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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회생일지] 회사살리기 1년간 (17) 2016/03/12 AM 03:15
출가를 준비하다가 지금 회사에 들어온지 만 1년이 넘었습니다.



바로 본론 갑니다.




입사전부터 상황이 최악인건 알고있었습니다.
이미 신용평가분석서 수년분을 구입해서 내용을 다 파악한채 사장님을 만났으니까요.

당시에는 정확한 재정상태를 알 수 없었지만
회사에 여유자금은 커녕, 무얼 헐어서 직원들 월급을 구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영업을 해야하는데, 일본고객에게 전화하기만 하면
"너네 우리랑 일하기 싫다고 그랬다"
"제조설비 크기가 너무 안맞아서 재미없다며"
"니 전임자가 가끔 만나서 회사돈으로 술이나 먹고, 일은 하지 말자고 하더라"
"시장상황도 안보고 견적만 비싸게 제출하는데도 설비이용하기 좋을거 같아서 일감 줬더니 품질도 거지같고 납기도 어기고... 너네한테 일 맡겼다가 뒷처리비용이 더 크게 깨졌다"

이런 상황이었습니다.
정말 미치고 환장하겠지요.


단순한 영업능력의 문제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회사는 이전 회사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성의 경영문제를 총체적으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직원들은 정말 (바뀌어야 산다) 라는 의식만 최고였으며
전문성/리더십/팔로워십/사업전략 등 전 분야가 좋지 못한 상황이었어요.

첫째. 전문성이 부족한 직원이 나이만 쳐먹어가지고 완장을 꿰차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한두명이 아니었어요.
둘째. 내가 하는 일이 타부서나 타인에게 어떻게 영향되어지는지, 내가 작업한 후 다음 사람이 어떤 작업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의 노력이 철저할만큼 없었습니다.
셋째. 원가개념을 편협한 부분논리로 이해하고는, 나이와 직급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미치겠습니다.
제가 정말 싫어하는 요소들이 저렇게 많았어요.
하지만, 출가를 염두에 두고 회사를 뛰쳐나왔을 때 생각이 떠올라 내 자신을 버티게 한 것 같습니다.
"사장님만 통하면 다 할 수 있다"
"변화는 당연히 어렵다. 인정하자. 하지만 불가능한것은 아니다"
저는 진심으로 이렇게 믿습니다.



입사직후 상황은 정말 한심했습니다.
년간 100~150벌 정도를 출고해내던 예전회사와 달리
영업상황은 최악이었고, 금형수주는 바닥을 달렸으며
연락하는 고객들은 모조리 외면하였습니다.

그나마 수주받아 육성중인 금형들의 제품을 보면 형편없었고
고객은 품질을 외치고, 회사직원들은 "그만하면 쓸만하다" 라면서 아주 고객 떠나라고 무당불러서 굿이라도 하는줄 알았습니다.


게다가 경영난이 오래된 회사의 공통된 특징
"지출에 소극적이 된다"


영업을 해오면 일을 풀어야 하고
일을 풀기위해서는 좋은 기계와 직원과 기술과 기업문화가 있어야 하는데

설계는 소프트웨어도 부족하고, 인력도 부족하고, 그나마 인력이라고는 사람수만 채워놓은 수준의 초보들이 수두룩했으며, 시간되면 경쟁하듯 칼퇴근하고, 업무전문성에 대한 연구활동도, 연구의지도 없고, 그러한 문제를 지적하면 조직환경문제를 책이라도 몇권 써낼 것 처럼 주르르르륵 이야기 하지만, 결국 어떠한 개선활동도 하지 않고는 인권과 노동법을 내세우며 "내일의 일은 사장니가 생각할 몫이지" 라는 태도로 업무를 외면하는것이 당연했습니다.

기계는 노화되어 이게 과연 정밀공작기계인지, 애들 장난감인지 알 수 없었고
가공기술자들은 지칠대로 지쳐서 개선건의는 이미 포기상태였고, 금형특징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태도로 일관하면서 (가공은 치수만 맞으면 된다)라고 썩어빠진 30년전 개소리나 되읊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 공구를 여러 기계에서 돌려쓰는 상황이었으니, 정밀도관리고 나발이고 기대하면 그게 병신이었어요.

