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하코 MY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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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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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소사이어티 - 새로운 시민들] 열세번째 기록 - 갇혀버린 믿음 (0) 2013/07/15 PM 08:56
열세번째 기록 - 갇혀버린 믿음

다이앤, 지금 시간은 20XX년 9월20일 04시 23분이야.
마키에는 수술받은 다음날 일어났어.
다행히도 수술이 잘된 모양이야.
크레이그와 애니에 대해서는...
먼저 따로 연구소로 갔다고 했어.
애니와 작별인사를 못해서 아쉬워했지만 크레이그 성격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야.

나와 존, 죠셉은 그 사건에 대해서 결코 말을 꺼내지 않았지.
마치 사이코패스처럼 무신경하게 일상생활을 하는 척 했어.

그 사건 이후로 존이 부쩍 마키에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어.
뭔가 많이 물어보더군.
마키에는 조금 경계하는 눈치였어.

- 여기서만 벌써 이틀째인데 괜찮을까요?

죠셉이 조급한 듯 말을 꺼냈어.

- 일단 마키에가 완전히 회복해야 하니까요.

- 여기 있다가 또 언제 놈들이 올지 모르잖아요.
연구소도 얼마 안 남았고.

- 이...일단 마키에의 상태를 보죠.
다행히도 장기가 다친 건 아니기 때문에 얼마 안 있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 하지만 그래도 무리해서 걸으려고 해도 4~5일 정도는 더 걸릴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 그.. 그러면 너무 늦지 않습니까?
저도 신문사에서 멋대로 취재 나온지 꽤 시간지났고 슬슬 연구소에 가서 진상을 밝히지 않으면...

- 저도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마키에가 설사 걷기에는 무리라고 해도 움직일 수 있다면 제가 업어서라도 데리고 갈 수는 있으니까요.
존, 일단 마키에의 상태를...

- 그...그러죠.

방에 들어 갔더니 마키에는 깨어있었어.

- 안녕, 에드가.

- 안녕.

- 미...미안하지만 배에 상처를 좀 봐도 되겠니?

존이 다가오자 마키에는 내 눈치를 봤지만 내가 옆에 있으니까 괜찮다는 눈짓을 하니까 안심하는 모습이었어.

존이 마키에의 붕대를 풀고 상처를 살펴 봤지.
그런데 한참동안 상처를 뚫어지게 쳐다 보는거야.

- 뭐가 잘못됐나요?

나도 존의 어깨 너머로 상처를 봤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봉합 자국이 상당히 깨끗하더군.
나같은 초심자가 봐도 수술 실력이 상당하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 아뇨... 마키에, 어디 불편한 곳은 없니?

- 아뇨, 없는데요? 아픈데도 없어요.

그 후로 존은 마키에에게 이것저것 상태에 대해서 물어 보면서 간단한 검사를 했어.

- 흠... 생각보다 빨리 회복됐네요.
상처도 거의 아물었습니다.
통증만 없다면 오늘 저녁에도 움직일 수 있을 거 같아요.

- 엇?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 역시 어려서 그런가. 회복력이 대단하군!

- 음...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이 아이는 역시...

- 역시?

- 아...아무것도 아닙니다. 슬슬 어두워질테니 갈 준비를 하죠.
천천히 걸어도 이제 내일이면 연구소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 존, 고맙습니다. 덕분에 마키에가 살 수 있었어요.
마키에, 너도 고맙다고 말씀드려야지.

- 고마워요. 존.

- 아... 뭐. 좀 더 상태를 보긴 해야 하니까요.

중간 중간 존과 의견 대립도 있었지만 그 순간만은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
마키에가 잘못되었다면 나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죄책감을 떨쳐낼 수가 없었을테니까.

17시 55분이야.
다이앤, 슬슬 어두워지고 있어. 놈들도 벌써 퇴근했는지 보이지 않더군.

- 슬슬 출발하도록 하죠.

- 네, 고생하는 건 이게 마지막 밤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정말 마지막 밤을 축하하듯 놈들은 정말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어.
걱정했던거 보다 마키에의 상태도 괜찮았지.
정말 저렇게 뛰어다녀도 괜찮은건가?
놈들이 나타났을 때 여차하면 마키에를 들고 뛸 생각이었던 내가 머쓱해졌지.

사일런트 에코의 안개를 헤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어.
조금씩 길을 더듬으면서 걸은지 10시간 째, 주변이 슬슬 밝아지면서 육안으로도 건물의 윤곽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가 됐지.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음을 실감할 수 있었어.

- 연구소에 가까워지면 꽤나 많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정말 다행이네요.

- 이러다가 또 막판에 떼거지로 몰려 올지도 모르죠.

- 재수없는 소리마세요, 존.
기자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가 있죠.
'입닥치고 기다려라. 그러면 특종을 잡을 것이니.'

- 그냥 조심하자는 겁니다.

- 저기 봐요! 마을의 끝이에요!

- 그렇군요. 저기 출구 쪽에서 몇 백미터만 가면 연구소 정문이 보일 겁니다.

누가 말했었지. 복권은 당첨될 때 보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가 가장 행복한 거라고.
복권 결과가 나왔을 때는 정말 존의 입을 한대 치고 싶더군.

처음에는 어슴프레하게 낀 안개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점점 가까워지는 사물의 식별을 허락했을 때, 그 꾸물거리는 것들이 분명하게 보였지.

- 말도 안돼...

- 거짓말이지...?

- 좀비들이다...

