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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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괴담] 손 ~ 5 ~ (0) 2010/06/22 PM 01:01


-털썩


윤철 대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렇다면 ‘손’이 그의 목덜미를 놓았다는 것인데,

바로 그 때,


-철썩!!


“으아아악 으아악 으아아악!!!”


이번엔 ‘손’이 호영 대원의 얼굴을 부여잡았다.

놓고, 잡고 하는 과정이 어찌나 빠른지 보고 있는 나조차 상황을 짐작할 수가 없었다.

대원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남은 두명이 부랴부랴 그의 얼굴에 붙은 손을 떼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 이건 마치 돌덩이 같아. 크윽. 민혁아! 힘 좀 써라!!”


“예..옙!! 크으으윽!!”


다리에 힘이 빠져 연신 몸을 떨던 난,

결국 그 자리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나는 쓰러져 있는 아내를 꼬옥 껴안았다.

지금 아내가 눈을 뜨지 않는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우드득, 우드드드득


“으아악!!!!끄으으아아악!!!”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야 정민혁!! 힘 안 줘? 힘 더 주라고 개새끼야!”


“젖 먹던 힘까지 내고 있다고요! 그러는 조장님이나 힘 더 주세요!”


-우드드득, 콰지직


“끄아아아아아아악!!!”


처참한 광경이었다.

‘손’은 중지를 중심으로 얼굴을 대칭 되게 부여잡고 있었는데,

엄지와 새끼로 턱뼈를,

검지와 약지로 광대뼈를,

중지로는 코뼈를 짓누르고 있었다.

뼈가 부서지고 으스러지면서

인간의 얼굴로 보이지 않을 만큼 뒤죽박죽으로 변하고 있었다.

입에서는 피와 함께 하얀 덩어리가 떨어지고 있었는데

유심히 보니 이빨이었다.

조장과, 민혁 대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호영은 점점 힘을 잃고 있었다.


-쓰으윽


계속해서 얼굴을 짓누르던 ‘손’이 살짝 위로 올라가더니

검지와 중지를 얼굴에서 뗐다.

혹시 놓아 주려는 걸까?

...라는 생각도 잠깐.


-푸욱!


잠시 멈칫하던 두 손가락이 이번엔 그의 두 눈을 찔렀다.


“푸후휘휘휘휘휙”


입 주위가 워낙에 망가진 그는 비명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극심한 고통에 어떻게든 소리는 내 봤지만 괴상한 바람 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그리고,

눈을 찌른 손가락은 점점 깊이 들어간다.


“푸후후후...후....휘..휘..”


그는 온 몸을 부르르 떠는가 싶더니,

이내 추욱 하고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정말 끔찍한 죽음이었다.

얼굴이 뭉개지고,

두 눈이 파이는 고통 끝에 죽은 것이니까...

'손’은 또 아까처럼, 호영이 죽었음에도 손을 떼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더욱 강하게 부여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 다른 사냥감을 노리는 것이 분명했다.

대원들은 그가 죽은 줄도 모르고 열심히‘손’을 떼 내기 위해 힘을 쓴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어떻게든 비명을 지르던 호영의 소리가 끊겼다는 것을 민혁이 뒤늦게 눈치 챈다.


“조... 조장님. 호영이 아무래도 죽은 것 같은데요... 이..이번엔 저희한테 올 것 같은데...저기..흡!”


민혁이라는 대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이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정말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이렇게 가다가는 대원들 모두가 죽음에 이르고 말 것이다.


“이봐요 조장! 그러다 당신네들 다 죽겠어! 어서 이쪽으로 와요!”


조장은 잠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더니 내가 있는 곳으로 몸을 굴렸다.

그리고 앞을 향해 소리쳤다.


“민혁아! 미안하다. 모두가 죽을 수는 없잖니. 정말 미안해!”


민혁 대원은 ‘손’에 입을 틀어 막혀 말은 할 수 없었지만,

눈빛에 원망스러움이 가득했다.

조장은 내 곁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처참한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당신.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당신 때문에 우리 대원 셋을 잃었어. 어서 설명해!”


엄밀히 말하면 둘이지. 아직 민혁 대원은 죽지 않았으니까.


