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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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괴담] 손 ~ 10 ~ (0) 2010/06/22 PM 01:25


-툭툭툭


“자기! 일어나. 어서! 김주희! 야 김주희!!”


등을 두드리면서 아내의 이름을 불러본다.


“으.....”


아내의 나지막한 신음소리.

조금씩 정신이 들고 있는 모양이었다.


“김주희! 일어나! 어서 일어나!!”


아내의 눈꺼풀이 조금씩 흔들리더니 천천히 위로 올라간다.

나는 아내의 얼굴을 더 꽉 껴안았다.


“으...으음..음...어.. 자기..야?”


아내는 잠시 신음을 내뱉는가 싶더니 드디어 말을 꺼냈다.


“주희야. 주희야. 내 말 잘 들어야 돼. 알았지?”


여전히 품 안에 아내의 얼굴을 묻은 채 말했다.


“무슨...일이야? 숨 쉬기 힘든데 이것 좀 놓고 말 하면 안 될까?”


“그래 그래. 지금 놓을 거야. 있잖아. 상황이 많이 안 좋거든? 많이 놀랄 수 있으니까 마음에 준비를 좀 하라고.”


어쩌면,

피로 온 몸을 샤워한 내 모습만 보고도 기절할지 모른다.

품 안에서 아내의 숨 고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응... 안 놀랄게. 그러니까 손 놔도 돼 이제.”


아내의 말에 나는 잠시 머뭇했지만 서서히 손을 풀기 시작했다.


“내 얼굴 봐도 놀라지 않기다?”


“알았어. 그런데 여기 왜 이렇게 비린내가...”


아내는 나와 얼굴이 마주치자 갑자기 하던 말을 중단한다.

적잖게 놀란 표정이었고,

입술이 떨리는 게 보였다.

그리고는,


“자기야!!! 얼굴이 왜 그래!! 어쩌다가 이렇게 다쳤어!!”


갑자기 아내가 소리치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나 뿐 아니라 조장도 화들짝 놀란 표정이었다.


“어이쿠 목청이 참 크시네요. 여기 생각보다 아늑하니까 걱정 마세요 허허허”


조장이 어색하게 웃으며 아내를 위로하지만,

여전히 힘 빠지는 농담일 뿐이었다.


“나 다친 거 아냐. 지금 길게 설명할 시간이 없어! 그러니까 잘 들어. 하나만 알면 돼.”


진지한 나의 모습에 놀랐는지 아내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거린다.


“지금 저 변기 위에 솟은 ‘손’이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고, 우리는 지금 이 곳에서 나갈 수가 없어! 무슨 말인지 알겠지?”


나름대로 가장 중요한 사실을 간략하고 알기 쉽게 말 했다고 생각했지만,

아내의 표정은 그게 아니었다.

나는 침을 한 번 삼키고 다시 말을 꺼냈다.


“그러니까, 저 ‘손’이 사람을 죽인다고. 여기서 나가야 돼!”


아내는 더욱더 아리송한 표정을 짓더니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경악에 가득 찬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입술이 조금씩 움직이는 걸로 보아 소리를 지를 모양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역시.

고개를 돌리는 족족 처참한 광경이니,

아내는 그저 소리만 지를 뿐이었다.

계속 소리를 지르는가 싶었는데,

이번엔 다리를 휘청하기 시작했다.

저대로 두면 분명히 다시 정신을 잃을 게 뻔했다.

나는 손을 뻗어 아내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주희야. 내 말 들어. 주희야! 지금 너가 또 정신을 잃으면 우리 정말 큰일 나는 거야. 참기 힘들겠지만 조금만 기운 내! 니 서방이 옆에 있잖아!”


아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소리를 질렀다.

아내는 정신이 번쩍 든 표정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기 시작한다.


“정신이 좀 들어? 우리 지금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희야!”


아내는 여전히 거친 숨이었지만,

조금씩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나, 나, 지, 지금 꿈꾸는 거 아, 아니지?”


아내가 여전히 떨리는 입술을 간신히 움직이며 말했다.


“꿈 일거야. 꿈이라고 생각하자 주희야. 그리고 마음을 편하게 먹어.”


아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한 모습이었지만,

적어도 정신을 잃지는 않을 것 같아 보였다.

나는 한 쪽 팔로 아내의 어깨를 감싼 후 조장을 바라보았다.

조장은 바닥에서 세제 통들을 살피고 있었다.


“뭐 좀 쓸 만한 게 있나요?”


조장은 락스 통 하나를 손에 들고 이리저리 돌려본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을 꺼낸다.


“음.. 이런 걸로는 안 되겠는데. 이 집은 오일 같은 거 안 쓰나?”


“오일이요? 기름 말씀하시는 거예요? 화장실에 그런게 있을 리가...”


“베이비오일이라면 있어요. 그것도 괜찮나요?”


내 말이 체 끝나기 전에 아내가 입을 열었다.

아직 몸을 떨고 있었지만,

아까보다는 진정이 조금 된 것 같았다.

조장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 곧 대답을 했다.


“음... 괜찮겠네요. 베이비오일도. 어디 있나요?”


“자기야 잠깐만 손 좀 놔줘.”


아내가 내게 말했다.

나는 아내의 어깨에서 손을 내렸다.

아내는 조금 비틀거리면서 문 오른편 구석으로 다가갔다.

그 곳에는 샴푸나 린스 등이 놓여져 있었다.

아내는 쪼그려 앉아 이리 저리 통 들을 헤치더니,

푸른색으로 투명한 얇은 통을 하나 꺼내들었다.

안에는 투명한 액체가 반 쯤 차 있었다.


“자 받아. 그리고 나, 이제 괜찮으니까 조금 상황을 설명해 주면 안 돼?”


아내가 내게 오일 통을 건네며 말했다.

나는 그 오일 통을 받아 조장에게 전해주며 아내에게 말을 꺼냈다.


“그러니까 일단 변기에서 ‘손’이 나왔는데 내가.....어?...어어!?”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왜 말을 하다가 말아? 자기야??”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내 눈앞에 ...


“뒤.. 뒤로 최대한 붙어!!”


경비의 입 밖으로,

‘손’이 손목까지 튀어나와서는,

손가락으로 바닥을 디디며,


아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꺄아아아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소리.

안 그래도 쇠약해진 아내에게,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정말 가혹한 모양이었다.

사람의 입 안에서 ‘손’이 튀어 나오다니.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변기에 있는 ‘손’과는 달랐다.

이번 ‘손’은 그 긴 손가락을 이용해 이동하는 게 가능한 모양이었다.


-타닥 타닥 타다다닥


마치 타자를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

경비의 아래턱은 거의 가슴팍까지 내려와 있었고,

양 입 꼬리가 어금니까지 보일정도로 찢어져 있었다.

‘손’은 허연 손목을 드러낸 체,

경비의 시신을 끌고 우리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대..대체 저게 뭐야 저..저건 반칙이잖아!!”


조장이 문으로 뒷걸음질 치며 소리쳤다.

나 역시 그 자리에서 소리만 질러대는 아내의 허리를 붙잡고,

최대한 문 쪽으로 붙었다.

하지만 고작 네 걸음 정도의 거리인지라,

순식간에 ‘손’은 우리의 바로 앞 까지 다가왔다.

이대로라면 ‘손’에게 당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무슨 방법이 없을지 다급하게 이리 저리 눈길을 옮기다,

퍼뜩 어떤 생각이 들었다.


“염산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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