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狐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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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커미션으로 얻은 소설 1.txt (4) 2016/04/10 PM 03:06
그나마 동리에서 곡간 좀 넉넉하다고 닭도 서너 마리 치는 김 서방의 마당에서부터 닭 우는 소리가 들린 것은 이미 밤새 벼른 도끼를 새끼로 단단히 맨 지게를 등에 지고 오른손에는 장대를 쥔 사내가 산기슭에 오른 때였다. 뒤를 돌아본다. 닭 우는 소리가 새삼스러워서는 아니요 아직 컴컴한 산 속으로 접어들 제 그저 지금 뜨는 해가 질 적까지, 앓으시는 어머니께서 좋이 계실 수 있을는지 그것이 염려스러워서였다. 아직 땅에 쟁기도 들어가질 않을 때라 땅을 놀리고만 있는 박가네에서 끼니 때마다 없으면 없는 대로 누룽지며 숭늉이라도 주겠노라 말은 했지만 같은 누룽지, 숭늉이라도 제 손으로 직접 드리지 못하는 것이 괴롭고 먹먹하다. 사내는 고개는 돌아본 채 발은 계속 위로, 위로 옮겼다. 나무를 제 값 받는 것은 겨울까지다. 나무를 캐려면 능선을 넘어 반대편으로는 가야 했다. 산 이쪽에는 소나무가 있었는데 소나무는 관에서 캐질 못하게 하니까 능선은 넘어서 상수리가 있는 곳까지 가야 했다. 험하다고 할 수 없으나 재처럼 오르기 쉬운 것은 아니라 못해도 네 식경은 걸어야 한다. 장대 앞으로 짚는 손이 벌써부터 가쁘다.

능선에 오르고 보니 해가 팔을 쭉 뻗어 한 뼘은 솟았다. 동리가 내려다 보인다. 사람들에게 소작 주는 푸른 대감집 굴뚝에서나 펑펑 연기가 솟고 떨어진 초가에서는 슬슬 피어 오른다. 그 중에서 아직 건넌산 응달에 있는 사내의 집에서는 숨 넘어가듯 뻐끔뻐금 흘러나온다. 솥을 끓이진 못하고 간신히 불이 꺼지지나 않게, 등이나 차지 않을 정도로나 나무를 넣은 게다. 나무가 없진 않으나 그것들은 다 장에 내다 팔아야 할 것이요, 등 좀 더 따숩다고 그걸 아궁에 넣었다간 뱃가죽이 등에 닿을 판이다.

사내는 상수리 숲으로 접어들며 옆 동리 의원이 한 말을 곱씹어 본다. “죽을 병은 아닌데 없으면 낫질 않어. 용 좀 고아다 먹이면 두 밤 세 밤이면 떨어질 건데 아니면 이태를 지내도 안 나.” 이게 두 보름 전 말이었고 병태가 그대로였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반 보름이면’하고 사내는 장대를 불끈 쥐었다. 두 보름 동안 아무 것도 안 한 건 아니고 열심히 나무를 캐다 꾸준히 장에 내다 판 바, 비록 석 새짜리 서총대무명이지마는 한 필이나 장만하였고 그 정도면 당장 먹을 걱정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의원에게 용을 달여주십사 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박가네에게 치레나 좀 하고 직접 간병 드리느라 산엘 가지 못하는 나흐래 즈음 먹고 살 정도만 더 나무를 캐두면 될 것 같았다.

사내는 나무를 신중히 눈으로 훑었다. 벌레가 파진 않았는지, 속이 썩진 않았는지 섬세히 골라야 할 것이었다. 나무를 넘기는 데에 드는 힘과 시간은 어느 나무나 대동소이 하나 장에서는 나무의 질을 보아 다 달리 값을 쳐주는 까닭이다. 능선 바로 넘어서는 이미 그 자신이 다 베어 갔으니 얼른 좋아 보이는 것에 눈에 띄질 않는다.