“저도 몰라요! 제가 괜히 당신들을 부른 줄 아십니까?”


“당신이 모른다는 게 말이 돼? 당신 변기에 사람 손이 있다고. 사람을 죽이는 손이!”


사람을 죽이는 손을 내가 키우기라도 했단 말인가?

너무 놀라서 바지에 오줌까지 싼 내가?


“당신, 장비는 대체 어따 팔아먹은 거요? 절단기나 하다 못 해 팬치나, 니퍼라도 있을 거 아니요?”


“큰 장비는 다 차 안에 있어.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지.”


“나는 분명히 변기에 ‘손’이 있다고 신고 했잖소!”


“그 말을 어느 미친놈이 믿겠어! 119에 장난 전화가 하루에 몇 통이 오는 줄 알아?”


말을 마친 조장이 바지 뒷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니퍼였다.


“정말 초라하군요. 저는 변기를 해체할 목적으로 당신들을 불렀는데, 니퍼만 달랑 꺼내고 있다니.”


조장은 대답 없이 앞을 바라봤다.

‘손’은 민혁의 입을 틀어막고,

그의 얼굴을 이리저리 흔들고 있었다.

조장은 손에 니퍼는 쥐었지만 앞으로 가지는 못하고 있었다.

무척이나 두려운 표정으로 입술만 혀로 연신 적시고 있었다.


“미..민혁아! 내가 그 쪽으로 가진 못 하겠다! 너..너도 니퍼 있잖아! 그...그..그걸 사용해!”


조장이 말을 마치고,

이제 민혁 대원도 앞 서 두사람과 똑같이 죽음을 당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콰드득!


둔탁한 소리가 들려서 앞을 봤더니

민혁 대원이 ‘손’의 새끼손가락을 물고 있었다.

정말 있는 힘을 다해서 물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손’의 움직임이 잠시 멈췄다.

새끼손가락이 약간 들춰진 느낌이었다.

민혁은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주머니를 뒤져 니퍼를 빼냈다.

그때,

‘손’은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민혁의 얼굴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곧 있으면 아까 호영 대원처럼 얼굴이 짓뭉개질 상황이었다.

그런데,

민혁의 손이 재빠르게 움직이는가 싶더니,

주머니에서 빼낸 니퍼를 약간 들춰진 새끼손가락에 끼우는 데 성공했다.


-우드드득


민혁의 얼굴에서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흐른다.


“끄아아아아악”


극심한 고통에 소리를 지르는 민혁.

그리고 동시에 그는 니퍼의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 쥐었다.


-콰드득


둔탁한 소리가 흘러나오고,

얼굴을 움켜잡은 ‘손’이 잠시 부르르 떨기 시작한다.


“이 때야! 빠져나와 어서!!!”


나는‘손’ 전체가 약간 들춰진 것을 보고 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쿠당탕


민혁은 큰 덩치를 재빠르게 굴려 우리 쪽으로 오는데 성공했다.

저 '손'에서 풀려날 줄이야.

‘손’은 새끼손가락에 니퍼가 달린 그 상태로,

변기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조장은 민혁이 살아났지만 그렇게 밝은 표정을 짓지는 못 하고 있었다.


“어, 어 민혁아 그.. 다행이구나! 허허..”


어색한 웃음으로 조장이 말을 꺼냈다.

하지만 민혁은 말없이 가쁜 숨을 몰아쉰다.

광대뼈가 약간 함몰된 얼굴.

조금만 늦었어도 ‘손’에 의해 죽음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는 몹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날카로운 눈으로 조장을 쳐다본다.


“어험. 험. 험.”


조장은 머쓱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한다.

그리고는 슬그머니 나를 쳐다보며 말 할 거리를 생각하는 듯 했다.


“일단 여기서 나갑시다. 나가서 생각을 해 보자고요.”


‘손’은 여전히 변기 안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다가가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어나 화장실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바깥으로 나가 이 일에 대해 생각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을 구해야 했다.

빌어먹을,

‘손’이 변기에서 나와 사람을 죽인다는 설명을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끼익, 철컥


“어?”


-끼익, 철컥 철컥 철컥


그런데,

공교롭게도,



화장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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