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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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다른 분의 사진에서 코스프레를 깨우치다 (0) 2023/11/18 PM 11:49

다른 분의 사진에서 코스프레를 깨우치다

 


 

2023 지스타 3일차. 난 표를 구하지 못 해서 장내에 입장할 수 없었어. 대신 야외부스에서 경품을 노렸지. 제법 운이 좋았어! 그런데 문제는 뭐다? ...내가 쓸 만한 경품이 아니다. 캐릭터 굿즈? 머리띠? 스티커? 이젠 이들 물품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 나 늙었구나. (짝!)

 

그래도 딱 하나, 나이트 크로우 부스에서 받은 맨투맨 티는 실용적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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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덕이기에, 오직 청바지에 펄렁한 셔츠만 선호하기에, 짝 달라붙는 맨투맨 티를 입고 야외에 나갈 일이 없어. 그러나 집안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목 쫙쫙 늘린 후에 잠옷 대용으로 입으면 딱일 것 같아.

 

그리고 hibrow 부스에서 무려 1등을 차지한 후 받은 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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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와 연동되는 서적이래... 이건 한 소리 해야겠다! 경품 선정자 누굽니까! 초등학교 자녀를 둔 가정에나 적합한 경품을 걸면 어쩌자는 말이뇨! 모쏠인 나에게 이 책은 폐지밖에 안 된다고! (짝!) ...YES24 중고서점에서 1200원에 매입하더라. 차비조차 안 돼. 무료 나눔하면 가져가실까? 근데 난 당근 안 쓰는데...

 

 

아무튼. 원래는 오늘 야외무대에서 일반 코스어님 상대로 사진 연습을 할 참이었어. 헌데 채 50장 남짓 찍었을까? 이상하게 셔터를 누르기 싫었어... 뭐랄까, 내가 진짜 사랑하는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다 랄까... 그나마 엘든링 말레니아 코스프레 하신 분을 뵙고, 사진을 찍었어.

 

그래도 플래시까지 가져갔는데, 조명 우산이며 모노포드까지 끌고 갔는데, 애청자 여러분께서 플래시 사용법과 노출 잡는 법까지 가르쳐 주셨는데, 연습이라도 하지, 자책했거든? ..근데 용기가 나지 않더라고. 찐따 아니랄까봐, 모델을 섭외할 수 없었어... 말을 걸지 못 했어... 그렇습니다...

 

공허한 속을 부여잡고 집에 도착해서 루리웹 코스프레 갤러리를 둘러봤어. 벌써 지스타 사진이 올라왔더군. 사진 올려주신 모든 분께 큰 절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먼저 ‘마이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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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내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1전시장에서 사이버펑크 V를 코스프레 하시네? 잠깐만, 6시 어둑할 무렵 지스타 광장에서 마이부 님과 혹시 마주칠 수 있지 않을까? 제발 뵙기를!

 

‘파이리꽃’님이 올려주신 데미스 리본 코스프레 사진도 멋지고! ‘Decider’님이 올려주신 사진도 멋지고! 감사한 마음으로 사진을 감상하는 와 중에 내 억장이 무너졌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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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ider 님 사진-

 

파이널판타지 10 유우나... 내 영원에 이르는 이상형이다. 보자마자 전율이 돋았다. 이제 오래된 캐릭터라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거라 묻어두었건만, 유우나가 오셨어. 오셨다고! 왜 난 못 뵀지! 애간장이 끓는다!

 

...유우나 코스프레를 보고나서 깨달았어. 난 용기가 없었던 게 아니야! 의지와 욕망이 없었던 거야! 수많은 캐릭터? 지나쳐도 아쉬울 게 없어. 그런데 내 최애가 나타난 순간, 내가 그 모습을 담지 못했다는 사실에 화가 나! 미치겠어! 내 유우나 님을 위해서라면 우산이고 반사판이고 다 펼칠 테야. 영혼을 갈아 넣어 보정할 테야...

 

그러나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죠. 언젠가 다시 지스타에서, 부산코믹월드에서, 내가 정말 사랑하는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까? 아무 주저 없이 사진을 청하고, 갈구하고... 그랬으면 좋겠네. 사늘한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잠시 노래 듣고 가겠습니다. 파이널판타지 10 OST. 스테키다네.

 

 

유우나를 코스프레 해주신 분 덕에, 그리고 그 사진을 올려주신 Decider 님 덕분에, 새로운 결단을 내렸어. (...?) 내일 마지막 2023 지스타, 사실 가볍게 갈 예정이었거든? 손수레 없이, 무선동조 없이, 오직 ‘아자’님 제대로 찍을 장비만 챙겨갈 생각이었어. 가볍게 들수록 내 몸도 편하고, 민폐도 덜 끼치니까.

 

근데 내일도 손수레 끌고 가기로 했어. 우산이며 조명스탠드로 쓸 모노포드까지 들고 가기로 했어. 물론 지스타 내내 우산은 펼치지도 않았지. 짐만 됐지. 그러나 혹시 모르잖아. 마지막 날 한적한 광장에서 내가 마이부 님을 뵐지 누가 알아? 혹 내게 단독샷을 허락해 주실지 누가 알아? 그럼 그때 우산을 확 펼쳐야 하지 않겠니? ..가능성은 너무 낮지만...

 

더구나, 설마 유우나 님을 뵙는다면... 내 장비인생을 걸고서라도 최상의 사진을 찍어드려야 해. 그래야 내 맘이 풀려... 이것이 코스프레구나! 코스프레의 매력이구나! 진짜 사랑하는 캐릭터를 실제로 만날 수 있다는 두근거림!

 

그나저나 마음의 변화가 있는 김에 더욱 용기를 내기로 했어. 내일 웹젠 부스에서 코스프레 모델 사인회가 있거든? 거기 ‘아자’님이 나오시거든? ...나 사인 받을 거야! 도전해 볼 거야! 내 인생 마지막 지스타라 생각하고 용맹하게 전진할 거야! ...내 셔터감을 가장 폭발하게 만들어 주신 아자님 사인 정도는 받아둬야지. 아무렴.

 

문제는 아자 님 외 모델님. 과연 난 그 분들의 사인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난 그 분들의 사인을 받을 만큼 의미를 간직했는가? ...아닌 것 같아... ‘넬리’ 님은 이번에 처음 뵙는 분이고, ‘김진’님도 처음 뵙고, ‘은지예‘ 님도 처음 봬. 그나마 ’댱이‘ 님은 에이크라운 멤버로서 알아. ’홍지은‘ 님은 지난 번 소니 쇼케이스에서 뵀어! 붙임성 100%! 천상 모델!

 

아무튼. 최소 성함은 알고 사인을 받아야 예의겠지? 부디 기억하자. 넬리 님, 김진 님, 은지예 님, 샬라샬라, 넬리 님, 김진 님, 은지예 님, 못 기억하면 사인을 못 받을 지어니, 아부랄카타부랄 인환형 남궁살법! (...)

 

 

이상! 마지막 날, 난 결정적 순간을 잡아챌 수 있을까! 사람으로서 당당할 수 있을까! 그리고 사인회에 참석할 수 있을까! 여러분의 원기옥이 필요합니다! 다들 다음 주 로또 1등 당첨될 행운만 남겨두시고, 제게 복복복을 날려주십시오!

 

오늘 마무리 곡은 록키! The Final 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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