 호승심을 느끼는지 속도를 내어 그를 앞질렀고, 다시 길시언은 속도를 높여 그의 앞으로 치고 나갔다. 둘은 점점 속도를 높여서 마침내 최고 속도로 경쟁하듯 달렸고, 그 뒤를 일행이 따라야 했던 것이다.



이루릴의 승마술은 매우 뛰어나서, 아무리 말이 험하게 달려도 그녀의 허리 위로는 움직이지 않았다. 허리 밑에서 모든 충격을 다 흡수하는 듯 유연한 몸놀림은 감탄만을 자아냈다. 리타와 칼의 승마술도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라 그들도 고통을 느꼈지만 무리 없이 샌슨을 따랐다. 그리고 후치와 네리아는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네리아는 그나마 말을 탈줄 알았지만, 기수역인 후치가 완전 초보였기에 충격을 그대로 받아야만 했다. 후치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네리아가 후치와 함께 말을 타게 된 것에는 본인 말에 따르면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샌슨은 과거에 한 짓이 있어서 양심상 못 타겠고, 운차이는 같이 탔다가는 자결해 버릴 것 같아서 못하고, 리타는 다 나은데다가 카피가 있기 때문에 무리고, 이루릴은 미인이라서 싫고, 결국 남는 것은 칼과 후치인데, 칼보다는 후치가 가볍기 때문에 같이 타기로 하였다.



후치는 계속 네리아가 장난을 쳐대는 통에 울상을 지었지만, 앞에서 죽기 살기로 달리는 운차이를 보며 그나마 자신은 상황이 낫다는 위안을 얻었다.



운차이는 현재 샌슨의 말과 묶여있는 상태다. 즉, 그와 함께 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샌슨은 승부욕에 불타서 전력으로 말을 달리고 있었기에 그와 맞추어 달려야만 했다. 다른 일행은 자신의 말만 신경 쓰면 된다지만, 운차이는 샌슨의 말에 보조를 맞춰야 했기 때문에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그런 관계로 그는 몹시 지쳐보였다.



흡사 전투와도 같은 질주 끝에 일행은 간신히 정오가 되기 전에 고개를 넘어 평지로 내려설 수 있었다. 이루릴은 전혀 변함없는 모습이었지만 이번에는 리타마저도 힘든 기색을 숨길 수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다른 일행은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렸고 운차이는 차라리 시체가 되는 게 편할 것처럼 보였다.



“고, 골반이 뒤틀린다아아……”



네리아는 땅에 내려섬과 동시에 이상한 춤을 춰대기 시작했다. 칼은 네리아처럼 호들갑을 떨진 않았지만 앉지도 않고 묵묵히 서 있었다. 아무리 봐도 아픔을 삭이는 얼굴이다. 운차이는 거의 굴러 떨어지는 것처럼 바닥에 내려와 앉았고 후치는 그 옆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골반을 찌릿찌릿 자극하는 고통과 속에서 올라오는 단내에 헛웃음이 나왔다.



“아, 아하, 아하하하……”



“저, 저 짐승 같은 놈. 정말 무, 무식하게도 달리는군.”



운차이는 이가 부서져라 갈았다. 후치는 그의 말에 격렬하게 동의했다. 이루릴과 리타는 땅에 내려서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깨끗한 표정의 이루릴과 달리 리타는 조금 안색이 파리했다.



“너무 무리한 거 아니에요?”



“괜찮아. 아침에 시험해 보니 몸은 완전히 나았어. 이건 어디까지나 저 무식한 놈 때문에 지쳐서 그런 거야.”



어제만 해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는데 벌써 낫진 않았을 거라는 게 후치의 생각이었다. 그래도 본인이 괜찮다니 더 걱정하는 것도 이상해서 넘어가기로 했다. 리타 너머에 있는 아스화리탈 위에서 카피가 힘겹게 움직이더니 날개 짓을 해서 리타에게로 날아왔다. 원래 하얀 그녀가 더 하얗게 보인다.



“어지럽다 해요.”



아스화리탈의 주머니 속에 있었으니 달리는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그녀였다. 더군다나 사람보다 훨씬 작은 몸이었으니 받는 충격은 더 컸다. 잠깐 날아가는 방식을 취해보기도 했지만,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과 비슷하게 날 정도의 체력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주머니로 다시 되돌아왔다.



리타가 힘없는 웃음을 지으며 카피가 안전하게 내려앉도록 손을 뻗었다.



“쉬어요. 이젠 지금처럼 달릴 일은 없을 거예요.”



“아아아…… 왜 이렇게 달린 거다 해요.”



“그러게 말이에요. 저 무식한 녀석.”



눈이 빙글빙글 돌 것만 같은 카피는 리타의 무릎위에 툭하고 쓰러졌다. 리타의 신체라면 어디든 침대로 활용하는 그녀를 보며 후치는 일견 부럽다는 생각을 가졌다가 금세 머리를 흔들어 날려 보냈다.



