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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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일상?]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를 도와주었다. (9) 2018/04/17 PM 11:16

 

오늘도 사장님의 돈을 합법적으로 훔치고, 퇴근시간에 맞춰 도망친 나는 보람찬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퇴근길 버스정류장에 서서 인터넷 검색을 하며 낄낄거리며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인터넷 보며 낄낄거리느라 타야할 버스를 한대 놓쳤지만, '뭐 괜찮아. 다음거 타면 되지 뭐' 라는 나사빠진 생각과 함께 앉아서 휴대폰에 열중하고 있던 나의 귓가에 어디선가 애타게 엄마를 찾으며 울부짖는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길 건너편에서 나는 소리인가 싶어서 길건너편을 열심히 쳐다보며 우는 애가 어디있나 찾아보다가 우는 소리가 그쳐 관심을 끊고 다시 휴대폰에 열중하고 있는데 또다시 애애앵 엄마 어디갔어 하는 소리가 들리는게 아닌가?

결국 우는 애가 신경쓰여 주위를 둘러보다가 두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번째로 우는 애는 앞쪽이 아니라 뒤쪽에 있었다는 것.

두번째로 우는 애를 찾느라 내가 타야할 버스가 또 지나갔다는 것.

 

정확히 완전히 지나가진 않았고 내가 어엇 하고 몸을 움찔 하자 버스기사도 그걸 보았는지 한 3미터 지나서 문을 열어주었는데, 너무나 애매한 상황에 부끄러워진 나는, 짐짓 휘파람을 불며 '이런 22번 버스인 줄 알았네' 라며 딴청을 피웠고 버스기사도 쯧 하고 혀를 차더니 문을 닫고 지나가 버렸다.

 

아무튼 이제 버스도 놓쳤겠다. 애가 어디있는지도 알았겠다 상황을 살펴보고 있자니 대략 이러했다.

7살 정도 되보이는 어린아이는 태권도복을 입고 교회당 지하 기도실 앞에서 유리문을 두드리며 엄마를 찾고 있는 상황이었고 길 건너편에는 파출소가 있었다.

인적도 아주 많고 교회당 안에 불도 훤히 켜져있기 때문에 난 끼어들 필요도 없이 그냥 내 갈길을 가면 되고, 저 아이는 언젠가 나올 어른이나 길건너편의 파출소에서 우연히 목격한 경찰이 아이를 보호한다는 있을법한 상황으로 갈 수도 있었으니 난 귀에 이어폰 꽂고 못들은척하고 가면 되는 것이었지만, 어린시절 기억이 발목을 잡았다.

 

때는 초등학교 2학년 쯤 되었을까, 집에 엄마가 없던적이 있었다.

학교를 끝내고 집에 왔을때 엄마는 일이 있었는지 외출을 한 상태였고, 그날따라 열쇠를 집에 두고 학교에 가버린 나는 아무리 벨을 눌러도 나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다 그만 공포에 휩쌓이고 말았다.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겁에 질릴일도 없었겠지만 어린 마음에 막연하게 닥쳐드는 공포는 한지에 뿌려진 먹물이 번지는 것마냥 주체할 수 없었고, 공포에 질린 어린마음은 평소라면 하지도 못할 과감한 행동으로 이어지고 말았는데, 우선 키의 두배는 되는 담을 훌쩍 뛰어넘은 다음 현관문으로 달려가 울며 문을 두드리다가 아무도 나오지 않자 "엄마 나와!!" 라고 하며 현관문 유리를 온몸으로 들이받아 깨버린 것이었다.

온동네에 시끄럽게 울린 와장창소리와 자지러지는 애 비명소리에 세들어사시던 셋방 새댁 아줌마가 뛰어나왔다가 깨진 유리창과 살짝까져(정말 천만 다행으로) 피가난 나를 보고 기겁을 하셨고 그대로 자기 애는 옆집에 맡기고 나를 병원으로 데려간 일이 있었다.

 

어른이 보기엔 별거 아닌 상황일지 몰라도, 애의 심정은 다르다.

지금 당장 저 아이도 마냥 엄마 어디갔어 라고 울먹이며 기도실 유리문을 두주먹으로 치는데, 아마 아이의 마음속은 온세상에서 버림받은 심정일테지 라는 생각이 들어 별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다가가 말이라도 걸어볼 생각으로 정류장에서 일어나 아이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고, 아이는 나를 보고 겁을 먹었다.