엄청난 규모의 연구소 건물은 높은 담에 둘러 싸여 있었어.
건물 현관과 철책 사이의 거리만 해도 거의 3~400 미터는 되어 보였지.
그런데 그 사이를 좀비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어.
아니, 실제로는 백 여마리 남짓이었지만 절망감과 공포감이 내 뇌 속에 마음껏 과장을 만들어 내고 있었던거야.
철문은 어중간하게 열려 있었고 놈들은 나오지 못하고 담 안 쪽을 계속 맴돌기만 할 뿐이었지.

끄드드드드드.....

곤충이 우는 것 같은 놈들의 독특한 울음소리가 안개에 섞여 내 귀를 잡아당겼어.
무엇보다 다이앤... 당신이 저들 중에 있을까봐 너무 무서웠지.

- 이럴수가... 연구소 사람들도 다 당한 건가요?

- 모... 모르겠어요. 놈들 중에 몇몇이 연구소 유니폼을 걸치고 있는 거 같긴 한데...

- 이럴 수가... 기껏 여기까지 와서 연구소는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죽는 건가.

- 아직 포기하긴 일러요. 놈들을 밖으로 유인하고 현관까지만 갈 수 있다면 연구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거에요.

- 하지만 어떻게? 그리고 설사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이미 안에는 놈들로 가득할텐데?

- 그렇다고 여기서 있어 봤자 죽는 걸 기다릴 뿐이에요.
여기까지 온 이상 죽더라도 전 다이앤을 만나고 죽을 겁니다.

- 저도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 바보 같은... 안에 들어간다고 살아 남을 수 있을 거 같소?

- 아...아니에요. 에드가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연구소 안은 만일을 대비해서 대피할 수 있는 쉘터가 몇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하...한 구역만 차지할 수 있다면 거기 있는 식량과 자가 발전으로 아마 몇 년은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그것도 힘들면 회사 소유의 헬기로 빠져나가면 되요.
여... 여기서 죽치고 있어 봤자 사흘도 버티기 힘들 겁니다.
더 밝아지면 아예 찬스조차 없어질지도 몰라요.

- 그렇다고 하더라도 놈들을 어떻게 유인한단 말입니까?
- 저에게 생각이 있어요. 존, 당신이 갖고 있는 직원 카드로 현관문을 열 수 있다고 했었죠?

- 그렇죠.

- 죠셉, 혹시 놈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철문까지 가서 철문을 열 수 있겠어요?

- 뭐? 뭐라고 했소? 저 철문을 열자마자 놈들이 나에게 달겨들텐데?

- 저기... 저 쪽에 주유소 보입니까?

난 우리가 있는 곳에서 삼백미터 정도 떨어진 주유소를 턱으로 가리켰지.

- 저 주유소로 미리 가서 제가 불을 지를께요.
철문이 열릴 때에 맞춰서 폭파시키면 놈들은 그 쪽으로 몰릴 겁니다.
큰 소리에 반응하니까.
마키에와 존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좀비들이 주유소 쪽으로 가면 연구소 건물로 뛰어 들어가세요.
이 작전이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아마 두세마리는 뚫고 갈 각오를 하셔야 할 거에요.

- 에드가! 안돼! 그건 너무 위험해!

- 맞아. 영웅 놀이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 전 브루스 윌리스가 아니에요. 다 같이 하는 겁니다.
우리들은 익스펜더블이 아닌 은밀한 닌자 영화를 찍어야 해요.
놈들이 오는지 확인하는대로 마을 안 쪽 골목을 돌아서 연구소로 돌아갈께요.

- 만약에 실패하면 어떡하죠?

- 지금 플랜B를 생각할만한 여유는 없지만...
아, 그리고 존, 크레이그의... 한테서 받은 총, 가지고 있죠? 그것 좀 주세요.

- 왜요? 실패하면 설마...?

- 그럴 여유라도 있다면 좋겠지만...
플랜B까지는 아니지만 주유소가 폭파되지 않았을 때의 보험이에요.
총을 쏘던 자동차 보안 벨을 울리던 어쨌든 놈들 눈길을 끌어야 하니까.

- 성공할 수 있을까요?

- 날은 밝아오고 다른 계획을 짤 시간도 없어요.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 에드가...

- 걱정마, 마키에. 나도 마키에도 저기 들어가서 가족들을 만나기 전에는 죽을 수 없잖아.
그렇지? 안에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어. 금방 갈께.

마키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듯한 눈을 했지만 이내 앙 다문 입술로 고개를 끄덕여 줬어.

- 어쩔 수가 없군요. 우리가 로비에 들어가면 카메라로 확인 할 수 있으니 에드가의 얼굴이 보이면 바로 열어 줄께요.

- 이런 젠장! 종군 기자 되려고 했던 꿈을 여기서 이루게 생겼구만!

- 오케이, 그럼 갑니다.

주유소로 가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지.
좀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
이 근처 좀비들은 다 저기로 몰려있는 건가.
아마 러쉬먼 사에서 일했었던 기억이 지금까지 남아서 연구소를 들어가려고 어슬렁 대고 있는 걸지도.

주유소에 도착하고 먼저 기름을 있는대로 빼내서 온 사방에 끼얹었지.
가솔린 스탠드에 방치된 차는 보닛과 주유구를 열고 기름을 뿌렸어.
과연 영화처럼 성대하게 폭발해줄까가 문제로군.

