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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기획자 이야기] 게임기획자 이야기 13 - 설정 기획 2 (설정 회의) (16) 2013/05/28 PM 12:35

비가 와도 잘 놀고 있는 한 게임 기획자의 이야기~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 하는 것임에 유의하세요.


*** 설정 회의 ***

‘기획자는 문서가 곧 힘이다.’라고 하는 분이 있더군요.
흠...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적어도 설정에서 말이죠.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작업물을 뽑아내지 못하는 기획서는 곧 똥이다.’

기획서는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그게 타 파트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아무소용이 없습니다.
그런 기획서는 결국 핑계거리가 되거나, 만용의 바탕이 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이런 인간이 나올 수 있습니다.

“아니 이렇게 기획서를 잘 써놨는데 왜 안 보냐? 대체 일 할 생각이 있는 거냐?”

매우 유감스러운 얘기지만 이런 식의 기획자가 의외로 많았습니다.
그리고 하나같이 불화를 일으켰습니다. 적어도 제 경험상으로는 말이죠.


이 전지전능한 기획서에 어디 감히!


자, 잡설이 길었습니다.
이번 ‘회의’편은 그러한 사태를 조금이라도 방지하고자 하는 이야기입니다.

‘회의’만 잘 된다면 ‘잘 쓴 기획서’가 그만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기획서 없이도 회의만 잘 되면 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획서를 쓸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단지 그만큼 ‘회의’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

여기서 잠시 또 잡설.
흔히 기획자는 말빨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네, 말빨이 있는 기획자는 회의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이게 뭔 소리냐?
작업할 수 있게 만드는 것과 별개로 회의를 통해 책임을 넘겨버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프로젝트에 전체에 좋냐 나쁘냐를 떠나 기획자에게는 득이 될 수 있죠.
그래서인지 말빨 스킬은 기획자가 기획자를 뽑을 때 많이 요구합니다.

부정적인 얘기를 했지만, 제 개인적으로도 기획자에게 말빨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절대로 회의에서 승리하기 위한 말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자가 이기기 위한 회의가 아니라, 하나의 목표로 나아가기 위한 회의.
그런 회의를 위해 다음 사항들을 정리해봅니다.

**

캐릭터 설정을 문서화 했습니다.
그렇다면 원화팀과 일정을 잡고 회의를 시작합니다.

이미 정보는 문서에 다 있는데 뭐 하러 굳이 회의를 하느냐고 질문할 수 있습니다.
문서를 아무리 잘 써도 사람마다 이해도가 다를 수 있고 곡해가 되기도 합니다.
최소한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얘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회의를 할 필요가 없는 프로젝트는 파트간의 공조가 너무 잘 되고 있거나, 서로 얼굴보기 귀찮고 짜증날 정도로 막장인 프로젝트입니다.
당연하게도 후자가 더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획자는 문서와는 별개로 자신의 기획의도를 표현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의 만화를 보세요.



출처: http://www.thisisgame.com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할까요?

그 전에 이런 기획자들이 많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은 참고 이미지 멋있는 거 하나 딱 박아놓고, 거기에 대충 설명 박은 다음에 이런 거 만들어주세요 하는 기획자.
크기부터 형태까지 조목조목 묘사해서 적어 넣은 기획자.

엄밀히 말해 필요한 문서를 만들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이 그것만 가지고 회의를 하면 높은 확률로 저런 사태가 벌어집니다.
‘의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이런 식으로 전달하면 어떨까요?

“미노타우르스형 몬스터인데 이번 맵은 배경이 투기장이니 용맹스러운 투사의 느낌으로 표현해주세요.”

또는...

“미궁에서 사람을 잡아먹는 미노타우르스이니 가급적 괴기스럽고 공포스러운 존재로 그려주세요.”

이것이 ‘의도’를 넣은 요청입니다.
몬스터라 해도 그냥 몬스터가 아니라 어떠한 것을 표현하기 위한 몬스터가 되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원화가도 머릿속에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워집니다.

***

다시 만화를 보세요.
저런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또 있습니다.