조립생산팀에 가보면, 고객을 욕하기 일쑤고, 사출에 참여시키려고 하면 현장일이 바쁘고 사출은 영업이 알아서 할일이라며 버티고, 고객과의 약속시간이 있는데 "커피한잔먹고, 담대한대 피우고"를 당연하게 생각하며
내가 상황이 바쁘다고 설명하면 "무슨 회사가 담배도 못피우게 하냐"라면서 역성을 내고
회사와 고객과의 관계에 어떻게 흘러가지는 나는 모르겠고, 자기가 20년전 배웠던 기준까지만 금형을 만들어주면 잘하건데, 왜 영업은 저런 나쁜 고객들만 가져오냐면서 불만이었습니다.




하지만 바꿀 수 있습니다.
저는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장님이 말이 통한다"
"적어도 이 사람들은 입으로라도 변화를 말한다"


우선 걸림돌이 되는, 이기적이고, 문제가능성을 단편적으로 단정짓고는 다른 가능성을 쉽게 배재해버리는 습관을 가진 생산팀장 한명을 잘랐습니다.
그냥 어느날 갑자기 자른게 아니라, 조립을 맡긴 금형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통찰해낸 정보들로
사람의 특징을 알아내고, 개선을 시도하였으나 자기방어를 위해 고객유치에 극적으로 불리한 행동들을 거침없이 하였기에, 이를 보고하고 여러사람이 지켜보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도태되게 만들었습니다.

16년 현재, 결국 이 담당자가 맡았던 금형들은 금형수주비 만큼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고객과의 관계도 완벽하게 박살나서 다음 일이고 나발이고, 지금 소송당하지 않으면 다행인 상황입니다.
잔금도 떼이게 생겼습니다.

다음은 매번 투덜대면서 불평불만이 많고
"안돼는 이유"를 몇시간씩 설명하지만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주는 역사가 없는
설계캡틴을 잘랐습니다.


하지만 사람한둘 잘랐다고 풀릴정도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현장담당자들의 품질의식은 최악이었고
품질을 악화시키는 (배려없는 기계가공)의 문제로 정밀하게 조립되어야 하는 부품들이 달그락달그락 흔들릴정도로 공차가 심했으며, 매번 그런 상황이 되면 불평불만을 하면서 용접수리는 하지만, 기계가공 담당자들에게 자기 작업을 위해 금형의 특징과 남김공차등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전무하였습니다.

아니 그런 의식 자체가 없었습니다.




저는 메신져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 업계뿐 아니라, 학력이 낮고 폐쇠적인 조직에서
1. 젊은 인재
2. 고분고분한 저자세
3. 성실한 이미지

이것은 정말 최고의 조합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욕하고 소리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채이는 모습으로 보이는데
이 단순한 사람들은 위와같은 저자세의 젊고 성실한 사람에게 솔직해 지거든요.

저는 그런 이미지의 사람입니다.
물어보기 시작합니다.
"이정도면 0.05mm 정도 틈인가요? 이 틈은 원래 필요한건가요? 꼭 맞아야하는건가요?"
"가공을 아래에서 치고올라가면서 깎은거랑 아래로 눌러내려가면서 깎은거랑 뭐가 더 조립이 잘 되나요?"


자 이제 슬슬 진심이 풀려나오기 시작합니다.
글 시작에 써놓은 회사 문제점들의 요약은
이 시기에 대부분 파악하였습니다.


그리고 반년이 지나면서 제 고객이 찾아와서 일을 풀어놨기 때문에
제 입지라고 할만한것이 비로서 제대로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일도 만만하게 보고 고객도 만만하게 보고
무엇보다 저를 만만하게 봅니다.
만만하게 본다는 것은
나이와, 직급과 업력이라는 단순한 숫자를 절대평가가치로 착각하는 한국의 정말 나쁜 문화를 말하는 겁니다.


혹시나는 사실이 되어서
제가 처음 수주해낸 3개 금형의 코어들은 일주일 넘게 한군데 고이 누워서 가공이 진행되지 않았고
팀장도 가공담당도 남에일같이 나몰라라 하는 상황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사장님에게 쫏아가서 현 상황을 알리고는
그자리에서 공장장을 소환해서, 사장님 앞에서 정말 공손한 태도로 사장님을 이용해서 공장장님을 핀잔하였습니다.