내가 손으로 신호를 하자 죠셉이 정말 종군 기자라도 된 듯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철문 앞까지 사사삭 기어 갔지.
그리고 마치 어린 아이가 초인종 누르고 도망치는 것처럼 잽싸게 철문을 열고 반대편으로 도망쳤어.

난 갖고 있던 지포 라이터를 기름 쪽으로 던지고 주유소 반대쪽 골목으로 마구 달렸지.
역류하는 물결처럼 차체와 가솔린 스탠드를 타고 불길이 활활 올랐어.
하지만 놈들의 주의를 끌기는 부족했지.
실패인가? 결국 내가 총을 쏴서 미끼가 되는 방법 밖에 없나...?

퍼---엉--!!

순간 엄청난 굉음과 용암을 끼얹는 듯한 열기가 내 피부를 덮쳤어.
가솔린 스탠드가 폭발한 건지 자동차가 폭발한 건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놈들이 이 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멀리서도 느낄 수 있었지.

수십 마리의 도우 페이스가 이 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어.
하지만 그 놈들 눈은 내가 아니라 저 불꽃을 향해 있음을 알 수 있었지.
좀비 놈들의 행렬 뒤로 연구소 안으로 몰래 돌아 들어가는 마키에와 존, 죠셉이 보였어.

이제 내 차례였지. 마구 내달렸어.
난 연구소로 통하는 한 블럭 안 쪽의 골목길로 들어 갔어.
사람 두 명 정도가 빠져 나갈 정도의 좁은 골목이었지.

골목의 3분의 2정도 왔을 때 쯤 오른쪽에서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눈 옆을 찢는듯한 느낌이 들었어.
내가 반사적으로 왼쪽으로 몸을 틀자 커다란 회색 낫이 내 코앞을 스쳐갔지.

빌어먹을, 왜 없나 했다!

한 놈이 어느 집 창문을 뚫고 뼈를 휘두르고 있었지.
유리에 먼저 베이지 않았다면 내 머리를 제대로 찍었을거야.
놈은 그 기어 나오려고 했지만 창문에 몸이 걸려서 바둥대고 있었어.
놈이 빠져나오기 전에 도망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골목 출구 쪽에 또 한 놈이 달려오고 있는 거야.

이 좁은 곳에서 한 번에 두 놈인가.
도무지 승산이 보이지 않았어.
왔던 길로 돌아갈 수도 없었지.
어차피 기다리고 있는 건 주유소의 좀비 떼들이었으니까.
난 옆에 나 있는 어느 건물의 뒷문을 봤어. 잠겨 있었지.

망할! 하지만 그나마 도끼가 있어서 다행이었어.
정신이 없었지.
좀비놈에게 내려치는 것 보다 더 쎄게 내리쳤을거야.

쾅--!!

도끼로 자물쇠를 찍고 어깨로 밀어내자 겨우 열 수 있었지.
안은 무슨 창고 같은 곳이었어.
테이블같은 집기가 있어서 그걸로 문이 안 열리게 막았지.

그 두 놈이 마구 문을 두드렸지만 필사적으로 막았어.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더 이상 필요치 않았으니까.
무거운 철제 책장을 대놓은게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놈들이 금방 뚫고 들어올 것 같진 않았지.

빨리 여기를 빠져 나가야 했어.
창고에서 건물 안 쪽으로 나있는 문으로 들어갔지.
문을 열자 엄청 높은 천정과 커다란 스테인글래스 창문이 눈에 들어 왔어.
이른 새벽의 햇빛이 스테인글래스를 뚫고 화려한 색으로 변해 눈을 어지럽혔어.
그리고 아래 쪽에 쭉 이어져 있는 옆으로 긴 의자들.
희한하게 한쪽 구석에는 그 긴 의자가 무언가를 둘러싼 형태로 성처럼 높게 쌓여 있었어.

교회인건가. 뒤를 돌아보니 저 위로 예수상이 있었고 내가 서 있는 곳은 무슨 연단 같은 곳이었어.

덜컹

의자 쪽이다! 놈들인가? 도끼를 들고 의자 쪽을 내려다 봤어.
의자를 쌓아올린 틈 사이로 어떤 눈이 보였지.

- 누구냐!! 나와!!

그러자 의자 무덤 사이에서 끼익끼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꾀죄죄한 몰골에 목사 복장을 한 어떤 사람의 몸이 힘없이 삐져나왔지.

- 다... 당신은 사람입니까?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있었나?

- 네, 보다시피 사람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 간떨어질 뻔했네요.

- 아아... 다행이다. 아직 더 기도할 수 있어... 저... 전 리처드 목사라고 합니다.

기도?

- 무슨 소립니까? 왜 아직도 여기 계신거죠?

- 우... 우리는...

우리? 목사만 있는 게 아니었어.
성벽같이 쌓인 의자를 다시 보니 문같은 역할을 하는 작은 틈 사이로 사람들이 보였지.
열 둘, 열 셋 쯤 되었을려나.
다들 며칠을 씻지 못한 듯 몰골이 말이 아니었어.

- 우리는 이 곳에서 주님의 곁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무슨 소립니까? 준비라니?

- 저 밖을 보세요! 저 악마들... 아, 아니 괴물들! 뭐라도 불러도 좋습니다.
이미 세상은 저들로 가득 차 있지 않습니까?
저들과 같은 모습이 되느니 저희는 인간의 모습으로 마지막을 맞고 싶습니다.

