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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 "눈먼 자들의 국가" 박민규 편 (0) 2014/11/01 PM 05:56
많이들 보셨겠지만 너무 좋고 잘 정리된 글이라 안본분 계시면 한번 읽어 보시라고 가져와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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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 "눈먼 자들의 국가" 박민규 편
타서는 안 될 배였다.
일본에서 18년이나 운항된 낡은 배였고 무분별한 규제 완화를 통해 수입된 선박이었다. 수리는 늘 땜빵으로 이뤄졌고 무리한 개조와 증축이 배의 무게중심을 높여놓았다. 더 많은 화물을 싣기 위해 배의 균형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평형수가 상당량 빠져 있었다. 선장은 비정규직이었고 일등 항해사와 조기장은 출항 전날 채용된 직원이었다. 선사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출항 직전 선박직 선원들이 출항을 거부하며 애걸복걸했다고 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선장의 상태도 평소와 달리 불안해 보였다. 세월호는 국가 보호장비로 지정된 배였고 국내 이천 톤급 이상 여객선을 통틀어 유이하게 유사시 국정원에 우선 보고를 해야 하는 배였다. 아개가 많이 낀 밤이었다. 다른 여객선의 출항이 보두 취소된 상황에서 그날 밤 인천항을 출발한 배도 세월호가 유일했다. 다음날 배는 침몰했다. 예견된 사고였다고,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배였다고 모두가 말했지만
그런 배를 탔다는 이유로
죽어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침몰해가는 배에서 제일 먼저 빠져나온 것은 선장과 선원들이었다. 해경 123정은 기울어가는 배 주위를 돌기만 하다가 딱 한 번 접안을 하고 그들을 옮겨태웠다.승객들의 출입구가 있는 선미로는 가지 않았다. 옷을 갈아입어 몰랐다고는 했지만, 일반인의 출입이 원천적으로 통제된 선수 쪽 조타실이었다. 아니, 그마저도 나중에 거짓임이 드러났다. 선원임을 알았고, 그들은 족집게처럼 478명이 타고 있는 배에서 선원들만 빼내왔다. 그러고 두 번 다시 접안하지 않았다. 승객들은, 또 아이들은 배 안에 갇혀 있었다. 가만히 있으라는 선장의 명령을 따랐기 때문이다. 승객들은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선장과 선원들, 또 해경은 탈출하라는 말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 오로지 스스로의 힘으로 배를 빠져나온 승객들만이 가까스로 헬리와 보트에 오를 수 있었다. 엄밀히 말해 구조가 아닌 탈출이었다. 해경은 끝내 선내에 진입하지 않았다. 의자로 창문을 두드리는 아이들의 외침도 외면했다. 그리고 배는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바다는 잔잔했다
그래서 더, 잔혹했다.
보다 잔혹한 일은 그 뒤에 일어났다. 배가 침몰한 상황에서, 일 분 일 초가 아쉬운 그 상황에서도 구조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장에 집결한 수백 명의 실종자가 가족들이 애원하고 오열해도 해경은 구조를 하니 않았다. 아니, 하는 척만 했다. 항의하는 유가족들에게는 거짓말을 둘러댔다. 결코 사실이어선 안 될, 괴담이라 치부되던 소문들이 대부분 나중에 사실로 드러났다. 언론은 종일 가능성과 희망을 떠들었다. 에어포켓이며 골든타임, 정부가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속보들이 매체를 장악했다. 전부 거짓말이었다. 구조대원의 사상 최대의 수색작전을 벌인다는 기사도 있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거짓말이었다. 구조는 없었다. 아니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장을 통재한 해경은 적극적으로 골든타임의 구조를 가로막았다. 해군과 119구조단, 각지에서 모여든 민간잠수사들....어느 누구도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 수 없었다. 심지어 해군참모총장이 두 번이나 명령을 내린 통영함도 현장에 투입되지 못했다 이는 감히 해경이 저지할 사안이 아니었다 구조를 전담한 것은 한 민간업채였다. 선사와 계약을 맺었으며 이런 일은 민간업체가 더 전문적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그렇게 골든타임이 지나갔다. 그리고 더는 , 누구도 구조될 가능성이 사라진 어느 날(한 달 후) 논란이 불거지자 그 민간업체의 이사가 tv에 나와 말했다. 우리는 사실 구조업체가 아니라고, 우리는 인양을 하러 온 업체라고, 그가 말했다. 그럼 구조는 누가 맡은 거냐는 질문에
구조는 국가의 업무죠.
