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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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괴담] 들러붙은 여자 ~ 7 ~ (0) 2010/06/24 PM 12:52


잠시,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안정적인 느낌은 오래간만이었다.

존은 계속 노트북으로 계획서를 작성하고있다.


"저기, 존"


"왜 그러세요?"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이런식으로 영문도 모른채, 얽히고 홀려버리는 인간이, 나 말고도....."


존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많아요. 하지만 형님은 운이 좋은거예요. 우리들을 만났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로 죽거든요."

처음에 형님이 말했던 것처럼, 자신이 이상해졌다고 생각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습니다."


존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자살자 수는 연간 3만명 이상이예요. 하루에 100명은 자살하고 있다는 겁니다.

사인불명이나 행방불명을 포함하면 더 있을지도 몰라요.

사장님이 말씀하셨어요. 일본인의 수호령은 해를 거듭할수록 약해지고 있다고.

그 때문에 정말 작은 악령에도 간단히 홀려버리는 인간이 늘었죠.

물론, 백이면 백, 악령이 한 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건 정말 슬픈일이다.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수호령이라.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영같은 것은 잘 몰라. 수호령이란게 뭐지?"


존은 노트북에서 손을 떼고, 내쪽을 돌아봤다.


"수호령(守護 霊)과 악령( 悪 霊)...

영( 霊)이라는 같은 한자를 사용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전혀 다른 존재입니다.

악령은 자기 자신의 감정과 의지를 의존해 존재합니다.

반대로 수호령은 인간의 따스한 기억에 의존해서 존재하죠.

악령의 강함은 자신이 가진 원한의 얼마나 강한지에 의해 좌우되고,

수호령의 강함은 사람의 따스한 기억에 따라 좌우됩니다."


"따스한 기억? 뭘 말하는거지?"


"상냥함이겠죠. 사람은 누군가에게 보호받거나, 도움을 받으며 상냥함을 배웁니다.

서로 돕는 정신. 그 정신이 수호령의 힘이 되는 겁니다."


역시,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존이 진지하다는 것, 그것만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거 무슨 종교같은건가?"


"아뇨, 사장님께 얻어 들은거예요. 우리들은 종교집단이 아닙니다"'


존의 말대로, 일본의 수호령이라는 것이 전체적으로 약해져 있다면,

그건 서로돕는 정신의 결여가 원인인가...

정말 슬픈 일이군.

그렇다면 나도 그 서로 돕는 정신이란게 없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건가.


"형님의 수호령은 강해요."


"뭐?"


"아까도 말했지만, 형님은 원래, 벌써 죽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그 정도로 강력한 놈에게 홀린거예요. 그런데, 형님은 죽지 않았어요.

수호령이 지켜주고 있는겁니다."


"내 수호령...?"


"아버님이요. 형님의 아버지가, 형님을 지켜주고 계십니다.

아슬아슬한 승부이긴 하지만요. 정말로 온 힘을 다 해서 싸워주고 계세요.

형님은 정말 좋은 아버지 밑에서 자라셨군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아무말 없이 창밖에 펼쳐진 예쁜 야경을 바라보았다.

예쁜 야경이 희미하게 번져보였다.

존이 저녁밥으로 스파게티를 내왔다.


"드세요. 이제 부터는 체력승부가 될 겁니다."


존에게는 미안하지만, 식욕이 없었다.

절반정도 먹는것이 한계였다. 그걸 본 존이 한숨을 쉬었다.

나는 앞으로의 불안으로 가슴이 답답했다.

이유도 알지못한 채로 소동에 휘말려, 이러고 있다.

도무지 납득 할 수가 없다. 나는 어째서 이런일에 휘말려버린거지.

자문자답을 해봐도, 존에게 물어도, 내 마음은 납득하질 못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속에는, 지금도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예전에는 나도 저 흐름 속에 있었는데....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

생각에 빠져있던 내 귀에, 창문에 무언가가 달라붙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눈을 돌린 나는, 몸이 굳어졌다.

사람의 손이 창문 바깥쪽에 달라붙어 있다.

여기는 지상 20층. 베란다도 없다. 사람이 서있을 수 있는 공간은 없다.

그런 곳에 사람의 손이 있었다. 나는 존을 불렀다.

바로, 존이 달려와 내 앞을 막아서고 "창문에서 떨어지세요!!" 라고 소리쳤다.

존은 핸드폰을 들고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나는 창에 붙은 손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제가 있어요. 이 방안으로는 들어올 수 없습니다."


떨고있는 나에게 존이 말했다.

그 때, 손 주인이 몸을 끌어 올리려는 듯,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손 주인의 얼굴을 본 순간, 머리를 총으로 맞은 듯한 충격을 받고 말문이 막혀버렸다.



손의 주인은 나였다.

창 바깥쪽에 내가 있었다. 몇 번을 다시 봐도, 나였다.

내 머릿속은 완전히 새하얘졌다.

어째서 내가 창 밖에 달라붙어 있는거지.

나는 여기 있는데, 창 바깥쪽에도 내가 있다. 나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사장님, 저예요!! 존입니다! 일이 난처하게 됐습니다!

형님의 도플갱어가 나타났어요. 제 눈에도 보입니다!!

지금은 창 밖에 있어요!! 네! 부탁드립니다!!"


존의 전화상대는 사장이었다. 존은 무언가를 사장에게 부탁하고, 전화를 끊었다.


"형님, 저 놈과 절대로 접촉해서는 안됩니다!

접촉하면 저도 사장님도 형님의 목숨을 구해드릴 수 없어요!!"


창 밖에 있는 또 하나의 내가 미친듯이 창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방안 가득 울린다.


"열어어어!! 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내가 창밖에서 그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움스러들어 마음속으로 '멈춰줘, 이제 그만해줘!' 라고 계속 소리쳤다.

존은 "빨리해줘, 서둘러줘요" 라고 중얼거렸다.

그 순간, 존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의 착신음에 창밖의 나는 놀란듯한 표정을 지으며 눈녹듯이 사라져버렸다.


"뭐지!? 저건 대체 뭐야!!? 존!? 내가 있었어!! 내가 있었다고!!!"


고함치는 나를 무시한 채, 존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네. 사라졌습니다. 고맙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나는 또 다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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