- 무슨... 그래서? 집단으로 자살이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 이미 하나님 아버지께서 인간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씀하시고 있으시니 그에 따르는 수 밖에요. 주님의 자식으로서 마지막을 경건하게 준비한다면 인간다운 죽음을 내려주실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도를 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겁니다.

- 바보같은... 이것봐요. 연구소랑 여기랑 몇 백미터 밖에 안 떨어져 있어요.
지금 저 쪽 불타는 주유소 쪽에 좀비들이 몰려 있습니다.
지금 연구소로 가면 살 수 있을지도 몰라요!

- 우리들의 모습을 보세요.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모두들 지쳐 있소.
설사 오늘 살아 남는다고 해도 계속 살아 남을 보장이 있습니까?

-우리들도 저놈들을 헤치고 살아남은 인간들입니다!
당신네들이 여기서 끙끙 앓는 동안에 나와 내 동료들은 이 도시를 가로질러서 여기까지 왔다고요!

- 그런 당신들 중에 희생자는 없었습니까?

- ... 그건

- ... 역시 그렇지요? 그래서 우리들은 서로 함께 갈 생각인겁니다.
누구나 다 깨끗한 인간의 모습으로.

- 그래 좋아. 당신은 그렇다치고 당신에게 저들의 목숨까지 가져갈 권리가 있습니까?
저기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네요.

- 소용없을 겁니다.

- 닥쳐요...! 거기 계신 분들은 정말로 괜찮은 겁니까?

그러자 한 중년 남자가 힘없이 말했지.

- 여...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가족, 친구, 자식들이 괴물로 변하는 걸 본 사람들입니다.
우린 다 잃었죠. 더 살아도 희망이 없어요...

- 그래서? 당신들은 저 앞에 살 길이 있는데도 여기서 계속 있겠다는 겁니까?

- 리처드 목사님은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셨어요.
악마들이 나타난 이후로 유일하게 마음이 편안해졌죠.
저희는 저...절대 저런 괴물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침묵을 지키고 있던 목사가 입을 뗐지.

-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마태복음 18장 3절.
우리는 그저 주님의 주신 그 모습 그대로 가고 싶은 것 뿐입니다.

-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가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 창세기... 28장 15절... 인가요.
생각해주시는 건 고맙습니다.
하지만 밖에 나가는 위험은 무릅쓸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여기서 우리의 모습 그대로 조용히 가고 싶을 뿐...

- 지금 당신들의 모습이 저 괴물들보다 낫다고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어!!

- ...

- ...정말로 여기에 계속 있을겁니까?

- 그렇소.

-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죠. 난 가겠습니다.

난 그들 옆을 지나가 정문 쪽으로 갔어.
알 수 없는 분노가 휘몰아쳤지.
그리고 중얼거렸어.

- ...정말로 당신들이 그렇게 죽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 뭐라 그러셨소? 방금...?

난 돌아서서 그 놈들이 들을 수 있게 외쳤어.

- 웃기지마!! 당신들이 그렇게 죽고 싶어 한다면 내가 영원히 죽지도 못하는 몸으로 만들어주지!!

난 정문 손잡이를 부수고 스테인 글래스에 총을 쏘기 시작했지.
총성과 무너지는 스테인 글래스 소리가 천정을 뒤덮었어.

총을 쏘고 10초도 지나지 않아 놈들이 교회 안으로 들어 왔어.
십여 마리의 좀비들이 한꺼번에 의자 무덤으로 몰려 들었지.

놈들의 시선이 그 쪽으로 몰린 사이 난 정문 쪽으로 빠져나갔어.
관통당한 목사의 목이 뼈 끝에 대롱거리며 눈과 입의 위치가 뒤바뀐 채 날 바라 보고 있었지.
골목을 빠져 나올 때까지 비명이 멈추지 않았어.

인간이라고 하는 건 너무나도 부족한 존재야.
하지만 그 부족한 부분을 알고 채워넣을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가치가 있는 거야.
당신도 곧 인간이란 멋진 존재라는 걸 알게 될거야.

다이앤, 당신이 말했었지.
하지만... 당신이 알려준 인간들과 너무나 다르잖아.

내가 믿고 있는 인간
그리고 그들이 갖고 있는 믿음
무채색으로 만들어낸 만화경처럼 내 안에서 그 두 가지색의 거울이 마구 뒤틀리고 있었어.

젠장 젠장 젠장
나보고 기다리라고 손을 뻗는 절망과 분노를 떨쳐내려고 전속력으로 달렸어.
한발짝 내딛을 때마다 뒤엉킨 분노가 지면을 타고 내 뇌를 찔러 댔지.

다이앤 다이앤 다이앤
오직 그대 말이 옮아.
모두 다 그릇된 믿음으로 살고 있어.
나에겐 오직 그대 말만이 가치가 있어.

연구소 앞에는 좀비들이 보이지 않더군.
현관 옆 최신 개폐 장치에 달란 얼굴 인식 용 카메라 앞에서 한동안 난 멍하니 서있었지.

그들이, 그리고 나 스스로도... 지금껏 믿고 있었던 인간의 조건을 무너뜨리고 말았어.

자동문이 열렸어.
존과 죠셉이, 그리고 마키에가 있었지.
환하게 웃는 당신의 얼굴이 마키에의 얼굴에서 떠올랐어.

- 어서와, 에드가.