라는, 너무나 당연한 답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그럼 여태 국가는 무얼 했단 말인가? 가라앉은 배보다 더 무거운 의혹이 우리를 짓눌렀다. 무엇 하나 이상하지 않은 게 없었다. AIS 항적이며, 교신 기록이며, CCTV며....아무튼 침몰한 배에 관련된 기록들은 없어거나, 불분명하거나, 조작되거나, 공개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아무도 그 의문에 답하지 않았고 누구도 이 일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당연히 구조는 국가의 의무였으므로 국가에 대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잔혹보다 끔찍한 의혹이었다. 악마를 보았고 우리는 외쳤고 미안하다고, 잊지 않겠다고 울며 조문했다. 이것이 과연 나라인가? 기울어가는 배의 갑판에 모두가 서 있는 기분이었다. 일찌감치
제일 먼저 배를 빠져나간 것은 대통령과 청와대였다.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라는 말로 일찍 못을 박았고 이 말은 감사원의 입을 통해 또 국정조사에 임한 대통령 비서실의 입을 통해 수차례 언급되었다. 아니, 그보다 청와대는 tv 뉴스를 보고 사고 소식을 처음 접했다고 했다. 안전행정부 상황실도 국정원도 YTN 뉴스를 보고 사고를 알았다고 했다 같은 시각 나는 세탁소에 맡긴 옷을 찾으러 갔다가 뉴스를 보았는데, 말인즉슨 나와 세탁소 김씨와 김씨의 부인인 안씨와 정부가 동급이란 애기였다. 국정원의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것은
실은 매우 이상한 거짓말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했다 대통령은 모든걸 바꾸겠다고 했고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자신에게 있다고 했다. 그리고 마치 결백(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아니었다는)이라도 증명하듯 최종 책임이 아닌 최우선 책임을 져야 할 해경을 해체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독단적이고 강렬한 처벌이었다. 그리고 울었다. 막 울었다.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테지만 6.4.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 어쨌거나 대통령이 사과를 한 이상 이 참혹한 사고의 진상이 곧 규명될 거라 막연히 생각했다. 선거에 출마한 여당 후보들의 외침도 한결같았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 한 번만 설려주십시요. 울먹이며 절을 했다.
전부 거짓말이었다.
참패를 예상했던 여당이 선거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자 상황이 급변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시작되나 이를 가로막은 것은 정부였다. 국회의 거듭된 요구에도 청와대는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청와대 담당자는 "자료 제출을 하지 말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했고, 지침을 내린 자가 누군인지도 끝내 밝히지 않았다. 조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였다. 청와대가 그러하니 다른 기관들의 자세도 성실할 리 없었다. 당신 누구야? 여당 의원은 유가족에게 호통을 쳤고 조사는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새로운 도대체, 왜? 가 성립되는 순간이었다. 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 해놓고 왜 구조를 하지 않았나? 란 질문에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 해놓고 왜 이를 가로막나?란 질문이 추가된 것이다. 몇 가지 성과가 있긴 했다. 이미 버린 몸(해체)해경이 제출한 사고 당시 청와대와의 통화내역을 통해 당시의 정황을 알 수 있었고 어렵게 모셔온 비서실장의 입을 통해 사고가 있은 당일 대통령의 행적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무엇보다 476명이 탄 선박이 침몰한 참사가 일어났느데 아무런 대책회의가 없었으며, 그 위중한 일곱 시간 동안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어디 있었는지 "모른다"는 답변을 했다. 그날 국가는 없었다는 가설이 사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말 그대로 국정"조사"였으므로 국정조사는 그걸로 끝이 났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이 그래서 화두가 되었다.당신 누구야 소릴 들어가며, 퇴장을 당해가며 유가족들이 알아낸 것은 구조를 하지 않은 정부가 그에 대한 진실을 밝힐 의지도 전혀 없다는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이제 누구도 정부를 믿을 수 없었다.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해 여당은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예민하게 반응행다. 대한 변호사협회가 이는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주장이며, 진실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4.16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해도 꿈쩍하지 않았다. 한 여당 의원은 말했다. 유가족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준다는 것은 피해자에게 칼자루를 쥐여주는 것과 같다고, 나는 그에게 묻고 싶다 그럼 가해자에게 칼자루를 쥐여워야 하냐고.
공공의 적이 공공일 때
공공의 적의 공공에게 어떤 혐의가 있을 때
그 공공을 심판할 수 있는 건 누구냐고 묻고싶다.