이건 기회입니다. 교육기회요.
사장님 앞에서 공장장 하나 핀잔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게 아닙니다.
사실 공장장이 아니라 회사 직원들 전반적인 문제로 인해서 공장장은 내 금형의 가공을 진행시키지 못했던 것이었고
빠르게 경영판단을 하여 외주가공등을 활용할 생각을 하지 못하였던 겁니다.
외주가공을 내보내면, 회사에서 외부로 지출이 발생하니까 무조건 손실이라는 생각이 강한것이
이 업계 사람들의 잘못된 고정관념이거든요.


저는 기회를 잡을 준비가 언제나 되어있는 사람입니다.


전 직원을 모아놓고 교육을 하였습니다.
어렵게 처음 수주한 내 금형이 일주일이나 가공진행 스톱 상태로 누워있었고
처음 들어온 신입나부랭이가 사장님실에 뛰어들어가서 공장장을 소환해서 깨뜨렸으니
알만한 사람들은 결코 좋은 이야기가 아닐거라고 예상했을겁니다.

저 역시 교육콘텐츠를 내놓는 순간까지, 침묵과 불편한 표정으로 일관하여 불안감을 유지했습니다


그래야 고작 신입사원 나부랭이가 하는 말에 집중할테니까요.



하지만 컨텐츠는 직원에 대한 나쁜평가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1. 내가 끌고온 고객이 년간 금형을 발주하는 총량
2. 고객이 어떤 사업을 하는지, 수익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직원과 공장은 어떤지, 고객의 고객은 어디인지
3. 우리가 만드는 차종이 무엇인지, 지금 만드는 부품이 실제 카탈로그 어디에 있는지, 그 차량이 년간 몇대나 팔리는지
4. 나와 고객과의 관계가 어떠한지, 어떻게 이 회사에 끌고왔는지
5. 고객이 무엇때문에 우리에게 일을 주는 것인지

이런 것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제시한 비젼은
1. 항상 같은형상부분, 같은특징의 제품을 정기적으로 수주 할 것이며
2. 우리회사에서 단 한번도 없었던, 해외 고정거래처를 만드는게 내 목적이며
3. 고정거래처가 되어, 년간 20~30억을 수주하게되면, 정기적으로 같은 차종의 같은 부품을 수주받기 때문에 실패가능성이 줄어들어 비용이 줄어들고, 품질이 올라가며, 평가가 좋아짐으로써 입지가 확대되고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하더라도 익숙한일을 함으로써 야근시간이 극적으로 줄어들게되고"
"고객과 싸우는일이 없고, 육성기간이 짧아짐으로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차종개발이 뜸한 시기에는 안심하고 칼퇴근하고 가정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우리 밀어주는 고정거래처가 있으니 불안감 가질 필요 없이 여유를 즐길 수 있고, 그러한 시기가 년간 2개월 정도는 있게 될 것이다"


위와 같은데
1년후 지금 돌아보면 이건 아주 큰 효과였습니다.
직원들은 제가 끌고들어온 업체에 대한 기대감이 아주 컸기 때문에
누워있던 금형들은 제조원가를 따지기 이전에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곧바로 외주업체들로 돌고돌아서 가공을 완료하였으며
금형을 잡은 조립팀장들도 "꼭 이 회사를 잡아야 한다"라는 결의를 가지고
서로서로 "이거 꼭 맞춰야 한다"라고 격려하면서, 납기를 맞추기 위해 밤 늦게까지 일하면서도 불만이 없었고
제가 교육도중에 설명한 제품특징을 상세하게 기억하여, 이슈예상부분을 미리 조치해주었습니다.

비록 일정이 몇일 늦어졌지만
우리회사가 당시에 가진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였던거에요.




하지만 우리 수준은 처참했습니다.
한국에서 내 고객금형을 가장 많이 해보았다고 자부했는데
제가 관리한 금형은 타회사와 똑같은 초기품질문제를 재현시켰던 거에요.


