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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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괴담] 들러붙은 여자 ~ 9 ~ (0) 2010/06/24 PM 01:02


갑작스런 초인종 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나는 깜짝놀라 소파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이런 시간에 누구지?"


존이 일어서서 현관으로 향했다.


"야, 괜찮은거야!? 그 여자 온 거 아냐!?"


존은 미소지으며 "괜찮아요" 라고 대답했다.

현관문을 열자 사장이 서 있었다.

사장은 방으로 들어와 소파에 앉더니 담배에 불을 붙였다.


"상태는 좀 어때? 청년 노숙자씨.."


하.. 청년 노숙자씨라.. 왠지 이 사람에게는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존이 유리잔에 와인을 따라 사장에게 건냈다.


"이렇게 밤 늦게, 무슨일이세요, 사장님?"


"아, 니가 메일로 보낸 기회서 말야.. 읽었어. 줄거리는 나쁘지 않았어"


"감사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착각을 하고 있어"


"착각?"


존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뭐, 어쩔수 없지. 나조차도 조금 전에서야 눈치챘는걸.

네가 깨닫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어떻게 된 겁니까? 사장님?"


사장님은 재떨이에 담배 재를 털었다.

긴박한 분위기가 방안에 가득했다.

사장은 와인이 담긴 유리잔에 입을 댔다.

레드와인이 들어있는 잔을 유연하게 다루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좀 전에, 이 청년 노숙자씨의 도플갱어가 나타났다는 거지?"


"네, 제게도 강제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저한테도 손을 댔던것 같습니다."


존은 분한 얼굴을 했다.


"나는 니가 실습을 시작할때, 안정장치로 청년노숙자씨에게

미리 방어벽을 쳐놨었어. 만일을 대비해서 말야.

하지만 그걸 돌파했고, 그 뿐만아니라 녀석은 도플갱어까지 만들어냈다.

내 판단으로, 그 지저분한 여자에게 그런 힘은 없었을 터.

위화감을 느꼈니, 존?"


"확실히 저도 놀랐어요. 설마 사장님의 방어벽이 뚫릴 줄이야...

하지만, 위화감이라니 뭘 말씀하시는 거예요? 뭔가가 있는건가요?"


사장은 담배를 깊게 들이마셨다.


"그 지저분한 여자가 중심이긴 하지만, 본체는 아니라는 거야.

나조차도, 조금 전까지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본체는 깊은 곳에 있다.

아마도, 그 녀석은 죽은 사람이 아닌, 살아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아.

게다가 실력이 좋은 사람이지. 우리가 생각했던 거 이상으로 뿌리가 깊다는게 문제야."


나는 아무말 없이 애기를 듣고 있었다. 점점 터무니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본체쪽은 나에게 맡겨. 이 놈은 청년노숙자씨가 의뢰한 범주를 넘어섰어.

무보수로 일하는건 싫지만, 할수 없지. 방치하면 너무 위험해.

다만, 지저분한 여자랑 세 명의 남자는 존, 네가 책임지고 제령하도록.

알겠어? 정령( 浄 霊:영혼을 정화한다)은 하지 않아도 돼. 제령하는 것에만 전념해.

알겠어, 존?"


사장은 그렇게 말하고는 유리잔의 와인을 유연한 손놀림으로 다 마셨다.

사장이 방을 떠난뒤, 다시 나와 존. 둘 만 남았다.

떠나기 전 사장은 이런말을 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아버지 성묘를 가도록 해. 쓸쓸해 하고 있었어.

그리고, 좀 자도록. 눈밑에 다크써클 좀 봐."


그러고보니 요즘 너무 많은 일이 벌어져서 제대로 아버지의 성묘를 가지 못했다.

이 소동에서 무사히 살아남는다면, 아버지의 성묘를 가야지.. 난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소파에 앉아 잠시 넋을 놓고 있었다. 어쩐지 너무나 지쳐버렸다.

잠드는 것이 무서웠지만, 밀려드는 졸음을 이길 수가 없었다.

어느샌가 잠에 빠져들었다.


나는 어딘가의 빌딩 옥상에 서 있었다.


"여긴 어디지?"


심야의 빌딩 옥상. 차가운 바람이 불어 왔다.


"존!? 이봐, 존!!?"


큰소리로 존을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던 중 옥상 구석에 뭔가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 순간,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나는 힘없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바닥에 쓰러진 나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구의 남자가 내려다보고 있다.


"뭐야.. 너...?"


남자는 쪼그리고 앉아 나의 머리카락을 잡았다.


"발버둥 치치마. 왜 고분고분하게 죽지 않는 거냐."


남자의 뒤쪽으로 미친여자와 의사, 경찰관, 간호사의 모습이 보인다.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았다.


[ 나조차도, 조금 전까지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본체는 깊은 곳에 있다. ]


나는 사장의 말을 떠올렸다.

이 녀석이군. 나는 직감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네놈이냐!!!! 네 놈이 나를!!!!"


남자가 내 얼굴을 바닥에 세게 내리쳤다. 내 머리에서 미지근한 것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나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용서할 수 없었다. 어떤일이 있어도, 나를 이 소동에 말려들게 한 이 놈을 용서할 수 없다.


"네 놈만은.... 네 놈만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


남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네가 나를 용서하고 말고가 아니지. 너를 죽일지 살릴지가 내 손에 달렸는데.

귀찮은 남자(오카마)를 잘도 끌어들였더군. 나도 무지 열받았어. 폭발 직전이야.

이제는 네 가족까지 죽이지 않으면, 여동생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고...

순순히 죽었으면 좋았을 걸, 일이 곤란해졌어."


남자는 이를 악물고, 그렇게 말했다. 나는 남자의 멱살을 잡았다.


"가족에게 손대는것 만큼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남자는 내 팔을 뿌리쳤다.


"네 아버지도 똑같은 말을 하더군. 부자가 고집도 정도껏 부려야지.

이제 됐어. 나도 진심으로 너를 죽이고 싶어졌다."


내 뒤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그곳에는 내가 있었다. 도플갱어였다.


[ 형님, 녀석과는 절대로 접촉해서는 안됩니다!!

접촉하면 나도 사장님도 형님의 목숨을 구해줄 수 없어요!! ]


나는 전력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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