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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나는 죽음들을 보았다. -1 (5) 2013/05/27 PM 11:58
기적이 무슨 뜻인지 알아?

바보야. 틀려.

기적은 안 일어난다는 뜻이야.
TV에 나온 사람은 일어나지만 너한테는 안 일어나.
만화주인공에게는 일어나지만 너희 가족에게는 안 일어나.
절대로.
절대로 일어나지 않아.
내가 보증한다.

사전 같은 거 믿지 마.

아, 됐어. 그냥 닥치고 들어.


내가 기적의 뜻을 깨우친 건 얼마 전이야.
한창 호스피스 병동에서 간병을 하던 때지.
거기 오는 사람들은 다 죽어.

응. 그냥 다 죽어. 길어야 6개월?
가끔 나가는 사람도 있는데, 곧 다시 돌아오더라고. 그리고 죽어.


거기서 몇 달 동안 하루 종일 간병하면서 여러 사람을 보았지.
큰 농장을 가진 농부 분.
어느 대학교의 교수였던 분.
중학생 나이의 어떤 아이. 근데 얘는 참 표정이 밝아서 죽을 거라 생각을 못했지.
휴게실에서 노트북으로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깔깔대고 있었는데 다음 주에 죽었어.
쳇...


여하튼 그곳에 있으면 무슨 생각을 가장 많이 하는 지 알아?
그래도 혹시나 내 새끼는..
그래도 혹시나 우리 아빠는...
그래도 신은 우리 가족을...

따위의 생각은 이제 안 해.
골 때리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필사적으로 그렇게 생각했을 텐데 말이야.

호스피스 오는 순간 가족들은 딱 깨우치게 되는 거야.
이야~ 기적이 바로 이런 뜻이구나.
호스피스!
이게 바로 기적의 종착역이구나.


그래도 말이야 사람은 참 강하더라고.
환자 한 분이 그러더라고.
“호스피스가 죽은 병원인지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산 병원이구나.” 라고.
약도 주고 마사지도 해주고 찬송가도 불러주고.
이렇게 잘해주는 병원이 없다는 거지.
하하하, 당연하지.
곧 돌아가실 분에게 뭘 못해주겠어.
그래도 곧 죽을 분이 그런 말씀을 하는 게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더라고.

응 맞아.
그 환자도 한 3주 정도 후에 돌아가셨어.
새벽에 온 가족이 보는 앞에서. 온 가족이 찬송가를 불러주는 가운데서.

어떻게 알았냐고?
당연히 찬송가 소리가 갑자기 통곡으로 바뀌는 걸 듣고 알았지.


여하튼 그렇게 한 명 한 명 병실 자리가 바뀌는 걸 보고 기적이라는 것에 대해 새삼 절감했지.
분명 거기 있던 빈자리의 주인도, 그 곁에 있던 사람들도 너처럼 기적이라는 뜻을 잘 못 알고 있던 사람들이야.
봐봐, 저 빈자리로 나에게 외치고 있잖아.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어때.
자아~알 들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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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ndmill    친구신청

왠지 너무 현실적이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네요... 잠깐이나마 생각하게 만드는 글귀네요...

잘보고 갑니다.

Die young    친구신청

아... 반박 할 수 없네요.
그래도 기적을 바래요... 그렇게라도 속여야되거든요

하마아찌    친구신청

기적은 일어났을 때 기적이죠.
안 일어나면 헛된 꿈, 헛된 희망, 미련.

Stuck    친구신청

뭐랄까...

쓰고도 기분이 묘해집니다.
비가 와서 그런가.

그냥대삽    친구신청

기적은 일어나면 기적이 아닙니다.
그 순간 현실이되죠.
꿈하고도 비슷한데 꾼다고 이루어지면 그건 꿈이 아니라 그냥 현실입죠.
그러니까 반대로 생각하면 어설픈 꿈이나 기적을 바라지 말고 현실에 충실해야 기적이나 꿈의 끝자락이라도 만지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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