해결해야 했습니다.
고객을 무조건 잡아야만 했어요.
내 고객이 아니면, 그 어떤 일본고객도 우리회사에 일을 줄리가 없었습니다.
내 회사는 그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무한정 사출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고치고 사출하고 고치고 사출하고 고치고 사출하고 고치고 사출하고

경영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사출을 할 때 마다 핀잔합니다.
"사출비를 줄여야 한다. 회사돈이 니돈이냐"

하지만, 이건 실패하는 다수가 하는 생각 아닙니까?
제가 그렇게 누누히 절대로 따라해서는 안된다고 하던 (실패하는 방법)을 따라해서는 안되는겁니다.

"이사님, 우리는 기계도 나쁘고 설계도 역량이 없고, 생산기술도 형편없어요"
"여러분이 보기에는 초품치고는 괜찮아보일지 몰라도, 나는 저 회사 금형만 100벌 이상 출고시켰던 사람입니다."
"내 고객이 나로부터 이정도 품질 얻고자 일준게 아니에요"
"사출을 100번 하더라도 반드시 최상으로 고쳐서 고객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고객과 약속한 사출은 5회
제가 작년에 처음 받은 금형의 평균 사출회수는 10회입니다.

고객에게 보여주기전에 반드시 먼저사출해보고 하나라도 더 고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경영에서는 계속 소란을 피우고,
"원가절감"이라는 명분을 내세워서 사출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다수의 의견이 맞을거라는 순진한 생각에 계산되어진 신념을 저버리는 어리석은 행동을 해서는 안됩니다.
한국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아주 많아요.

저는 계산된 신념을 가졌기 때문에 사출을 100번이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한겁니다.
해야합니다.


// 손해를 보려면 지금 보아야 한다 //
// 지금 사출하면서 겪는 문제들을 모조리 다 기억하고, 솔류션을 연구한다 //

"그래야지만, 다음에 똑같은 금형을 제대로 만들 수 있다"
"사출비를 줄이는 길은, 사출을 줄이는게 아니라, 사출할 필요가 없는 고품질 금형을 처음부터 만드는 길 뿐이다"


이 생각을 인정받기 까지 1년이 걸렸습니다.


처음 수주받은 금형이 평균 10회 사출을 하고, 그럭저럭의 품질로 출하되었지만
그 노력을 가상히 여긴 고객으로부터 또 한번의 기회를 얻어냈으니까요.

고객은 저와 같이 술먹고 놀러다녔던 것 때문에 일을주지 않습니다.
절대로요.
저는 두번째 기회를 반드시 100%로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다음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두번째는 4형을 수주받았고
2개는 지난것과 같은 것을, 1벌은 처음해보는 것을, 1벌은 지난 경험중에 가장 어려웠던 금형으로, 내가 그걸 하겠다고 졸라서 받아냈습니다.

왜 가장 어려운걸 골랐냐구요?
한국에서 그 금형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없기 때문이에요.
면이 없이 리브만 있는 제품
이 제품을 안정적으로 양산되게끔, 실패없이 한번에 만들어내는 기술만 익힌다면, 경쟁자가 없어요.

"남들이 서지 않는 길에 선다"
너도나도 탐내는 쉽고 싸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금형은
결국 가격도 점점 떨어지고, 언제든 나보다 뛰어난 경쟁자가 채갈 수 있습니다.

"먼저 도전하고 먼저 실패하고"
"그리고 또 해본다"

그러면 적어도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남들보다 몇십배는 앞서있는게 되는겁니다.


이번에는 제품을 확대해서 구석구석 1mm 영역조차 철저하게 뜯어보면서 지난 제조경험중에서
그 문제점, 특징을 상기해내고, 육성과정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떠올렸습니다.
제품모델링을 받으면 무조건 밤새서 제품만 생각했습니다.

코어를 어디로 쪼개고, 어느방향으로 조립시키고, 밀핀을 어디에 설치할지 등을
제품모양을 인쇄한 종이위에 밤새 그려넣고는, 아침이 되면 설계자에게 설명합니다.

이번 금형은, 작은 부품 하나까지도 모조리 그 구조를 머리속에 집어넣었으며
밀핀 하나도 왜 그자리에 배치시켰는지, 그 이유도 모조리 기억했습니다.
당연히, 거기에 넣으라고 한게 저 이니까요.


설계한 도면이 실제로 가공물이 되어 부품으로 돌아다닐 때
각종 측정구를 주렁주렁 들고다니면서 코어들을 쑤셔보고 다녔습니다.
생각한 모양과 다른 코어가 나왔으면 하나하나 뜯어보고는 확인하고 다녔습니다.


