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접속 : 327   Lv. 18

Category

Profile

Counter

  • 오늘 : 30 명
  • 전체 : 187797 명
  • Mypi Ver. 0.3.1 β
[가져온 괴담] 손 ~ 12 ~ (1) 2010/06/22 PM 01:30


-촤아아아아아


-탁 타타탁 타닥 타다다탁


사정없이 바닥을 디디는 손.

저 ‘손’을 컴퓨터 자판 위에 두면 어떨까 하는 우습지도 않은 상상이 머리에 떠오른다.


-탁 타닥 타다닥...풀썩...


거친 몸부림 아니 손부림 끝에 ‘손’이 쓰러졌다.

하지만 기뻐할 세가 없었다.

이번엔 윤철의 배를 뚫고 나온 손이 서서히 바닥을 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조장, 조장! 정신 차려요! 조장!”


눈을 감은 채 고통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 하는 조장을 다급하게 부른다.


“끄으윽. 나, 나 조금만 쉬면 안 되겠나. 너무 괴로운데.”


“조장! 아까 그 베이비오일 어디에 쓰려고 했던 거예요? 예?”


조장은 힘겨운 표정이 역력했지만,

억지로 입을 떼기 시작했다.


“부, 부, 불... 불을 붙일 수 있어. 그, 그걸 문, 문 손잡이 쪽에.”


길지 않은 말이지만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베이비오일도 기름이기 때문에 가연성이 있는 모양이었다.

단순히 화장품의 종류라고 생각했던 난, 그런 발상에까진 도달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불이었다.

아까 전 조장과 민혁의 대화를 미뤄 보아,

이 둘에겐 분명히 없을 테고.

나는 아내를 바라봤다.

아직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쪼그려 앉아 괴롭게 숨을 쉬고 있었다.


“자기야. 혹시 라이타 있어?”


“후욱, 없어. 후욱 후욱”


있을 리가 없지.

나는 다시 조장을 부르는 수 밖에 없었다.


“조장! 불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요! 정신 차려보세요!”


조장에겐 너무나 가혹한 시간이 분명했다.


“부, 불. 호, 호영이한테 이, 있을거야.”


조장의 말을 들은 나는,

순간 멍 한 표정을 지어야했다.

호영이라 함은,

변기에 있는 ‘손’과, 윤철의 배에서 나온 ‘손’.

그 사이로 엎드린 채 죽어있지 않은가?

설마 저길 뚫고 가야 한다는 건 아니겠지.


“저, 조장. 민혁 대원과, 호영 대원을 혼동한 거 아니에요?”


하지만 내 기대를 무참히 무너뜨리며 조장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오전에 불을 빌렸거든”


아까 전 손에게 당한 뒷머리가 갑자기 욱신거려온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다리를 크게 다친 조장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았고,

독한 염산 냄새는 아내도 나도 점점 쇠약하게 만들고 있었다.

거기다,

윤철의 배에서 나온 ‘손’이 바닥을 디디며,

서서히 이쪽으로 다가올 채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호영의 몸을 쳐다봤다.

참혹하게 찌그러진 얼굴에서 시작해 피로 물든 그의 전신을 천천히 훑었다.


“찾았다!”


혼잣말이 튀어나온다.

호영의 바지 주머니 위에 라이터만한 크기로 볼록 튀어나온 부분이 보인 것이다.

나는 손에 든 염산 통을 흔들어보았다.

남은 양이 반에 반도 체 안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떻게든 저 라이터를 가져와야 한다.

어금니를 한 번 꽉 깨물어본다.


-탁, 타닥


윤철의 배에서 나온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으아아아아!!!!!”


나도 앞을 향해 움직였다.

신고

 

라발라발레히야    친구신청

계속 읽다보니 이 집 화장실 참 넓구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재밋네요.
흥미진진 대망의 결론이 어찌날지.!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