기획자는 애초에 미노타우르스가 아닌 미노타우르스와 비슷하면서도 뭔가 멋있고 환상적인 이미지의 몬스터가 있었으면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직접적으로 미노타우르스라고 안 하고 저런 식으로 에둘러 설명을 적은 것입니다.

...단언하겠습니다.
그런 기획자는 설정 시키면 안 됩니다. 절대로절대로 안 됩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자기 생각대로 안 그려져서 좌절할 때가 있는데,
기획자까지 저 모양이면 절대로 안 나옵니다.
허수에 허수를 곱하는 꼴입니다.

설마 이런 기획자가 있을까 싶죠?
의외로 이런 형이상학적인 기획자도 많습니다.

만약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 시키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의도만 전해주십시오.

“공포스러운 몬스터를 원한다.”, “야만적인 몬스터를 원한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원화가(작업자)도 나름 창작자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그 정도는 자료가 없어도 알아서 그려줄 수 있습니다.

아니면 당신이 그리세요. --+

***

또 있습니다.
막상 나온 결과물이 기획자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리테이크... 재 작업 하라는 것이죠.
이 역시 안 좋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다음의 ‘확인’ 편에서 얘기하겠습니다.

***

전달과 상의를 하다 보면 새로운 의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미노타우르스를 요청했는데 갑자기 상대측에서...

“여기는 차라리 메두사가 낫지 않을까요?”

라는 식으로 의견이 나온 경우입니다.

이러한 경우 신중해져야 합니다.
저 의견을 받아들여주면 상대방은 매우 좋아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의 머릿속에서 나름 괜찮은 게 떠올랐고, 더 빨리, 또는 더 잘 할 수 있다는 뜻이거든요.
게다가 이러한 의견은 능력이 있고 의욕이 있는 사람이 내는 법입니다.

자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세요.

들어준다면 상대방은 더 높은 의욕을 보이고 더 좋은 작업물을 만들 것입니다.
다만 당신은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수용할 수 있는 변화인가요?
변화로 인한 수정과 편집이 가능한가요?
변화가 기존의 설정보다 좋은가요?
당신은 추가 작업을 할 여유 또한 있어야 합니다.

거절한다면 당신은 여러 골치 아픈 일을 회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확실한 이유와 의도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 몬스터는 무슨 모델링을 활용하기 위한 몬스터다,
이러이러한 연출 계획이 있다,
시나리오 상으로 이런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등등의 이유와 의도를 좀 더 확실하게 어필하세요.


파란약을 먹으면 여기서 이야기는 끝난다. 내일 일어나 꿈을 현실이라고 믿겠지.
빨간약을 먹으면 이 세상에 남게 된다. 그 현실이 어떤 곳인지 내가 보여주지.



여기에 정답은 없습니다.
무조건 들어줘도, 무조건 안 들어줘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건 그때그때 당사자의 센스에 맡길 문제입니다.
당신이 판단하세요.

***

내용 전달이 끝나고 상의가 끝나면 회의가 끝납니다.
그러나 기획자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회의록을 작성해야 합니다.

무슨 내용을 전달했는지.
어떠한 내용을 상의했고, 무엇에 동의했는지.
중간중간에 어떠한 이슈(논란거리)가 생겼는지.
결론은 어떻게 되었는지.

적어도 이 정도는 정리되어야 합니다.
추가로 다시 상의할 시간이나 작업기간까지 정리하면 더 좋습니다.
그리고 그 회의록을 회의 참여자에게 보내 이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십시오. 반드시!
그래야 기획자의 회의가 끝납니다.

회의록은 매우 중요합니다.
웬만한 기획문서보다 더 중요합니다.
게임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협조하면서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회의록은 그 기준이 되고, 그 기록이 되는 문서입니다.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이것은 사내 회의의 1급 비밀입니다.
절대 회의록에 남기지 마십시오.


***

회의에 대한 내용이 매우 길어졌습니다만 이것도 많이 줄인 것입니다.
그만큼 기획자에게 회의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정리하겠습니다.


기획자는 회의 전에 기획문서를 준비해라.
기획문서에는 반드시 기획의도가 담겨있어야 한다.
회의에서 새로운 의견이 나왔을 때에는 신중히 고려하고 받아들여라.
반드시 회의록을 작성하라.