좋은 것이 영 나오지 않아 조급해지던 차에 사내는 웬 요상한 흐느낌인지 신음인지, 아니면 울음소리인지를 들었다. 계집 소리 같은 것이 사냥꾼이 쳐 놓은 올무에 걸린 고라니가 제 동포를 찾는 것 같기도 했으나 짐생소리라고 하기에는 또 사람 소리 같기도 하고, 사람이라면 어린 것이 내는 것 같기도 하였다. 고양이 소리인가, 삵 소리인가? 까투리 소리는 필경 아니고, 사내는 정체 모를 그 소리에 궁금증이 아니 들지 아니하였다. 사내는 지게를 내려놓고 쓰러지지 않게 장대로 받쳐놓은 다음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았다.

멀지는 않았다. 우는 소리는 내던 것은 뜻밖에도 머리가 백자처럼 곱게 흰 작은 계집아이였는데 아이의 치마는 금방 넘어진 양 반나마 뒤집혀 무릎께까지 맨다리가 드러나 있었고 거기서는 불그죽죽한 것이 꽤나 흥건하게 흐르고 있었다. 왜 그렇게 되었는가는 생각할 것이 없었다. 아이의 뒤편으로는 언뜻 보기에 다섯 마리는 되는 승냥이가 누렇고 뾰족한 이를 보이고 있었다.

머리끝이 아찔했다. 승냥이란 것들은 딱 저희들이 잡아 먹을 수 있을 것만 사냥하는 법이라 자기까지는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도, 집요하기는 따를 짐생이 없어 두들겨 단념시키지 않는다면 기어코 계집아이를 물어갈 것이었다. 사내는 자신의 도끼를 떠올렸으나 아직 지게에서 내리지 않은 채였고 지게는 이미 한참은 떨어진 곳에 벗어두고 왔던 것이다. 사내는 급한 대로 가까운 나무에서 두껍고 뻣뻣한 생가지 하나를 분질러 손에 단디 잡고 계집애가 있는 곳으로 뛰쳐나가며

“이놈들, 썩 물러라!”

하였다. 허나 단 한 마리도 뒤로 물러나지 아니하였고 눈도 깜빡 하지 않았다. 도리어 적반하장식으로 가래 끓어 올리는 듯한 탁하고 기분 나쁜 소리를 목구멍에서 울려내는 것이다. 한낱 개도 제 물던 뼈를 빼앗으려 손을 뻗치면 주인이라도 무는 법이긴 하지만 이렇게 어린 계집을, 것도 여럿이서 덤비어 들고 인의를 지키려는 자기에게까지 위협을 하는 건 아무리 짐승이라도 너무나 도의가 없었다.

"오냐, 이놈들. 결단코 골통이 깨져봐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사내가 그리 말하며 몽둥이를 치켜들자 승냥이들이 하나 같이 달려들었다. 저희들끼리 말은 없었지만 두셋이 사내에게, 나머지는 계집에게 덤비는 것을 보아 두셋이 자신을 방해하는 동안 나머지가 계집아이를 채갈 심산인 것 같아 사내는 계집 구하는 것이 먼저라 생각하여 앞으로 튀어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두셋 보다 계집에게 이를 들이대려는 것들을 후려 갈겼다. 나무를 캐던 사내의 팔뚝은 그리 약한 것이 아니었다. 하나는 옆구리에 얻어맞고 멀리 날아갔고 하나는 콧잔등을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해 흐느적거렸으며 또 다른 것은 발에 걷어 차이고 허리를 찍히고 하였다. 운이 좋게도 사내의 몸에 제대로 된 창을 낸 승냥이는 없었다. 계집에게 사나운 것의 털끝 하나 닿지도 아니하였다.

승냥이들은 물러나서 어떻게 채갈까 빙빙 돌며 그 대책에 대해 궁리해보았으나 별 도리가 생기기 아니하였는지 그만 이따금 아쉬운 듯 돌아보며 슬금슬금 물러갔다.

승냥이들이 숲으로 꽁무니를 감추고서 또 기분 나쁜 숨소리도 들리지 아니하게 되었을 때 사내는 마음을 놓고 계집이 어떠한가 살펴보았다.

