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건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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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괴담] 제 말 좀 들어 보십시오 ~ 7 ~ (1) 2010/06/24 PM 03:41


-옛날에 한 제자가 큰스님에게 물었다.


"큰스님, '개' 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없다."


며칠이 지나고 제자가 다시 물었다.


"큰스님, 부처님께서는 벌레처럼 한낱 미물도 불성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헌데 어찌 스님께서는 개에게 불성이 없다고 하십니까?"


"없다."


이것이 그 유명한 '무' 자 화두의 일화였다.

어째서 스님이 '없다' 라고 했는지 그것을 생각해야 한다.

밥 먹을때나 용변 볼때도 생각하고, 자기전에도 생각하며 경지에 오르면

꿈속에서도 붙들고 늘어 질 수 있어야 한다.


'없다 없다 없다 없다 없다 없다...'


그 날 부터 기원의 머릿속은 오직 이 단어로만 채워졌다.

끼니 때가 되면 동굴 근처의 솔잎을 뜯어 먹었다.

잠은 하루에 세시간 이상을 자지 않았고, 오로지 화두공부에만 전력을 쏟았다.

그렇게 계절이 바뀌고 가을이 찾아왔다.


'없다, 개한테는 불성이 없다... 하지만 미물에게는 있다.'


'불성이 없다가 아니라 답이 없다는 것인가... 그럼 두번째 물음엔 왜 없다라고 했을까?'


'두번째도 답이 없는가? 그럼 앞의 없다와 뒤의 없다는 같은 것인가...'


'아니지.. 스님한테 직접 물었으니 대답의 대상이 달라...'


'그럼 결론은 둘의 없다가 다른 의미라는 말인데.....'


'내가 완전 헛짚는 건 아닐까?'


'스님은 우연히 없다 라고 내뱉었는데, 때마침 제자가 질문한 시기와 겹친건 아닐까?'


'아니야, 말도 안돼... 다시 생각 해 보자'


'없다 없다 없다 없다...'


기원의 머릿속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지만... 겉으로는 조용히 호흡할 뿐이었다.

점심때가 되자 기원이 가부좌를 풀었다.


'없다 없다 없다 배고프다'


"흐흐..."


기원이 씨익 웃으며 동굴 밖을 나섰다.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여름옷을 걸친 기원이 몸을 떨며 솔잎을 땄다.

기원의 행색은 매우 지저분했다. 수염이 제멋대로 얼굴을 덮었고 볼살이 빠져 광대가 돌출되었다.

하지만 얼굴은 야위었어도 눈빛은 터질 듯 했다.

솔잎을 씹으며 물끄러미 나무쪽을 바라보던 기원이 깜짝 놀랐다.


'어라? 초록잎이 다 사라졌어...'


단풍이 들면서 초록잎들이 죄다 울긋불긋하게 변해 있었다.


'초록잎은 없고, 왜 다른 것들이 있지?'


충격을 받은 기원이 동굴안으로 들어 가 버렸다.


'없다... 초록잎이 없어... 없다, 없다'


기원은 가부좌를 틀고 하염없이 생각에 빠졌다.

한참을 생각하던 기원이 눈을 떴다.


'아 맞다... 없어진게 아니라 색이 변한 거였어..'


'하하... 이런걸 다 까먹고 말야 ...'




시간은 흘러 흘러 겨울이 다가왔다.

그 날도 '무'자 화두에 매달리던 기원이 벌떡 일어섰다.


"우아아아아!!!"


그리곤 갑자기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뛰쳐 나갔다.

밖은 꽁꽁 얼어 있었고, 차가운 한기가 온 몸으로 침투했다.


'어째서... 어째서 진전이 없는걸까.....'


기원이 절망적인 표정으로 뇌까렸다.

쭉쭉 뻗어가던 기원이 정체 된 것은 두달 전 부터였다.

하나의 벽이 앞을 가로 막았는데, 도저히 넘을 수가 없었다.

기원의 눈이 멍하니 나무를 향했다.


얼마나 있었을까... 주위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


기원의 멍한 동공이 변화를 보였다.

처음에 약한 파문을 그리는가 싶더니 점점 크게 떨렸다.

떨림은 눈에서 얼굴로, 얼굴에서 온 몸으로 확산되었다.


"없다..."


나무에 잎에 없었다.

초록잎은 변했지만, 사라지진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완전히 없어진 것이다.

있는게 당연했던 잎이... 응당 그자리에 매달려 있어야 할 잎이 없어져 버렸다.

머리속에서 무언가 폭발했고, 곧 어마어마한 희열이 밀려왔다.

예전에 읽은 성철스님의 오도송이 떠올랐다.




황하수 곤룐산 정상으로 거꾸로 흐르니

해와 들은 빛을 잃고 땅은 꺼지는 도다

문득 한 번 웃고 머리를 돌려서니

청산은 예대로 흰구름 속에 섰네.




다시 2년의 세월이 지났다.

기원이 머물던 산신각을 향해 중 하나가 오르고 있었다.

동굴앞에 도착한 중이 고래고래 소리치기 시작했다.


"네 이놈!! 죽었는지 살았는지 당장 나와 보그라!!"


우렁찬 목소리의 주인은 폭포암 주지스님이었다.

스님의 호통에 기원이 밖으로 나왔다.


"스님의 울화가 이리도 크니, 열반이 머지 않았군요.."


동굴에서 봉두난발의 거지 하나가 나왔다.

코를 찌르는 악취에 스님이 인상을 찌푸렸다.


"니 놈 뱃속 같이 고약한 냄새가 진동을 하는 구나.... 그래 공부는 어찌 됐노?"


"이제 겨우 산에 올랐습니다"


기원의 눈빛은 맑았고, 목소리는 청아했다.


"혼자서 제법 길을 찾았구만.... 역시 광허한테 안 보내길 잘했지.."


스님이 기원을 유심히 살폈다.


"헌데 이까지 무슨일로 오셨습니까? 제 공부는 아직 멀었습니다"


"아 참... 니 지금 내 따라 내려가자!!! 갈 데가 있다."


"싫습니다.."


기원의 거절에 스님이 슬며시 웃었다.


"내 니 맘 다 안데이, 하지만 지금부터는 혼자 공부하면 위험한기라."


"위에서 끌어 댕기는 스승이 있어야 길을 안 헤매제?"


"하지만... 전...."


"잔말 말고 따라오너라...... 으구 냄새야!!"


스님이 기원의 손을 끌고 억지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목욕을 한 기원이 스님앞에 앉았다.


"보현사로 가라구요?"


"그래... 거기 큰스님이신 법진 스님께서 보살펴 줄끼다."


"굳이 그렇게 멀리 갈 필요가 있나요? 성철스님도 혼자서 수행하셨잖아요?"


"주둥아리 몬 다무나.. 니 까짓게 성철스님하고 비교할끼가.."


"잔말말고 내 시키는대로 하그래이, 니 한테는 지금부터가 중요한기라.."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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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다음꺼 빨리올려 주세요ㅜㅜ

현기증난단 말이에요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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