그렇게 일행은 엉망으로 널브러져서 샌슨을 향해 저주를 퍼부었다. 샌슨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가볍게 말 위에서 뛰어내렸다. 이루릴과 다른 의미로 멀쩡한 모습이다. 그 옆의 길시언은 황소 등 위에서 드러누워 내려올 줄을 몰랐다. 말보다 훨씬 승차감이 나쁜 황소를 타고, 온 몸에는 중무장을 했으며, 한 손으로는 프림 블레이드를 쥐기까지 했으니, 체력 소모가 말을 타는 것과 비교가 안 될 것이다. 선더라이더의 등을 침대 삼아 드러누운 그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샌슨은 승자의 미소 비슷한 것을 지으며 외쳤다.



“밥 먹자!”



“아아아아아…… 샌슨!”



“왜?”



저렇게 천연덕스럽게 대꾸하면 욕할 마음도 안 생긴다. 후치는 힘없이 말했다.



“…… 내 안장 주머니에 팬케이크가 있어. 꺼내 먹어.”



“알았어.”



콰당! 땡그렁.



그 순간 큰 소리가 들려서 바라보니 길시언이 기어코 선더라이더의 등 위에서 굴러 떨어졌다. 길시언이 입고 있는 갑옷들은 무게가 있다보니 부딪치는 소리도 상당했다. 카이트 실드는 옆으로 튕겨나가 핑그르르 돌고 있었다. 그는 일어날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드러누웠다.



샌슨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거기 누워 있다간 황소가 싸면 입에 떨어지겠소.”



“우으으음……”



길시언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한 신음소리를 내며 간신히 옆으로 굴렀다. 샌슨은 킥킥거리며 제미니의 안장에서 팬케이크를 꺼냈다. 일행은 전혀 식욕이 일지 않았지만 샌슨이 식사 준비를 하자 가운데로 모여들었다.



후치는 도무지 요리를 할 자신이 없었기에 아침에 만들어 둔 것과 휴대식량으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일행은 둘러앉아서 억지로 배에 음식을 집어넣었다. 너무 힘들어 입맛도 없을 것 같았는데 막상 입으로 들어가자 먹을 만했다.



조금 살만해지자 주변의 광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평지에서는 레브네인 호수가 훤히 보였다. 레브네인 호수를 바라보자 후치는 넋을 잃고 말았다.



레브네인 호수는 산중호였다.



그냥 산중호가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큰 산중호였다. 만약 미리 호수라는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이게 바다냐고 호들갑을 떨 정도로 커다랬다.



유리처럼 맑은 호수의 표면에는 근처의 산들이 비치고 멀리서 물줄기가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서쪽으로는 일행이 있는 자작나무 숲이 펼쳐져 있고 동쪽은 땅 대신 아스라이 솟아 있는 산봉우리들만 보였다. 북쪽 땅은 아애 보이지도 않았으며 남쪽으로는 물이 빠져나가 폭포를 이루는 모양이었다.



“저어어어기 북쪽을 따라 크게 돌 거야.”



샌슨은 호숫가를 따라 팔로 크게 동그라미를 그렸다. 하지만 그의 손을 따라가 보아도 보이는 건 물 뿐이다. 도대체 얼마나 큰 호수인지 짐작하기 힘들었다. 리타는 과거에도 한 번 보았던 거대한 호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산 속에 어떻게 저렇게 많은 물이 고였지?”



후치가 머리를 긁으며 중얼거렸다.



“물을 잡아뒀거든.”



“예? 무슨 말이죠, 네리아?”



네리아는 양 손을 붙잡아 모으며 낭만적인 포즈를 취했다.



“수백 년 전에는 이 호수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어. 지금의 십분지일 정도? 페어리퀸 다레니안의 아름다운 성이 호숫가에 자리 잡고 있었지. 그런데 다레니안이 물이 빠져나가는 남쪽에 산을 몇 개 세워서 물이 모이도록 했어. 결국 호수는 범람하고 물은 여러 해에 걸쳐 점점 차올라 다레니안의 성은 물 속에 잠기게 되었지. 남쪽에 새로 생긴 산들 사이로 폭포가 만들어져 수면은 더 올라가지 않게 된 거야.”



“다레니안이 왜 그렇게 했는데요?”



“그건 나도 잘 몰라. 하지만…… 어떤 남자 때문이었다고 하던데.”



“남자? 인간 남자요?”



페어리면 당연히 페어리 남자가 튀어나와야 할 텐데, 자연스럽게 인간이라고 물었다. 페어리는 물로 막지 못한다지만 후치가 그것을 알고서 물어보진 않았을 것이다. 리타는 앉아 있는 상태에서 턱을 괴며 후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네리아의 말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



“으응. 그녀는 어떤 인간 남자를 사랑했고, 그 남자와의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자신의 성을 물 속에 가라앉혔다고 해. 영원한 물의 감옥으로 말이야. 멋있지?”



감옥이라…… 리타는 피식 웃었다.



“틀려요.”



이루릴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일행에게서 조금 떨어져 등을 돌린 채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갑작스런 그녀의 말에 네리아가 물었다.



“틀리다니?”



“그녀는 그 남자가 다시 찾아오지 못하도록 저 성을 폐쇄했죠. 90년 전, 그녀의 성에 들렀을 때가 생각나는군요. 아름다운 성이었죠.”