첫번째 차종에서 실패했던 모든 사항을, 단 한개도 빼놓지 않고 기억했고
그것들을 모조리 도면에 적용시켰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제대로 구현되었는지를 보고다녔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깔끔한 게이트절단을 위해서, 이번에는 시작부터 공장장님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이번에는 게이트를 10번씩 다시 만들 각오를 하세요"
"절대로 돈 아깝다고 빼시면 안됩니다"
"내가 만족할 게이트가 나올 때 까지 계속 수정합니다."
"이번차종에서 반드시 게이트품질문제를 100%로 만드는 기술을 보유해야지만, 이후 금형에서 게이트를 한방에 완성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고객평가도 올라가서 금형도 더 많이 받고, 원가도 딱 한번에 끝나기때문에 예측이 됩니다."


저는 손으로 그린 게이트디자인을 들고는 3시간 거리의 설계하는 친구집에 들락거리면서
게이트디자인을 연구했습니다.
사출처에서는 품질좋은 게이트를 쓰레기통에서 훔쳐서 돌아왔고
그걸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디자인의 모든 점,선,면 그리고 R부분과 각도처리부분등을 분석했고
그것이 금형동작간 어떻게 작용할지를 잠자기 직전에 꼭 그려보면서 잠들었습니다.
꿈에서도 연구하고싶었어요.

진자로 게이트코어를 수십번 다시 제작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 차종에서 반드시 완벽한 게이트품질을 만들어야만 했어요.


그리고, 첫 시험사출을 했습니다.
게이트는 칼로 자른 듯 깔끔하게 잘려나갔고
제품에 수십군데씩 발생하던 백화현상은(플라스틱을 접으면 나타나는 백색의 손상자국. 금형에서는 밀핀이 밀어올리면서 발생함) 단 한군데도 없이 제품이 생산되었습니다.
*다른 모든 회사는 같은 금형의 백화문제를 해결하는데, 4~5번 사출하면서 육성을 합니다*

"나는 현상에서 금형생산과 육성을 직접 겪는다"
"그래서 일본에서 사양을 정해서 보내는 사람은, 정작 자기 금형의 사출환경을 나보자 제대로 느낄수는 없다"
"내가 문제를 가장 정확하게 아는 사람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저는 고객에 제시한 구조와 사양을 무시하고는
지난날 4~5번씩 겪어보았던 동일제품 제조경험을 바닥의 한줌 기억까지 짜내어서
처음부터 해결 할 수 있는 금형구조를 연구하느라 매일밤을 지세웠고
견적을 받고, 입영업으로 발주의사를 어느정도 확인한 시점에서
곧바로 금형도면을 그려서 일본으로 날아갔었습니다.

현장에서 얼굴보고 금형도면 펼쳐놓고, 지난날 동일부품 경험과 그 제품고유의 문제들에 대한 해결아이디어를 설명하고 내가 제시한 구조를 관철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는 100% 사라진 금형을 만들었습니다.





2016년 3월 현재
저는 추가로 10형의 금형을 수주받아 제작을 진행중이며
4월달에는 타사금형을 수주하지 말고, 제 고객회사의 금형만으로 우리 공장을 채워주겠다고 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금형이 출고되어야 받는 금형제조비 일부를
금형제작이 되었다는 증명만 되면 선행으로 지급해주겠다고 합니다.

중소기업에서 은행에 손벌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영업사원이 사로잡아야 하는 것은 고객만이 아닙니다.
직원을 고객처럼 여겨야 합니다.
부족한 자원과 비협조적인 설계자원들과, 형편없는 기계와 노하우를 가진 우리 회사는
실패가 많이 발생하여 제조원가가 높아지고, 경쟁력을 상실하고, 고객가치를 깨부시고, 고객과의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자주 생깁니다.

아직도 그래요.
그래서 저는 빨리 퇴근 할 수가 없어요.
생산직원이 헛갈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정리해야 합니다.
금형제조시작과 동시에 금형을 출고한다는 생각으로, 사소한 사양 하나하나까지 모두 미리 장착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고객사양을 모조리 외워버렸습니다.
지나가다가 내 금형 살짝만 보여도, 뭐가 덜되었는지 바로바로 알 수 있게요.