- 다녀왔어...
다이앤, 세상은 정말 좀비로 가득 차 있을지도 몰라.
사람들은 앞으로도 뒤틀린 삶을 살아 가겠지.
날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 주는 건 오직 당신의 말뿐이야.
영원히 퇴색되지 않을 유일한 믿음

2013年7月3日 20:40:32에서 수정 충돌 발생 :

(13)좀비소사이어티 - 새로운 시민들

열세번째 기록 - 갇혀버린 믿음

다이앤, 지금 시간은 20XX년 9월20일 04시 23분이야.
마키에는 수술받은 다음날 일어났어.
다행히도 수술이 잘된 모양이야.
크레이그와 애니에 대해서는...
먼저 따로 연구소로 갔다고 했어.
애니와 작별인사를 못해서 아쉬워했지만 크레이그 성격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야.

나와 존, 죠셉은 그 사건에 대해서 결코 말을 꺼내지 않았지.
마치 사이코패스처럼 무신경하게 일상생활을 하는 척 했어.

그 사건 이후로 존이 부쩍 마키에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어.
뭔가 많이 물어보더군.
마키에는 조금 경계하는 눈치였어.

- 여기서만 벌써 이틀째인데 괜찮을까요?

죠셉이 조급한 듯 말을 꺼냈어.

- 일단 마키에가 완전히 회복해야 하니까요.

- 여기 있다가 또 언제 놈들이 올지 모르잖아요.
연구소도 얼마 안 남았고.

- 이...일단 마키에의 상태를 보죠.
다행히도 장기가 다친 건 아니기 때문에 얼마 안 있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 하지만 그래도 무리해서 걸으려고 해도 4~5일 정도는 더 걸릴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 그.. 그러면 너무 늦지 않습니까?
저도 신문사에서 멋대로 취재 나온지 꽤 시간지났고 슬슬 연구소에 가서 진상을 밝히지 않으면...

- 저도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마키에가 설사 걷기에는 무리라고 해도 움직일 수 있다면 제가 업어서라도 데리고 갈 수는 있으니까요.
존, 일단 마키에의 상태를...

- 그...그러죠.

방에 들어 갔더니 마키에는 깨어있었어.

- 안녕, 에드가.

- 안녕.

- 미...미안하지만 배에 상처를 좀 봐도 되겠니?

존이 다가오자 마키에는 내 눈치를 봤지만 내가 옆에 있으니까 괜찮다는 눈짓을 하니까 안심하는 모습이었어.

존이 마키에의 붕대를 풀고 상처를 살펴 봤지.
그런데 한참동안 상처를 뚫어지게 쳐다 보는거야.

- 뭐가 잘못됐나요?

나도 존의 어깨 너머로 상처를 봤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봉합 자국이 상당히 깨끗하더군.
나같은 초심자가 봐도 수술 실력이 상당하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 아뇨... 마키에, 어디 불편한 곳은 없니?

- 아뇨, 없는데요? 아픈데도 없어요.

그 후로 존은 마키에에게 이것저것 상태에 대해서 물어 보면서 간단한 검사를 했어.

- 흠... 생각보다 빨리 회복됐네요.
상처도 거의 아물었습니다.
통증만 없다면 오늘 저녁에도 움직일 수 있을 거 같아요.

- 엇?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 역시 어려서 그런가. 회복력이 대단하군!

- 음...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이 아이는 역시...

- 역시?

- 아...아무것도 아닙니다. 슬슬 어두워질테니 갈 준비를 하죠.
천천히 걸어도 이제 내일이면 연구소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 존, 고맙습니다. 덕분에 마키에가 살 수 있었어요.
마키에, 너도 고맙다고 말씀드려야지.

- 고마워요. 존.

- 아... 뭐. 좀 더 상태를 보긴 해야 하니까요.

중간 중간 존과 의견 대립도 있었지만 그 순간만은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
마키에가 잘못되었다면 나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죄책감을 떨쳐낼 수가 없었을테니까.

17시 55분이야.
다이앤, 슬슬 어두워지고 있어. 놈들도 벌써 퇴근했는지 보이지 않더군.

- 슬슬 출발하도록 하죠.

- 네, 고생하는 건 이게 마지막 밤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정말 마지막 밤을 축하하듯 놈들은 정말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어.
걱정했던거 보다 마키에의 상태도 괜찮았지.
정말 저렇게 뛰어다녀도 괜찮은건가?
놈들이 나타났을 때 여차하면 마키에를 들고 뛸 생각이었던 내가 머쓱해졌지.

사일런트 에코의 안개를 헤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어.
조금씩 길을 더듬으면서 걸은지 10시간 째, 주변이 슬슬 밝아지면서 육안으로도 건물의 윤곽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가 됐지.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음을 실감할 수 있었어.

- 연구소에 가까워지면 꽤나 많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정말 다행이네요.

- 이러다가 또 막판에 떼거지로 몰려 올지도 모르죠.

- 재수없는 소리마세요, 존.
기자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가 있죠.
'입닥치고 기다려라. 그러면 특종을 잡을 것이니.'

- 그냥 조심하자는 겁니다.

- 저기 봐요! 마을의 끝이에요!

- 그렇군요. 저기 출구 쪽에서 몇 백미터만 가면 연구소 정문이 보일 겁니다.

누가 말했었지. 복권은 당첨될 때 보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가 가장 행복한 거라고.
복권 결과가 나왔을 때는 정말 존의 입을 한대 치고 싶더군.

처음에는 어슴프레하게 낀 안개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점점 가까워지는 사물의 식별을 허락했을 때, 그 꾸물거리는 것들이 분명하게 보였지.

- 말도 안돼...

- 거짓말이지...?