그제야 사내의 눈에 아까는 미처 자세히 뜯어보지 못한 아이의 모습이 속속 들어오는데, 땋지도 않고 풀어헤친 머리 위로 여우의 귀가 달려 있고 엉치 쪽에는 숨기려는 듯이 말기는 했으나 분명 꼬리가 하나 달린 것이 영락 없는 요물이요 여우였다. 사내는 참 ‘요물 새끼를 구해버렸구나!’ 싶었지만 말도 못하고 바들바들 떨면서 낑낑대는 그것을 보고 있자니 역시 측은지심이 없지는 않은 바, 계집의 이미 찢어진 치마 자락을 잡아 끊어내어 그 깨끗한 부분으로 다친 곳을 감싸주었다. 사내가 그렇게 하자 계집은 긴장한 마음이 탁 풀리고 참아왔던 열이 빠지는지 사내를 보며 처마에서 봄눈 녹은 물 흐르는 듯이 눈물을 쏟아내었다.

어찌할까? 요물을 마을로 데리고 갈 수는 없다. 그러나 두고 가는 것 또한 비록 상대가 요물이나 인의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망아지도 어미가 있고 송아지도 어미가 있는데 요물이라고 돌보아줄 것 없으랴, 이토록 어린 것이면 돌보아 주던 것 하나쯤은 있으리라 생각하며 사내는 계집아이를 들쳐 업고 산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사내가 계집을 얻고 몇 걸음 옮기자 계집은 말 없이 손가락질로 방향을 일러주었다.

사내는 지금은 앓아 누우신 어머니께 어린 시절 들었던 이야기 하나를 생각했다. 어머니가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이라 하는데, 바로 이 산에 꼬리 아홉 달린 여우가 하나 있어 해가 떨어지고 으슥해지면 고운 여인의 모습을 하고 산에서 내려와 남정네와 노소 없이 정을 통하고 정기를 빨아 갔다 했다. 그것이 끊임이 없으니 동리의 남자들이 기를 잃고 허약해지는 것을 좌시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용한 무당 하나 불러 깊은 산 고목에 묶어버렸고 그 후로는 남정네를 홀리는 여우가 더는 내려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사내는 지금 여우가 자신을 홀리려 드는 게 아닌가, 혹은 이미 홀려서 넋을 놓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자신을 홀리기에 계집은 너무 작았고 허약해 보였다. 또한 의심스럽다는 것으로, 제 목숨 지켜보겠다고, 죽어가는 것을 그렇게 버리는 것은 하늘 보기 부끄러운 일이었다. 사내는 걱정을 잠시 묻어두고 계집의 손가락 찌르는 데로 계속 계속 걸어나갔다.

해가 머리 위에 떠 나무 그림자가 비스듬하지 않게 되었을 때에야 마침내 초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자기 집처럼 다 떨어지는 것은 아니나 낡은 대문을 조심스레 열고 기척을 내자 마당에서 빨래를 널던 여인이 그를 돌아본다. 그 역시 구름 같이 흰 머리에 귀가 위로 솟았고 허리 아래로 꼬리가 달려 있으되 사내가 업은 계집보다 세 개가 더 있었다. 여인은 잠시 황망히 있다가 사내에게 업힌 계집을 보고, 그리고 그 밑으로 똑똑 떨어지는 붉은 방울을 보고 화들짝이 놀라

“에그머니나, 언니! 언니들! 막내둥이가 다쳐 왔어요!”

하고 누가 더 있는 듯이 그리 외쳤다. 아니나 다를까, 몇 간 되어 보이지 않는 집 안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제일 먼저 나온 것은 사내와 같이 검은 머리를 하고 꼬리가 둘 있는 계집애였다. 그는 사내를 보고 놀라긴 하였으나 금새 청년에게 업힌 제 누이에게 달려왔다. 이어서는 밥을 짓고 있었는지 부엌에서 나오는, 백면 같은 하얀 머리를 한 꼬리 다섯 달린 여인네였다. 마찬가지로 낯선 이에게 당황하였으나 곧 다가와서 계집을 살피고 사내에게 물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랍니까?”
“승냥이들이 쫓는 것을 쫓아내고 데려왔소. 물리지나 않았나 싶소.”

그러자 꼬리 여섯 달린 여인이 성을 낸다.

“내 이놈의 승냥이들을! 거 보소! 내 뭐랬소! 아주 혼꾸녕을 내야 한다지 않었소!"

모두가 허둥지둥 사내에게 업힌 계집을 어쩔 줄 모르고 야단들인데 꼬리 일곱 달린 여인이 차근히 일을 말하였다.