저는 첫 거래부터 사양틀림 지적을 단 한개도 받지 않았습니다.
기계품질도, 조립품질도 나쁜 우리회사가 고객에게 보여줄 것은 성실함 뿐이었어요.
정말 사소한것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처리하려고 밤을 새서 도면을 검토하고, 실물이 나오면
실물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이것이 성과를 내어
조립/생산 직원들이 알아주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지난 1년간 일을 해보니까
다른 회사일은 이리저리 치이고, 불행한 기억이 한가득이지만
내가 주는 일은 완벽하게 정리되어있고, 제조초기부터 관리되어져서 시험동작 시점에서 95% 출하준비가 완료된 상태로 5% 파손위험이 있는 부품들은 구매했는지 확인해보고, 미리 장착해서 제대로 동작하는지 확인해보았으며
고압을 쓰는 HR부품을 동작시키는 배선등의 연결실수는 예측되는 빈번한 문제이기 때문에
시작부터 출하사양으로 완성시켜놓고, 대신 출하사양 연결잭과 테스트기 연결잭이 물릴 수 있도록
중계케이블을 만드는 등
현장 작업자가 1번만 금형사양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작업하면
"나중에" 또는 "잘몰라서" 그리고 "두세번 작업하기 귀찮아서"
누락시키는 경우가 아예 없도록 해버렸습니다.


지금은 모든 생산팀 직원이 이렇게 말해줍니다.
"니가 가져온 그 회사 더 키워서 그 일만 하자"
"내가 니꺼는 10개, 20개를 가져와도, 다 조립해줄게, 집에안가도 좋으니까 그 회사꺼는 다 해줄게"



저는 입사 초기 저에게 불만을 털어놓는 직원들을 이렇게 설득했어요

"나랑 일하면서 힘들수는 있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약속한다. 나랑 일하면 반드시 행복할것이다."

제가 원하는 몇가지 태도특징을 분명히 보여주는 직원에게는
이 약속을 꼭 지킬겁니다.



아직 진짜 멀었습니다.
올해는 설계실을 내편으로 만들어야 해요.
바꾸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한것이 아닙니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작은 중소기업이 아니라
대기업 못지않은 경제적 풍요와 정서적 만족과 가정의 안정까지도 챙겨주는
멋진 강소기업을 만들거에요.


제조업중에서
금형회사는 그게 다 됩니다.

제가 말했지요?
"계산된 신념이라면, 다수의 멍청이들때문에 포기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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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샤루나    친구신청

의욕이 없거나 단순히 모르는 문제라면 고삐를 끌어 당겨 갈 수라도 있는데...
요상한 신념과 가치관, 고집으로 정 반대로 가면 정말...
정신줄 놓고 싶어지죠...
인내심이 대단하시네요...

無名無名    친구신청

"계산된 신념이라면, 다수의 멍청이들때문에 포기해서는 안된다"

다읽고 여기서 소름이....

멋지세요.

스칼렛카슨    친구신청

흥분된 마음 감출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이제 출발하는 회사를 도와가는 입장에서 이 글이 저에게 큰 용기를 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건승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뿔데수빈    친구신청

마이피에 추천이 없는데 아쉽네요

오그레이트    친구신청

멋지십니다...
이래서 사장의 결단과 패기있는 젊은 인재가 중요한 거죠.

안아줘9    친구신청

본인이신가요??

정말대단하세요! 절로 존경심이...

미키쿠마    친구신청

멋지시네요. 자기의견을 관철시키고 행할수 있다는것 만으로도 참으로 대단합니다

cROmjKh    친구신청

자초지종은 알 수 없으나
사장님이 말이 통한다 생각했다가 뒤통수 맞는 경험들을 많이 봐와서 반전을 기대했는데...
그래도 본인이 행동거지 하나하나까지 신경쓰시고 직접 작은 결과 하나하나 만들어내면서
큰 비전을 보이려 노력하신게 인상깊군요. 재밌어서 끝까지 보고 말았습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본인의 능력은 있지만 자만심으로 똘똘 뭉쳐 사방에 적을 만들고
헛된 비전으로 여러사람 농락하려다 쫓겨난 케이스를 바로 그 밑에서 경험했기에
뭔가 존경스런 마음이 드네요.