- 좀비들이다...

엄청난 규모의 연구소 건물은 높은 담에 둘러 싸여 있었어.
건물 현관과 철책 사이의 거리만 해도 거의 3~400 미터는 되어 보였지.
그런데 그 사이를 좀비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어.
아니, 실제로는 백 여마리 남짓이었지만 절망감과 공포감이 내 뇌 속에 마음껏 과장을 만들어 내고 있었던거야.
철문은 어중간하게 열려 있었고 놈들은 나오지 못하고 담 안 쪽을 계속 맴돌기만 할 뿐이었지.

끄드드드드드.....

곤충이 우는 것 같은 놈들의 독특한 울음소리가 안개에 섞여 내 귀를 잡아당겼어.
무엇보다 다이앤... 당신이 저들 중에 있을까봐 너무 무서웠지.

- 이럴수가... 연구소 사람들도 다 당한 건가요?

- 모... 모르겠어요. 놈들 중에 몇몇이 연구소 유니폼을 걸치고 있는 거 같긴 한데...

- 이럴 수가... 기껏 여기까지 와서 연구소는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죽는 건가.

- 아직 포기하긴 일러요. 놈들을 밖으로 유인하고 현관까지만 갈 수 있다면 연구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거에요.

- 하지만 어떻게? 그리고 설사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이미 안에는 놈들로 가득할텐데?

- 그렇다고 여기서 있어 봤자 죽는 걸 기다릴 뿐이에요.
여기까지 온 이상 죽더라도 전 다이앤을 만나고 죽을 겁니다.

- 저도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 바보 같은... 안에 들어간다고 살아 남을 수 있을 거 같소?

- 아...아니에요. 에드가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연구소 안은 만일을 대비해서 대피할 수 있는 쉘터가 몇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하...한 구역만 차지할 수 있다면 거기 있는 식량과 자가 발전으로 아마 몇 년은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그것도 힘들면 회사 소유의 헬기로 빠져나가면 되요.
여... 여기서 죽치고 있어 봤자 사흘도 버티기 힘들 겁니다.
더 밝아지면 아예 찬스조차 없어질지도 몰라요.

- 그렇다고 하더라도 놈들을 어떻게 유인한단 말입니까?
- 저에게 생각이 있어요. 존, 당신이 갖고 있는 직원 카드로 현관문을 열 수 있다고 했었죠?

- 그렇죠.

- 죠셉, 혹시 놈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철문까지 가서 철문을 열 수 있겠어요?

- 뭐? 뭐라고 했소? 저 철문을 열자마자 놈들이 나에게 달겨들텐데?

- 저기... 저 쪽에 주유소 보입니까?

난 우리가 있는 곳에서 삼백미터 정도 떨어진 주유소를 턱으로 가리켰지.

- 저 주유소로 미리 가서 제가 불을 지를께요.
철문이 열릴 때에 맞춰서 폭파시키면 놈들은 그 쪽으로 몰릴 겁니다.
큰 소리에 반응하니까.
마키에와 존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좀비들이 주유소 쪽으로 가면 연구소 건물로 뛰어 들어가세요.
이 작전이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아마 두세마리는 뚫고 갈 각오를 하셔야 할 거에요.

- 에드가! 안돼! 그건 너무 위험해!

- 맞아. 영웅 놀이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 전 브루스 윌리스가 아니에요. 다 같이 하는 겁니다.
우리들은 익스펜더블이 아닌 은밀한 닌자 영화를 찍어야 해요.
놈들이 오는지 확인하는대로 마을 안 쪽 골목을 돌아서 연구소로 돌아갈께요.

- 만약에 실패하면 어떡하죠?

- 지금 플랜B를 생각할만한 여유는 없지만...
아, 그리고 존, 크레이그의... 한테서 받은 총, 가지고 있죠? 그것 좀 주세요.

- 왜요? 실패하면 설마...?

- 그럴 여유라도 있다면 좋겠지만...
플랜B까지는 아니지만 주유소가 폭파되지 않았을 때의 보험이에요.
총을 쏘던 자동차 보안 벨을 울리던 어쨌든 놈들 눈길을 끌어야 하니까.

- 성공할 수 있을까요?

- 날은 밝아오고 다른 계획을 짤 시간도 없어요.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 에드가...

- 걱정마, 마키에. 나도 마키에도 저기 들어가서 가족들을 만나기 전에는 죽을 수 없잖아.
그렇지? 안에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어. 금방 갈께.

마키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듯한 눈을 했지만 이내 앙 다문 입술로 고개를 끄덕여 줬어.

- 어쩔 수가 없군요. 우리가 로비에 들어가면 카메라로 확인 할 수 있으니 에드가의 얼굴이 보이면 바로 열어 줄께요.

- 이런 젠장! 종군 기자 되려고 했던 꿈을 여기서 이루게 생겼구만!

- 오케이, 그럼 갑니다.

주유소로 가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지.
좀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
이 근처 좀비들은 다 저기로 몰려있는 건가.
아마 러쉬먼 사에서 일했었던 기억이 지금까지 남아서 연구소를 들어가려고 어슬렁 대고 있는 걸지도.

주유소에 도착하고 먼저 기름을 있는대로 빼내서 온 사방에 끼얹었지.
가솔린 스탠드에 방치된 차는 보닛과 주유구를 열고 기름을 뿌렸어.
과연 영화처럼 성대하게 폭발해줄까가 문제로군.