 

왜냐하면 지난 주말 미용실에서 투블럭을 좀 심하게 쳐주셔서 친구가 "자네가 흉노의 마지막 선우인가?! 조선 땅엔 무슨일로 온겐가!!" 라며 놀린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난 그친구에게 "망구다이를 펼쳐라!" 라며 목을 졸랐다.)

1.jpg

 

어디서 흉노의 우두머리 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아저씨가 성큼성큼 걸어오자 애는 울음도 뚝 그치고 나를 올려다보았고 나는 좀 거리를 두고 가능하면 친절한 모습으로 보이도록 웃으며 말을 걸었다.

 

"얘 엄마 어디갔어?"

 

그제야 내가 자기편이 되주러 왔다는걸 알았는지 애는 울먹이며 그렇다고 엄마가 이 기도실에 들어갔는데 평소에는 문이 열리는데 오늘은 잠겨서 안나온다고 횡설수설 말을 이었다.

기도실문을 살펴보니 옆에 초인종이 있길래 눌러보았지만 응답이 없다.

옆에 교회운영 카페가 있길래 기웃거려보았지만 사람이 없다.

본당에가서 문을 당겨보아도 사람이 없다.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서 애한테 엄마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그것도 모르면 맞은편 파출소에 데려가야겠다 생각하고 엄마 전화번호를 물어보았다.

 

"엄마 번호? 알았는데.. 아알았는데... 아..."

 

아이는 머리를 짜내더니 기특하게도 전화번호를 기억해내 나에게 알려주었고, 나는 그 전화번호를 받고 전화를 걸면서 애 등을 돌려 태권도복 뒤에 써있는 이름을 확인했다.

다행히 전화 신호음이 오래가기전에 통화가 연결되었는데, 수화기 너머의 아주머니는 처음엔 모르는 번호라 경계를 하더니 애 이름을 듣자 놀라는 눈치였다.

 

"선후(가명) 어머님이시죠? 애가 어머니를 애타게 찾고 있어요. 교회 앞에서.. 제가 그래서 데리고 있습니다. 아이 목소리 들려드릴게요."

 

애가 엄마하고 통화를 하는 동안, 마침 교회청년이 와서 문을 열길래 자초지정을 설명했더니 청년이 후다닥 기도실로 들어가 목사인지 전도사인지 중년 남성을 데려와 나를 가리키며 사정을 설명했고 중년 남성은 연신 고개를 꾸벅거리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생각해보면 내가 나서지 않아도 이 교회청년이 기도실 문을 열어주고 애를 돌봐줬을텐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쨌든 잘해결됐으니 만사 오케이.

아이로부터 통화가 끊긴 전화를 돌려받고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정류장을 향해 걸어가는데, 교회 옆 교육원에서 대단히 젊고 아리따운 아가씨 한분이 손에 휴대폰을 들고 헐레벌떡 기도실로 달려가는 것을 보고 내 뇌는 빠른 계산에 들어갔다.

 

(젊다= 요즘 애엄마는 젊다= 휴대폰을 들고 급하게 뛴다 = 방금 나랑 통화한 아줌마? = 애를 애타게 찾는다? == 그럼 안심시켜줘야지!)

 

결론을 마친 나는 젊은 여성을 불러세웠다.

 

"저기요! 혹시 선우 어머님 아니세요?"

 

여성은 처음에 네? 하고 고개를 갸웃하더니 자기가 애엄마 취급당한게 화가났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목소리가 올라간다.

 

"아니거든요!!"

 

아 이거 실례.

 

오늘도 착한일 하나 나쁜일 하나를 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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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날다    친구신청

울프라매.. 울프라 했잖아요.. 울프.. ㅜㅜ

유아쏵    친구신청

울프라면서요.... 왜 흉노에요 ㅠㅠ...

서래마을이반장    친구신청

저 머리 한사람 아침에 버스에서 본거 같은데

젤다의전설    친구신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꼬    친구신청

FlyFan    친구신청

어.... 음.... 말 잘 타실거 같아요

글리젠 마이스터    친구신청

멋진 갈기(?)십니다 울프맨님

그까짓거피쓰!    친구신청

마지막에 큰잘못을 ㅠㅠㅋㅋㅋㅋ

Sandwitch    친구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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