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君の名は。2016)]
스탭롤이 올라갈 때 내용을 복기하며 갈무리를 하게 되는 영화가 있는가하면, 오로지 지금 내가 어떤 정서에 몰입하고 있는지를 추론하는 영화가 있다. 나는 아무래도 복잡다단한 정동에 머물러 어떤 눈썹을 짓고 있는지도 가늠하기가 불가했기 때문에 내게는 이 영화가 두 가지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았던 것 같다. 쫑알쫑알 개연성이 어땠고 평점이 몇이고 그게 뭐가 중요해. 나는 스크린이 힘 다해 꺼질 때까지 자리에 앉아서 좋으면 좋다고 명료하게 말할 수 있는 관객들을 아주 오랜만에 보았고 기뻤다. 이야기가 닫힐 때까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쓰러진 영화도 오랜만에 보았다. 이 영화가 증정하는 정서를 온통 머금고 극장을 빠져 나올 때 그냥 미소를 지으면 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