내가 손으로 신호를 하자 죠셉이 정말 종군 기자라도 된 듯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철문 앞까지 사사삭 기어 갔지.
그리고 마치 어린 아이가 초인종 누르고 도망치는 것처럼 잽싸게 철문을 열고 반대편으로 도망쳤어.

난 갖고 있던 지포 라이터를 기름 쪽으로 던지고 주유소 반대쪽 골목으로 마구 달렸지.
역류하는 물결처럼 차체와 가솔린 스탠드를 타고 불길이 활활 올랐어.
하지만 놈들의 주의를 끌기는 부족했지.
실패인가? 결국 내가 총을 쏴서 미끼가 되는 방법 밖에 없나...?

퍼---엉--!!

순간 엄청난 굉음과 용암을 끼얹는 듯한 열기가 내 피부를 덮쳤어.
가솔린 스탠드가 폭발한 건지 자동차가 폭발한 건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놈들이 이 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멀리서도 느낄 수 있었지.

수십 마리의 도우 페이스가 이 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어.
하지만 그 놈들 눈은 내가 아니라 저 불꽃을 향해 있음을 알 수 있었지.
좀비 놈들의 행렬 뒤로 연구소 안으로 몰래 돌아 들어가는 마키에와 존, 죠셉이 보였어.

이제 내 차례였지. 마구 내달렸어.
난 연구소로 통하는 한 블럭 안 쪽의 골목길로 들어 갔어.
사람 두 명 정도가 빠져 나갈 정도의 좁은 골목이었지.

골목의 3분의 2정도 왔을 때 쯤 오른쪽에서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눈 옆을 찢는듯한 느낌이 들었어.
내가 반사적으로 왼쪽으로 몸을 틀자 커다란 회색 낫이 내 코앞을 스쳐갔지.

빌어먹을, 왜 없나 했다!

한 놈이 어느 집 창문을 뚫고 뼈를 휘두르고 있었지.
유리에 먼저 베이지 않았다면 내 머리를 제대로 찍었을거야.
놈은 그 기어 나오려고 했지만 창문에 몸이 걸려서 바둥대고 있었어.
놈이 빠져나오기 전에 도망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골목 출구 쪽에 또 한 놈이 달려오고 있는 거야.

이 좁은 곳에서 한 번에 두 놈인가.
도무지 승산이 보이지 않았어.
왔던 길로 돌아갈 수도 없었지.
어차피 기다리고 있는 건 주유소의 좀비 떼들이었으니까.
난 논과 나 사이에 있는 어느 건물의 뒷문을 봤어.
자물쇠가 걸려 있었지.

망할! 하지만 그나마 도끼가 있어서 다행이었어.
정신없이 그 자물쇠를 내려 쳤어.
아마 좀비놈에게 내려치는 것 보다 더 쎄게 내리쳤을거야.

쾅--!!

도끼로 자물쇠를 찍고 어깨로 밀어내자 겨우 열 수 있었지.
안은 무슨 창고 같은 곳이었어.
테이블같은 집기가 있어서 그걸로 문이 안 열리게 막았지.

그 두 놈이 마구 문을 두드렸지만 필사적으로 막았어.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더 이상 필요치 않았으니까.
무거운 철제 책장을 대놓은게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놈들이 금방 뚫고 들어올 것 같진 않았지.

빨리 여기를 빠져 나가야 했어.
창고에서 건물 안 쪽으로 나있는 문으로 들어갔지.
문을 열자 엄청 높은 천정과 커다란 스테인글래스 창문이 눈에 들어 왔어.
이른 새벽의 햇빛이 스테인글래스를 뚫고 화려한 색으로 변해 눈을 어지럽혔어.
그리고 아래 쪽에 쭉 이어져 있는 옆으로 긴 의자들.
희한하게 한쪽 구석에는 그 긴 의자가 무언가를 둘러싼 형태로 성처럼 높게 쌓여 있었어.

교회인건가. 뒤를 돌아보니 저 위로 예수상이 있었고 내가 서 있는 곳은 무슨 연단 같은 곳이었어.

덜컹

의자 쪽이다! 놈들인가? 도끼를 들고 의자 쪽을 내려다 봤어.
의자를 쌓아올린 틈 사이로 어떤 눈이 보였지.

- 누구냐!! 나와!!

그러자 의자 무덤 사이에서 끼익끼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꾀죄죄한 몰골에 목사 복장을 한 어떤 사람의 몸이 힘없이 삐져나왔지.

- 다... 당신은 사람입니까?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있었나?

- 네, 보다시피 사람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 간떨어질 뻔했네요.

- 아아... 다행이다. 아직 더 기도할 수 있어... 저... 전 리처드 목사라고 합니다.

기도?

- 무슨 소립니까? 왜 아직도 여기 계신거죠?

- 우... 우리는...

우리? 목사만 있는 게 아니었어.
성벽같이 쌓인 의자를 다시 보니 문같은 역할을 하는 작은 틈 사이로 사람들이 보였지.
열 둘, 열 셋 쯤 되었을려나.
다들 며칠을 씻지 못한 듯 몰골이 말이 아니었어.

- 우리는 이 곳에서 주님의 곁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무슨 소립니까? 준비라니?

- 저 밖을 보세요! 저 악마들... 아, 아니 괴물들! 뭐라도 불러도 좋습니다.
이미 세상은 저들로 가득 차 있지 않습니까?
저들과 같은 모습이 되느니 저희는 인간의 모습으로 마지막을 맞고 싶습니다.

