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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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Review] 덕혜옹주... 더 잘 만들수 있었는데 아쉬운 영화 (9) 2016/08/15 PM 05:37
이 영화를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다고 했을때 정말 안심이 됐죠.

허진호 감독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사람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도 담백하게 연출하는... 대한민국에서 드라마를 영리하게 연출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감독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배급이라고 하니 이건 또 불안요소로 남았고요.)




일단 영화는 대한제국의 최후가 임박했던 시기 을사오적과 고종의 다툼부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좀 의문을 가졌던 것이 을사오적은 대놓고 천황만세를 부르짖으며 이미 고종의 신하가 아니고 대일본제국의 신하라는 듯이 행동을 합니다;;; 물론 을사오적이 한 짓을 보면 그 말이 맞긴한데, 그래도 그 놈들은 당시 공식적으로 고종의 신하로서 거기 있는 겁니다. 

아무리 자기네들이 팔아먹을 왕이라 하더라도 군신간의 법도를 지켜가는 한도를 지켜가며 얘기를 했겠죠.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그런거 없고 그냥 무례한으로 그려집니다. 전 개인적으로 친일파들이 이런 식으로 회유했으리라고 생각되진 않네요.

(실제로 고종실록 46권, 고종 42년 12월 16일 양력 3번째기사 내용(http://sillok.history.go.kr/id/kza_14212016_003)을 보면 을사오적이 고종에게 을사조약의 합당성을 설득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쓰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들이 주장한 논리는 지금은 나라가 힘이 없으니 일본과 힘을 합하여, 나중에 대한제국이 강해지면 외교권을 되찾자는 것이었죠. 즉, 영화 속에서 보여지듯 고종을 대놓고 협박하는게 아니었고 실제로는 이런 갖은 사탕발림말과 은근한 위협으로 고종을 회유하려 했을 겁니다.)



또한, 이렇게 심각한 얘기를 나누는 와중에 어린 덕혜옹주가 고종에게 뛰어드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무리 황실이 서양문물과 법도에 개방되었고 왕에 품에 안긴 것이 어린 황손이라 할지라도 궁중법도라는 것이 있을텐데요;;; 전 아기 덕혜옹주가 어전을 놀이터 뛰어다니듯 그랬을 거 같지는 않습니다.

이 또한 조선 궁실 예절의 법도를 감안하지않고 할아버지의 손녀의 친밀한 관계를 묘사하기 위해서 지나치게 현대의 눈높이로 맞춰진, 가벼운 묘사로 여겨집니다. 물론 그런 궁중 예절을 고증대로 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알아볼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설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상황 연출을 해야 되지 않을까요?





영화의 주요 내용은 덕혜옹주의 망명계획에 맞춰져 있습니다.

실제로는 망명계획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그냥 재미를 위한 픽션으로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개봉 전부터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덕혜옹주가 독립활동에 관여를 했었느냐인데;;; (일단 실제로는 독립운동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실겁니다.)

영화 속의 묘사는 일단 덕혜옹주가 독립운동에 관여했다고 합니다만... 그것이 그녀가 주체적인 역할로서 관여한 것이 아니라, 그저 민족주의를 고취시키기 위한 독립운동단체들의 필요에 의해 상징적 존재로만 제한이 됩니다.
그러니깐 즉, 실질적으로 덕혜옹주 그녀 자신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식의 묘사는 없없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도 망명계획이 실패하고 일본의 강압에 결국 꼭두각시처럼 복종했다고 나오기 때문에 역사왜곡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영화가 주는 정서적 울림의 강도입니다.

일단 이 영화가 [마지막 황제]와 비슷할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그 정서적 울림은 비슷하다만 깊이는 덜한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영화 속에서 묘사된 악역 한태수(실존인물은 아니지만 모델이 된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의 존재입니다.

이 막나가는 친일파 캐릭터는 불쌍한 덕혜옹주에게 온갖 몹쓸 짓을 저지르고 광복후에도 떵떵거리며 살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공분을 일으키는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그 공분의 정서가 너무 강한 나머지 이 영화에서 메인이 될 슬픔과 한의 정서를 자꾸 가린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제가 이 영화에 기대했던 것은 망국의 공주로서 크나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힘없이 스러져간 기구한 인생에 대한 연민인데, 이게 영화는 자꾸 친일파 때문이야! 라고 유도하는 느낌이랄까? 틀린 말은 아닌데, 자꾸 서브로 다뤄질 얘기를 메인으로 다루는 느낌입니다.