회의 할 때, 당신 뿐 아니라 상대방도 멋지고, 재미있는 것을 만들고 싶어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누구든 이왕 일을 하는 거 가급적 유익하고 재미있게 일을 하고 싶은 법입니다.
설마 상대방이 회사의 프로젝트를 날려버리기 위해 온 공작원이겠습니까?

***

다음에는 확인에 대해서 말하겠습니다.
회의를 통해 작업물을 확인했을 때의 일입니다.



그나저나 비가 오니 기분이 멜랑꼴리해지는군요.
그 기분을 표현하려다 보니 어제 오늘 뻘글을 많이 쓴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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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격강등하트!    친구신청

첫짤은 철컹철컹
좋은 글 보고 갑니다~~

Stuck    친구신청

멋있습니다. 잘 어울리십니다. 팔찌가~♡

후요    친구신청

컨텐츠 기획자중에 제대로 된 능력을 가진 사람 본적 없고 그렇다고 수치 데이터에 대한 이해를
가진 사람도 거의 없어요.
그냥 조율이나 말빨? 잘하면 우리나라에선 중간은 하는 거죠..

Stuck    친구신청

당신이 무심코 추가한 스킬이, 무심코 적은 특성이, 무심코 꼬아 본 동선이, 무심코 등등이...
게임을 엄.청. 크게 변화시킵니다.
라고 말해도 모르는 사람은 모르죠. ㅎㅎ

이건 저도 생각 좀 해봐야겠습니다.

호카갱    친구신청

전 잘하는 사람들 꽤 봤는데... 심지어 살면서 헐 저런사람도 있구나 하는 사람도 많이 봤었어서 개인적인 스킬을 갖춘 사람이 거의 없다는건 동의할수가 없군요 ㅋㅋ

Stuck    친구신청

저도 그런 사람을 보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적더라고요.
볼 수 없는 것도 무리는 아닌 거 같아요. ^^

호카갱    친구신청

아... 위에서 본인의 경험만으로 완전 없다는 듯 말씀하셔서 그에 대한 반사로 강하게 말했네요 ㅋㅋ
물론 뛰어난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죠. 실력자들을 여럿 본 제가 운이 좋은건지 범재가 제 눈엔 너무 뛰어나 보일 정도로 제가 둔재인지는 모르겠네요 ㅋㅋㅋㅋ

Stuck    친구신청

그래서 이렇게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가 필요한 것입니다. ㅎㅎ

호카갱    친구신청

음? 잘해보이는 사람이 범재인지 수재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요?

호카갱    친구신청

아, '의외로 가끔 있다' 라는 내용을 공유하기 위함인가요 ㅎㅎ

Stuck    친구신청

제가 애초에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http://mypi.ruliweb.daum.net/mypi.htm?id=stuck&num=2486
더도 말고 이 범위 내에서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안 좋은 사례를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타산지석으로 삼을 뿐,
누구를 평가할 생각은 없습니다.

호카갱    친구신청

그렇군요. 그런데 그런 목적이라면 기획자들이 모여있는 게기모 같은 곳도 있지 않나요?
저는 가지 않아 분위기가 어떤진 잘 모르겠습니다만 활성화 돼있는 까페 아닌가요?

호카갱    친구신청

아, 물론 게시물도 재미나고 취지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전 요새 인터넷을 못했어서 오늘 봤네요 ㅋㅋ
주위 꼬마들에게 정독시키고 싶습니다 ㅋ

Stuck    친구신청

게기모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딱히 갈 생각은 안 드네요.
루니지에 중독되서... 가 아니라,
아무래도 루리웹은 일이 있는 없든 매일 오는 사이트니 오는 김에 편하게 썰을 풀어 놓는 거죠.
여기의 인연도 그다지 나쁘지 않고요.

그나저나...
방금 온 보이스피싱 전화 땜에 멜랑꼴리했던 기분이 불끈불끈해졌네요.

호카갱    친구신청

저런, 요샌 통 안온다 싶었는데 아직 하긴 하나보네요 ㅋㅋ

Stuck    친구신청

조심하셔야 합니다.
방금 막 잡담에도 썼지만 진짜 당할 뻔했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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