서퓨    친구신청

무슨 소설 같네요

루리신    친구신청

와 무슨 성장드라마 본듯해요. 정말 무슨일을 하시든 꼭 성공하실 분이네요.

행복하세요~~

KIM86    친구신청

인내심이 장난아니네요

3초토끼    친구신청

와 지금 직업학교에서 사출금형 배우고 있는 입장에서 앞으로 이런 사람이 일하는 회사에 들어가 이런 마인드로 일을 해야겠다고 느끼게 하는 글 같습니다. 저장해놓고 두고두고 가슴에 새겨야겠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회사 이름도 알고싶습니다.

한랭건조    친구신청

와...진짜 대단 하시네요. 신입으로써 저렇게 까지 하시다니...
그런데 조심하세요.
사장은 다른 생각을 품고 있을 지 모릅니다.

Break-down    친구신청

상장회사 경리부 다니는 직원인데요.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읽으면서도 그래도 글쓴분은 복받으신분이란걸 알게되었습니다.

자신이 열정이 있다고 해도 결국 회사의 모든 결정은 오너 즉 사장이 내립니다.
사장이 그런 마인드가 전혀 없거나 사장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모든것이 도루아미 타불이죠.

뭐 현재 저희 회사가 그렇습니다. 사장이 의지가 없고, 바른 소리하는 직원을 타박만 하니 이젠 누구도 나서지 않습니다. 그저 자리만 지키는것뿐이죠. 그러니 가면갈수록 회사사정은 나빠지고 사장은 경영에 흥미가 없습니다.

골치썩어가며 경영을 할게 아니라 투자받은 돈으로 쉽게 땅이나 건물이나 사서 임대나 놓고 임대료나 받자 이런 마인드입니다. 사업장도 여러개 있는 회사인데 하나둘씩 정리가 되고 있고요.

사장이 경영의 관심이 없고 직원들의 복리후생에 신경안쓰니 직원들도 열정이 없습니다. 생각하는건 비용절감이고 무조건 인건비는 낮춰야겠다고 생각하니 급여인상도 거의 없고,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니 시간만때우는 형태가 되버립니다.

그렇다고 저희 회사가 이익이 안남는회사도 아니고 회사유보금이 적은 회사도 아니고 대기업1차밴드라서 인센티브를 대기업에서 안받는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그건 전부다 경영자들 주머니로 흘러가고, 직원들이나 장래를 위해 투자를 하는것에는 미친듯이 인색합니다.

뭐 쓸데없는 하소연이 길었네요. 글쓴분 회사는 그래도 조금씩의 변화가 보여서 그래도 앞으로 가면 갈수록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되고요. 앞으로도 그 열정을 잊지 마시고 그 회사 키워가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이니셜s    친구신청

ㄷㄷㄷ저희 회사가 제품을 납품하는 1차 벤더와 똑같네요.
현재 그 회사는 사장님이 바뀌고 나서 부턴 밑에 직원들이 의욕을 잃었습니다.
그덕분에 저희도 사정은 최악이 되었고요.
매출이 오르지 않으니 하나부터 열까지 회사에선
직원들의 복리보단 원가 절감이라는 슬로건 아래
최저임금에 잔업도 두명이 해야 할거 혼자 시키니
혼자 하는 사람은 일이 너무 힘들고 잔업을 못하는 사람은 돈을
못벌어서 힘들고 하더군요.
그러다보니 직원들은 일을 하다가도 퇴근시간이 오면 그냥
퇴근해 버립니다...

이니셜s    친구신청

글들을 다 읽어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뀌고 있다는 글을 읽을때에는 희열마저 드는군요.
저는 현재 회사를 이직을 할까 말까 고민중이였는데
이글을 읽고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맡은 일이 품질과 납품인데 회사는
납품만 신경쓰고 품질엔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우리의 제품을 납품 받는곳에서 계속 똑같은
문제로 품질 불량이 발생 된다고 해도 회사의
사장님은 납품만 맞춰주면 그들이 알아서 한다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중간에 끼여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었거든요.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만 있지 막상 사람을 한명 더써서
품질을 높이자고 하면 그건 안된다고 하기에
이번에 결정하고 이직을 해야 겠습니다.
이글을 읽고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이직 회사를 찾을때에도 많은 도움이 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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