의혹을 만들고 키운 것은 정부였다. 그리고 갑자기 프레임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3족을 멀한다는 느낌으로 유병언 일가가 부각되었고 결국 유병언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유병언의 시신에 관해서는.....성인의 입장에서 달리 할말이 없다. 아니, 애써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다만 나는 눈이 좀 쓰렸다. 눈이 부실 정도로 과도한 보도였기 때문이다. 제사상에 오른 돼지머리를 보는 듯도 했도, 굿판이란 게 이런 건가 생각도 들었다. 싶은 그럴 사안이 전혀 아니었다. 과도하고 불필요한 흐름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농성중인 유가족들을 향한 공격이 여당 의원들의 입을 통해, 언론과 인터넷과 SNS 를 통해, 애국보수단체의 행동을 통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이런 사안도 전혀 아니었지만, 아무튼 이 불필요한 동작의흐름을 모아보면 정부가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세월호는 사고다.
즉 사고-보상의 프레임이다. 이미 여러 의원들이 같은 맥락의 말을 이어왔고, 이 말은 또 여러 갈래의 뿌리를 내리고 또 내렸다. 누가 놀러가서 죽으라 했어요? 그만큼 했음 됐지, 왜 사고로 죽은 걸 가지고 정부를 물고 늘어지냐. 유가족이 벼슬이냐? 사고 원인은 죽은 유병언한테 멀어봐라. 차 타고 가다 죽으면 대통령한테 가서 항의하냐? 세월호는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다. 아무튼 또..... 기타등등, 나는 문득 김보성을 떠올렸는데 이것이 논리라기보다는 의리라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렇다
지금 누군가가
세월호가 으리으리한 사고로 정리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만약 이 나라가 침몰한다면
그 원인은 의리일 거라 나는 믿는다
의리 아닌 의리로 유지되는 집단 두 개를 나는 알고 있다. 군대와 마피아다. 윤일병 사건과 세월호는 여라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지도자(국방부장관)가 뉴스를 보고 사건을 알았다는 점. 유가족의 손으로 진실을 밝히지않으면 그대로 묻혀 넘어간다는 검, 수십년간 이런 일들이 있어왔으나 어떤 적폐도 실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 관피아며 해피다, 이런단어들이 비로소 수면에 떠올랐지만 나는 그 정점에 정권이 있다고 생각한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닪다. 진보는 분열로 망해도 보수는 부패로 망하지 않는다. 분열엔 의리가 없지만 부패엔 의리가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사실 30년 전 한 여가수의 노래 속에 처음으로 떠 있었다.<아, 대한민국>이란 노래였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 강물에 떠 있던 그 유람선.....바로 유병언과 세모해운의 출발이었다. 그는 바로 정권과의 의리를 쌓아나갔다. 그 의리 때문에
오대양 사건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고 <아, 대한민국> 속에 떠있던 그 유람선은 30년 뒤 세월호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여기서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세월호의 키워드를 말해야겠다. 그것은 "민영화"다. 세월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국선급이며 이런저런 각종 조함들의 이름을 기사에서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제 이것을 단순한 비리, 유착으로 보아서는 관란하다. 예컨대 30년 전 세모의 뒤를 봐주던 공무원이 진급을 하고 퇴직을 했다면 그는 순순히 그 권익을 손에서 놓고 싶었을까? 아니면 어떤 단체를 만들어 자신이 해왔던 정부의 역할을 민간이 대행하는, 그런 길을 걸었을까? 그럼 이런 예는 또 어떨까? 세월호를 검사했던 한국선급은 주로 퇴임한 해수부에 관리들이 요직에 앉는 비영리단체인데, 경제활성화와는 매우 동떨어진 "비영리"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지난해 박근혜 정부로부터 "대한민국 창조경제 대상'을 수상했다면.....어떨까? 실제로 한국선급은 대한민국 창조경제 대상을 수상했고, 이는 비단 해운업계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끊임없이 정부의 업무는 민영화되어가고 있다. 때로 정부의 형태를 빌려 민영화가 진행될 수도 있다. 예컨대 정권의 핵심이 어떤 정책을 세워 특정 기업이나 업종에 정부의 업무를 맡긴다면, 혹은 판다면....또 예컨데 국정원과 같은 국가 주요기관이 어떤 특정 세력에 의해 실은 민영화된다면.....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다시 세월호는 사고다, 라는 명제로 돌아가보자. 자꾸 사고,사고, 해서 하는 말인데 그렇다. 이제 겹쳐진 두 장의 필름을 분리할 때가 되었다. 세월호는 애초부터 사고와 사건이라는 두 개의 프레임이 겹쳐진 참사였다. 말인즉슨 세월호는
선박이 침몰한 '사고'이자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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