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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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괴담] 손 ~ 20 ~ (0) 2010/06/22 PM 01:57


한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주... 주희야! 정신 차려! 주, 주희야!”


아내는 퉁퉁 부운 얼굴로 멍 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아내를 붙잡고 계속 흔드는 수밖에 없었다.


“정신차려!! 제발!!”


순간 아내의 눈이 살짝 떨려온다.


“어... 어? 나 잠깐 정신이 없었나 봐.”


아내의 정신이 돌아온 것 같았다.


“괜찮아? 이리와. 등에 업혀.”


나는 아내를 향해 등을 보이며 쭈그려 앉았다.


“아, 아니야. 나를 업고 여길 어떻게 나가려고 그래. 내가 조금 어떻게 됐었나봐. 괜찮아.”


아내가 잠깐씩 멍한 표정을 지으면서 얘기를 마쳤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은 없었다.

불은 삽시간에 번지고 있었고,

이미 ‘손’ 이상으로 무서워진 상태였다.


“어서 가자. 내 손 잡아!”


아내의 손을 잡고 심호흡을 한 번 한 다음,

허리를 굽히고 뛰기 시작했다.


-콰아아악


거실 한 가운데,

그러니까 현관까지는 반 정도 남은 거리에서 ‘손’에게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주희야! 밟아!”


나는 남은 한 발로, 아내는 두 발로,

내 발목을 잡은 ‘손’을 밟기 시작했다.

이미 새카맣게 타 올라 쥐는 힘부터가 영 아니었다.


-콱 콱 콱 콱! 


하지만 힘을 잃어도 역시 ‘손’은 ‘손’,

있는 힘을 다해 몇 번이나 밟았는데 이제야 손가락이 조금씩 들리는 정도였다.

그리고 이 시간에도 불은 점점 번지고 있었다.


“제기랄... 놔! 죽어! 씨발!!”


그렇게 한참을 밟자,


-파악


순간적으로 발목을 잡은 ‘손’이 파악 하고 펴졌다.

붙잡힌 발목 언저리가 욱신 거려온다.

하지만 뛰어야했다.


“놨어! 뛰어 뛰어!!”


다행인건,

불에 타던 ‘손’들이 하나, 둘씩 픽픽 쓰러지기 시작한 것이고,

큰일인건,

불이 현관까지 번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콰아


현관 바로 앞에서 ‘손’에 또 발목을 잡힌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약한 악력.


“놔! 놓으라고!!”


나는 잡힌 발을 마구 흔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손’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내 발목을 놓고 만다.


“주희야, 주희야! 다왔어! 다왔다구! 주희야?”


아내가 또 대답이 없었다.

뒤를 돌아보니 아까보다 훨씬 얼굴이 부은 아내가 눈을 감고 있었다.


“이런 제기랄!”


불길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머뭇거릴 틈이 없다.

급하게 현관 손잡이로 손을 뻗었다.


“앗 뜨거!!!!”


엄청난 뜨거움.

쇠로 된 손잡이가 불에 달궈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것만 돌리면,

이것만 돌리면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나는 다시 한 번 손잡이를 붙잡았다.


“으아아아악!!! 씨발!!!!!!”


손잡이를 붙잡은 내 손에서 ‘치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흰 연기가 나온다.

3도화상 정도는 각오해야 하겠지.

조금씩 손잡이가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극심한 통증에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끼이이익


“됐어! 됐어!! 제기랄! 나갈 수 있어!”


그 순간,


-콰아아악!


손에게 붙잡혔다.

놀랍게도 이번엔 머리였다.

잠시 손잡이에만 정신이 팔려 허리를 굽혀야 한다는 사실을 잊은 것이었다.

더군다나 천장의 ‘손’은 아직도 쌩쌩했는지 쥐는 힘이 굉장했다.

나는 조금씩 몸이 들리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마지막 힘을 다 해 문을 밀었다.


-끼익


아주 조금,

문이 열렸다.


“끄아아아아, 주희야! 으아악! 주희야! 너라도 나가! 어서!”


하지만 아내는 움직이지 않았다.

퉁퉁 부은 얼굴로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나 또한 극심한 통증으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밖으로 나갈 수 있었는데.

차츰 눈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활활 거리는 불 소리만 귀에 박히기 시작한다.



-화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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