- 무슨... 그래서? 저들과 자결이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 주님의 자식으로서 마지막을 경건하게 준비한다면 인간다운 죽음을 내려주실 거라고 믿고 있소.
우리는 기도를 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겁니다.

- 바보같은... 이것봐요. 연구소랑 여기랑 몇 백미터 밖에 안 떨어져 있어요.
지금 저 쪽 불타는 주유소 쪽에 좀비들이 몰려 있습니다.
지금 연구소로 가면 살 수 있을지도 몰라요!

- 우리들의 모습을 보세요.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모두들 지쳐 있소.
설사 오늘 살아 남는다고 해도 계속 살아 남을 보장이 있습니까?

-우리들도 저놈들을 헤치고 살아남은 인간들입니다!
당신네들이 여기서 끙끙 앓는 동안에 나와 내 동료들은 이 도시를 가로질러서 여기까지 왔다고요!

- 그런 당신들 중에 희생자는 없었습니까?

- ... 그건

- ... 역시 그렇지요? 그래서 우리들은 서로 함께 갈 생각인겁니다.
누구나 다 깨끗한 인간의 모습으로.

- 그래 좋아. 당신은 그렇다치고 당신에게 저들의 목숨까지 가져갈 권리가 있습니까?
저기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네요.

- 소용없을 겁니다.

- 닥쳐요...! 거기 계신 분들은 정말로 괜찮은 겁니까?

그러자 한 중년 남자가 힘없이 말했지.

- 여...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가족, 친구, 자식들이 괴물로 변하는 걸 본 사람들입니다.
우린 다 잃었죠. 더 살아도 희망이 없어요...

- 그래서? 당신들은 저 앞에 살 길이 있는데도 여기서 계속 있겠다는 겁니까?

- 리처드 목사님은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셨어요.
악마들이 나타난 이후로 유일하게 마음이 편안해졌죠.
저희는 결코 저런 괴물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침묵을 지키고 있던 목사가 입을 뗐지.

-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마태복음 18장 3절.
우리는 그저 주님의 주신 그 모습 그대로 가고 싶은 것 뿐입니다.

-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가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 창세기... 28장 15절... 인가요.
생각해주시는 건 고맙습니다.
하지만 밖에 나가는 위험은 무릅쓸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여기서 우리의 모습 그대로 조용히 가고 싶을 뿐...

- 지금 당신들의 모습이 저 괴물들보다 낫다고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어!!

- ...

- ...정말로 여기에 계속 있을겁니까?

- 그렇소.

-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죠. 난 가겠습니다.

난 그들 옆을 지나가 정문 쪽으로 갔어.
알 수 없는 분노가 휘몰아쳤지.
그리고 중얼거렸어.

- ...정말로 당신들이 그렇게 죽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 뭐라 그랬소? 방금...?

난 돌아서서 그 놈들이 들을 수 있게 외쳤어.

- 웃기지마!! 당신들이 그렇게 죽고 싶어 한다면 내가 영원히 죽지도 못하는 몸으로 만들어주지!!

난 정문 손잡이를 부수고 스테인 글래스에 총을 쏘기 시작했지.
총성과 무너지는 스테인 글래스 소리가 천정을 뒤덮었어.

총을 쏘고 10초도 지나지 않아 놈들이 교회 안으로 들어 왔어.
십여 마리의 좀비들이 한꺼번에 의자 무덤으로 몰려 들었지.

놈들의 시선이 그 쪽으로 몰린 사이 난 정문 쪽으로 빠져나갔어.
관통당한 목사의 목이 뼈 끝에 대롱거리며 눈과 입의 위치가 뒤바뀐 채 날 바라 보고 있었지.
골목을 빠져 나올 때까지 비명이 멈추지 않았어.

인간이라고 하는 건 너무나도 부족한 존재지.
하지만 그만큼 멋진 부분도 있어.
너도 곧 알게 될거야.

다이앤, 당신이 말했었지.
하지만... 당신이 알려준 인간들과 너무나 다르잖아.

내가 믿고 있는 인간
그리고 그들이 갖고 있는 믿음
무채색으로 만들어낸 만화경처럼 내 안에서 그 두 가지색의 거울이 마구 뒤틀리고 있었어.

젠장 젠장 젠장
나보고 기다리라고 손을 뻗는 절망과 분노를 떨쳐내려고 전속력으로 달렸어.
한발짝 내딛을 때마다 뒤엉킨 분노가 지면을 타고 내 뇌를 찔러 댔지.

다이앤 다이앤 다이앤
오직 그대 말이 옮아.
모두 다 그릇된 믿음으로 살고 있어.
나에겐 오직 그대 말만이 가치가 있어.

연구소 앞에는 좀비들이 보이지 않더군.
현관 옆 최신 개폐 장치에 달란 얼굴 인식 용 카메라 앞에서 한동안 난 멍하니 서있었지.

그들이, 그리고 나 스스로도... 지금껏 믿고 있었던 인간의 조건을 무너뜨리고 말았어.

자동문이 열렸어.
존과 죠셉이, 그리고 마키에가 있었지.
환하게 웃는 당신의 얼굴이 마키에의 얼굴에서 떠올랐어.

- 어서와, 에드가.

- 다녀왔어...

다이앤, 세상은 정말 좀비로 가득 차 있을지도 몰라.
사람들은 앞으로도 뒤틀린 삶을 살아 가겠지.
날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 주는 건 오직 당신의 말뿐이야.
영원히 퇴색되지 않을 유일한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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