특히 광복후 덕혜옹주가 귀국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국내외의 복잡한 정치상황을 설명해주었다면 안타까움이 배가 되었을텐데...(그 당시 이승만 정권은 황실복권 소리 나올까봐 왕족들 귀국을 불허했다고 합니다. 덕혜옹주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민주주의 기반의 정부 수립을 위해서는 옳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영화속에서는 이것을 일방적으로 친일파 한태수 탓으로 돌려버림으로서 안타까움보단 공분이 앞서게 되는 그런 식의 연출을 합니다;;; 이 부분은 너무 아쉽습니다.


이 외에는 영화 전체적으로 잘 뽑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약간 [마지막 황제]의 너프된 버전이라고 보면 좋겠습니다.

훨씬 더 잘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저 아쉬울 따름.
 


 
++++ 영화 외적인 얘기를 추가하자면
 
덕혜옹주는 영화나 소설보다는 실제 삶 이야기를 들어보는게 더 슬프게 느껴집니다.
 
이 여자가 이방자 여사의 도움으로 광복후 마침내 덕수궁 낙선재에서 다시 찾아갔는데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말년에 정신이 온전치 못한 와중에도 자기가 가장 행복했었던 기억은 남겨뒀나 봅니다.
 
즉, 대한제국 황실의 사람이라는 자아가 아주 강하게 남아있던 사람이고 그것 때문에 평생을 고통받았죠.
 
그런 사람이 얼마나 고향에 가고 싶어했는지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30] 비전하 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
이구 [31] 씨가 보고 싶어요

 라고 자필로 적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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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이 아닌 대한'민'국이라 쓴 것이 인상에 남는데, 황실녀라는 타이틀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나 봅니다.
 
그냥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했을뿐...
 
 
 
점수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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昏庸無道    친구신청

이 영화는 역사에 기반을 둔 게 아니라 소설을 베이스로 한 영화 입니다

충견뻑돌이    친구신청

소설 베이스라도 각색과정에서 모난 부분은 좀 더 좋게 다듬을 수 있었을 테지요

디비자고고    친구신청

각본 자체가 소설인지라 사실상 그걸 덕혜옹주의 진실인것처럼 홍보하면 안된다는 여론이 강했죠. 저는 안봤지만 본 사람들 말로는 그냥 손예진이 이쁘다만 남는 영화라는 평이 많아서 고민중이네요

카르레시틴    친구신청

손예진이 이쁩니다!

충견뻑돌이    친구신청

가장 논쟁의 대상이 되는 부분이 '덕혜옹주가 독립운동을 했느냐' 인데 일단 영화 속에선 직접적으로는 안했다고 하지만 관여한 식으로 묘사가 되죠.
사실 이것도 실제로는 없는 이야기고;;;

심부전증    친구신청

전 이승만 정권이 옹졸했다고 봅니다만....
왕자도 아니고 고작 첩의 딸인 옹주를 가지고....

충견뻑돌이    친구신청

황실사람들을 내세우며 다시 왕정복고를 외치는 인간들이 있을까봐 그런거죠. 지금도 왕실복원을 외치는 정신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왼쪽에서 두번째    친구신청

전에 손예진씨 인터뷰한 영상을 본적 있는데...

영화 각본이 수정과 각색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서 초안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하네요.

전 개인적으로 허진호감독님 팬이라서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관객분들중에서 사실과 많이 다르다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전 오히려

사실에 입각한 부분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아무래도 시대극이고 상업영화이다보니까 자본이 많이 들어가고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기 보다는 극적인 전개를 위해서 어느정도 상업영화로써의 설정은 불가피했다고

생각합니다.

충견뻑돌이    친구신청

저도 너무 고증 문제에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일제강점기는 현실의 문제와 맏닿아있는 가장 민감한 문제라서, 아무래도 조심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청연]의 사례를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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