후치는 자신의 삶을 훨씬 뛰어넘는 시간의 단위에 아득해졌다. 길시언은 바위에 기대고 있던 몸을 바로잡으며 말했다.



“괜찮다면 이야기해 줄 수 있습니까?”



“싫어요.”



이루릴은 단호히 대답했다. 인간이 그렇게 말했다면 불쾌하게 들릴 법하지만, 이루릴은 그저 부정의 뜻을 표현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뜻이 없는 것 같았다. 사람이라면 충분히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말과 함께 밝힐만한 표현을 한 마디에 해버렸다. 그것을 아는 것인지 길시언은 덤덤히 수긍했다. 하지만 후치는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상한데요. 이루릴, 이 호수는 수백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했잖아요? 그럼 당신은 어떻게……”



“전 90년 전에 물 아래로 내려가 그녀의 성에 갔어요. 놀라운 광경이었죠. 하늘로부터 내려온 햇살이 물 속에서 수십, 수백 가닥으로 갈라져 일러이는 가운데 호수의 바닥에 그녀의 성이 서 있었어요.”



어렴풋이 상상해보니 꽤 장관일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상한 건 이상한 거다.



“그런데요, 어떤 남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수백 년 동안 물의 장벽으로 막아야 되는 남자라면 그건 인간이 아니잖아요? 그저 인간을 막기 위해 저런 엄청난 장벽을 만든다는 것은……”



계속 호수를 바라보고 있던 이루릴이 몸을 돌렸다. 그녀는 후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한 가지만 말씀드리죠. 그 남자는 대마법사 핸드레이크였어요. 더 이상은 묻지 마세요.”



뜬금없이 등장한 유명한 인물의 이름에 후치는 어리둥절해졌다. 건국왕 루트에리노를 도와서 바이서스를 세우는 데 앞장선 인물. 열두 드래곤과 전투를 벌이기도 했고 드래곤로드의 지배를 물리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런 전설적인 인물의 이야기에 후치는 길시언과 칼을 돌아보았다. 아는 것이 많은 그들이라면 이 이야기에 대해서 알고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들도 자신과 비슷하게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샌슨은 당연히 모를 테니 넘어가고, 네리아…… 도 비슷하니 넘긴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리타에게 닿았다.



“평생을 실패만 거듭해온 인간이 사랑이라고 성공했을까.”



“네?”



리타는 턱을 괸 채 의미를 알 수 없는 깊은 눈으로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 손으로는 갸르릉 거리는 카피를 쓰다듬는 평온함을 보였다. 그녀는 이루릴의 시선이 향하는 것을 느끼고는 감상에 젖은 눈을 감았다.



“이루릴은 친구의 비밀을 지켜주고 싶어 해. 그리고 이루릴은 내 친구지. 나도 그녀의 비밀을 지켜주어야겠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여자도 우정은 있다는 말이야.”



“어…… 아무래도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끈질긴 남자는 인기 없는 법이다. 후치. 적당히 물러설 줄 알아야 사랑받을 수 있어. 네가 항상 그러니 제미니에게 끌려 다니지.”



“우앗! 악!”



후치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리타는 피식 웃다가 이루릴의 시선을 느끼고 돌아보았다. 이루릴은 의아함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핸드레이크와 다레니안의 이야기를 아는 게 신기한 것일까? 제대로 아는 사람이 몇 없는 이야기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루릴의 물음은 리타의 예상을 빗나갔다.



“리타. 어떻게 친구라는 것을 아셨나요?”



리타의 웃음이 잠깐 멈추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다시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친구가 아니고서는 물속에 잠긴 페어리퀸의 성에 들어갈 수 없었을 테니까요. 간단한 추리에요.”



“그런가요?”



“네.”



후치는 리타를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저 누나는 아는지 모르겠지만, 무엇인가를 감추고 있을 때는 항상 티가 난다. 그런데 무엇을 감추고 있기에 이루릴에게까지 숨기는 걸까? 이상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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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핸드레이크가 삐이이이익ㅡㅡ 하고 삐이이이이익ㅡㅡ 해서 삐이이이익 한거야.

라고 말하고 싶은걸 숨긴겁니다.

아닌가? 사실 쇼타콘인걸 감췄다거나... 으음.

모처럼만에 약속을 지키며 글을 들고온 타자입니다. 칭찬해줘!

어제 아무르타트에 집중하겠다 말해놓고 네이버 공모전에 무협이나 써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데 안읽은지 너무 오래되서 아는 게 없네요.

그나마 아는 룓오형한테 도움 요청하려니 한창 바쁠때라 부담될테고 ㅠㅠ

뭐 어쨌든 내일도 들고오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럼, 좋은 밤 되시길.




댓글 : 3 개
빠른 업뎃 감사합니다
혹시나 해서 들어와봤는데 있군요 ㅎㅎ
칭찬!
dr이랑 비슷하게 나간다고 하면 한참 쓰셔야 하겠네요.. 페이스 조절하시면서 연재하세요.. 잘 보고 있습니다.
ch4 다 쓰면 제가 구상한 분량의 1/3이 끝납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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