"진정들 하거라. 일단 다섯째, 여섯째는 약과 상처 감을 것을 가져오고 넷째, 너는 손님 맞을 준비를 하거라. 오랜만에 손님께서 오셨는데 이리 경거망동을 해서야 되겠느냐."

그가 그리 말하자 꼬리가 둘, 셋 달린 이만 사내가 업고 온 계집을 마루 한 켠으로 데려가고, 나머지는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사내에게 꼬리 일곱 달린 여인이 다가왔다.

"이것 참 고맙게 되었소. 아직 말도 못하는 우리 막내가 하마터면 큰 변을 당할 뻔했지 뭐요. 감사의 뜻으로 크게 대접하겠으니, 편히 쉬다 가시오."
"아…. 예…."

얼결에 답은 했으나, 제 자리에서 그를 빤히 바라보며 승글능글 웃는 모습에 사내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 꼴을 보고

"하이고, 언니. 손님이랑 땐 언제고, 또 작업을 걸고 있는 거요? 누가 여시 아니랄까 봐 증말!"

꼬리 여섯 달린 여인이 잠시 고개를 내밀었다 다시 들어갔다. 기다리니 금방 꼬리 넷, 다섯 달린 여인이 약초 짓이긴 것과 상처에 대일 헝겊을 가져와 꼬리 일곱 있는 여인에게 건네었고 그 여인은 받아 들고 다친 계집에게 가며 이제 안으로 들어가 쉬라는 듯 웃는 눈초리로 눈짓했다.

"하이구야…. 보아하니, 아주 숫총각이구만. 이것 참 실례했소. 편히 쉬고 계시오."

사내는 자신 있게 요물 계집을 이곳까지 인도해오기는 했으나 막상 오고 보니 무서움증이 아니 들지 않았다. 계집만한 것만 둘이 더, 장성한 것은 넷이 더 있는 것인데 한눈에 보아도 명백히 요물들이었고 그들이 무슨 짓을 하려거든 꼼짝 없이 당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초가는 초가나 사람이 사는 곳과는 조금 꼴이 다른지 그런 곳에도 사랑이 있긴 하여서 사내는 사랑으로 안내되었다. 얼마나 지났을는지는 모르지만 초가를 발견하였을 적에 해가 중천에 떴었다는 것과 아까 꼬리 다섯 한 여인이 부엌에서 요리 냄새를 풍기며 나오는 것을 보아 밥 때가 되었을 듯 했다. 어머니는 잘 드시고 계실는지, 박가네가 못 먹을 것을 주지는 않을는지. 박가네는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공연히 그런 걱정이 들었다. 여기서 살아가지 못하면 어머니는 어찌 사실는지.

여우들은 승냥이와 달리 도의를 알았다. 짐승처럼 아무 때나 아무렇게나 처든지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처럼 상을 차려놓고 먹을 것을 내어주는데, 보니 사람인 자기 먹는 것보다 호사스럽다. 산에서 나는 갖은 진미에, 특히 멧돼지 사슴 같은 산짐승 고기는 부위의 가짓수대로 양념이 곱게 베풀어져 그릇에 소담히 담겨 왔고 몇 해 묵은 구휼미 따위가 아닌 지난 가을 바로 낸 햇살로 갓 지은 듯이 윤기가 번뜩이는 밥은 그가 올라온 산만큼 푸짐했다. 소작 주는 대감이 먹는 게 매일 구첩밥상이라던데 아무리 잘 먹어도 그도 이만큼 먹으리라고 상상할 수 없었다.

여우들은 그의 앉은 자리 앞에 팔이 닿지 않을 곳까지 그릇을 늘어놓고 그가 먹는 동안 조금이라도 불편한 게 있다면 곧장 도와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곁에 둘러앉았다. 사내로는 난생 처음 받아보는 부담스러운 대우였고 여우라고는 하나 더욱이 아리따운 여인네들이 그래 있으니 두려움증과 더불어 차마 수저도 들지 못하겠다.

그 심리를 꿰뚫어본 꼬리 일곱 가진 여인이 말했다.

“흥흥…. 우리가 무섭소?”

사내는 후짝 놀라 어깨를 움쭐거렸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그리 걱정 안 해도 되오. 남정네 밝히는 건 우리 큰언니뿐이외다. 막내를 구해준 보은으로 차려온 상이니, 너무 그리 계시면 섭섭하다오?”

