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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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괴담] 들러붙은 여자 ~ 8 ~ (0) 2010/06/24 PM 12:57


존은 소파에 앉아서 지금 일어난 사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형님.

창 밖에 있던 형님은 그 여자, 나나코가 만들어낸 형님의 분신입니다.

그 분신과 접촉하면 확실히 죽습니다. 흔히 말하는, '도플갱어'라고 하는 놈이예요.

이건 그 여자가 형님을 진심으로 죽이러 왔다는 증거입니다.

도플갱어의 살상능력은 비정상적으로 높습니다.

아마도, 그 여자는 형님을 천천히 괴롭히다가 죽일 생각이었지만,

우리들이 나타나는 바람에, 그래서 서둘러 죽이려고 한 것 같습니다.

이제와서 말이지만, 형님 안에 사장님특제 방화벽을 쳐두었어요.

평범한 악령이었다면 꼼짝도 못했을 겁니다.

그걸, 그 여자는 가볍게 돌파해서 형님의 분신을 만들어냈어요.

더 나쁜 일은, 나는 형님의 분신을 보려고 해서 본게 아닙니다.

그 여자가 강제로 보게 한 거예요. 즉, 나도, 어느샌가 여자에게 침범당하고 있었던겁니다.

아까 그건 사장님께 부탁해서 쫓아냈지만, 지금 나에게는 저것을 쫓아낼만한 능력이 없습니다.

제가 가장 충격받은 것은 꿈속이 아닌 현실에서, 그렇게까지 리얼한 형님의 분신을 만들어내고

우리 둘에게 동시에 보여줬다는 겁니다. 게다가 저는 그 조짐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요.

그 여자가 저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뼛속깊이 알게 됐습니다."


거칠게 숨을 내쉬며, 존은 분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내 몸은 여전히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존의 얘기가 나의 공포심을 더욱 부추겼다.

나는 존에게 소리쳤다.


"그럼, 어쩌란거야!!?"


존이 고개를 숙였다.


"어쩌면 좋죠...."


존은 머리를 움켜쥐며 괴로워했다.

지상 20층에 위치한 호화스러운 호텔 룸.

예쁜 인테리어가 장식된 이 방에 어울리지 않는 두 남자.

한 명은 공포로 떨고있고, 한 명은 머리를 감싸쥐고 괴로워 하고 있다.

나와 존이다.

우리들은 적의 강함에 큰 타격을 입었다.

내 마음은 절망감으로 가득했다.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방법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존, 서민대출도 좋고, 사채도 좋아...

돈을 빌려서 200만엔을 만들어올테니까, 사장님에게 제령을 부탁해줘..."


존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무리예요, 형님. 사장님은 한 번 말한건 절대로 굽히지 않습니다.

저에게 제령을 하라고 말 한 이상,

설령, 제가 죽거나, 형님이 죽더라도 사장님은 손대지 않을꺼예요."


나는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지금 장난하냐!! 내 목숨이 걸려있다구!!!"


"형님"


"200만이 부족하면, 300만이라도 만들어올께!!

그러니까 좀 도와줘!!!"


"형님!!"


존이 소리를 지르며 일어섰다.


"저를... 믿어주세요"


"너를... 믿으라고...?"


존은 진지한 눈으로 나를 봤다. 그 날카로운 눈빛에 나는 당황했다.


"나는 형님을 지킬겁니다. 내가, 형님을 반드시 구해낼겁니다.

그러니까, 저를 믿어주세요. 나는 형님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었어요.

설령, 내가 죽더라도.... 형님은 반드시 내가 구해냅니다."


나는 곤혹스러웠다. 이 녀석, 왜 이렇게까지 하는거지..?


"니가 그렇게까지 나를 지키고 싶어하는 이유가 뭐야? 너도 위험하잖아."


존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들은 제령을 할 때, 대상자의 수호령의 힘을 빌립니다.

즉, 형님의 아버님이시죠.

형님의 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존이라는 이름... 형님이 예전에 기르던 개랑 같은 이름이던데요.

아버님, 웃으셨어요.

나는 정에 약하니까, 형님의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아버님께 영향을 받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지금은... 형님이, 진짜 저의 형처럼 느껴져요..."


"너.."


"형님을 지키고 싶어하는 아버님의 마음은 진짜예요.

아버님은 돌아가시기 직전에 형님과 따님, 부인을 생각하셨습니다.

미안하다. 그런 마음으로 가득했어요.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아버님을 형님과 가족을 필사적으로 지키고 계신겁니다.

나는 그 마음에 부응하고 싶어요."


그것을 들은 나는 다리가 후들거려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존이 내 어깨를 잡았다.


"나를... 믿어주세요"


내 어깨를 잡은 존의 손은, 따뜻했다.

깊은 밤. 나는 잠들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게 되는 것이 무서웠다.


"존, 아버지는 괜찮은거야? 그 여자랑 싸우고 계시는거잖아?"


존은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대답했다.


"그 여자는 형님만이 아닌, 형님의 가족에게도 손을 대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형님을 지키는건 제게 맡기시고,

아버님은 가족들을 지키는데 전념하고 계십니다.


나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맙소사... 그 여자, 내 가족에게까지...."


"괜찮습니다. 아버님이 지켜주실거예요"


나는 컵에 담겨있던 물을 마셨다.


"저기, 존. 내 수호령이 아버지라는건, 대충 알것같아.

근데, 너의 수호령은 없는거야?"

그게... 너, 가족이 없다고 했었잖아..."


"있어요. 제 수호령은 사장님이예요"


"뭐어? 야, 사장님은 살아있잖아"


"수호령이나 악령이나 살아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상관없어요.

그냥 영혼이라고 하면, 죽은 사람을 떠올리겠지만, 틀려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악령은 자신의 감정이나 의지에 의존해서 존재하고,

수호령은 따뜻한 기억에 의존해서 존재합니다.

제 안에 사장님의 따뜻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 안에서 사장님이 형성되어

내 수호령으로써 존재할 수 있는겁니다.

이건 나만이 아닌, 일반 사람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나는 컵에 담긴 물을 바라봤다.

이 녀석을 만나고서는 불가사의한 얘기만 듣게 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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