그러자 다들 수긍하는 듯하고 먹지 않고서는 별 수가 없기에 다분히 떨리려는 손을 진정하고 고기 한 점 집어서 먹고 밥 한 술 떠 먹는데 그 미각이 세상에 그러한 것이 있으리라고는 전에 차마 생각지도 못했던 그러한 황홀한 것인지라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곁에 지금 무엇이 있는지 따위는 잠시 잊고 놀란 얼굴로 조용히 씹기만 할 뿐이었다.

“입에 잘 맞는 모양이라 다행이오. 지금 자시고 계신 그 녀석, 얼마 전부터 시비를 걸어 오기에 홧김에 물어온 녀석이외다. 희희희….”

꼬리 여섯 달린 여인이 그리 농을 하였다. 여우들이 웃는 걸 들으니 사내 자신도 흥이 났고 공기가 좋았는데 사내는 자신이 이렇게 흥이 난 게 얼마만인지, 왜 오래도록 흥 없이 살았는지를 생각하자니 자연히 웃는 뺨에 힘이 풀리고 맛난 음식 집던 젓가락도 내려놓게 되었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꼬리 다섯 있는 여인이 물었다.

“혹, 입에 맞지 않는 것이라도 있으신지요?”
“그것이…. 앓아 누우신 홀어머니가 제대로 끼니를 때우고 있으실지 걱정이라, 나 혼자 이리 맛있는 음식들을 먹는 게 죄송해서 그러오."

사내의 말을 듣고 꼬리 일곱 있는 여인이 갸륵하고 곱다는 듯 미소하며 말했다.

“효심 지극한 청년이로고. 걱정 마시오, 고기는 쌔고 쌨으니. 산 내려 가는 길에 바리바리 싸서 함께 보내 드리리다.”

그리 말하는 여인의 표정이며 목소리며 손짓이며 하나 같이 정갈하고 따스하여 사내는 목에 칼을 찬 듯한 마음이 풀어지고 다시 식욕이 돌아 수저를 놀리며 원 없이 뱃속을 그득히 채웠다.

사내가 식사를 마치고 귀한 차까지 얻어 마시고 거동하기 기분 좋아질 즈음 되어서 이제 어머니께 좀 돌아가면 좋겠다 싶을 때에 여우들은 그를 더 붙잡지 않고 순순히 그가 사랑을 나가게 해주었다. 사내가 신을 신고 나갈 채비를 끝낼 때까지, 대문 앞에 설 때까지 여우들은 한 사람도 빠짐 없이 그의 곁에 맴돌며 배웅했다.

꼬리 일곱 달린 여인이 애석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사정이 있어 멀리까지 못 나가오. 몸 성히 가시오.”

다른 여우 등에 업힌 막내도 낑낑거렸다.

“몸 좋게 지내거라. 그럼, 이만 가보겠소.”

사내는 자신이 구해준 계집에게 가장 먼저 인사하고 차례로 깊이 인사를 하고 마찬가지로 그들에게서 작별인사를 들으며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자신이 본 그 고운 얼굴들을 곱씹어 생각해보자니 그는 어느새 처음에 지게를 장대에 받혀놓았던 곳에 도달했고, 보니 지게에는 질 좋은 나무뿐만 아니라 갖은 산짐승이 얹혀 있었다. 헤아려보니 어머니 용을 고아드리고 며칠은 편히 쉴 수 있을 만한 재물이었다. 곧 무거워서 어찌 들고 가나 싶었는데 막상 들어보니 깃털처럼 가벼웠고 집에 돌아가면 다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지나 않을까 싶었는데 다음 장날에 팔 때에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사내는 정말로 여우에게 홀린 것 같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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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좋아해?    친구신청

오 요즘은 소설도 커미셜하는군요

MYSTERIT    친구신청

좋네요! 정말 잘쓰신듯 어떤 커미션인줄 몰라도 그 값하는 글인거같네여 ㅎㅎ

공허의 오다논♥    친구신청

오 이런 글들도 커미션이 있군요 ㅎㄷㄷ 덕분에 재밌게 읽었습니다.

럽앤피쓰    친구신청

그렇지 이게 바로 개과동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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