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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재] 새삼 오버워치의 인기를 체감한다 (3) 2016/08/10 AM 06:25

 

 최근 유비의 행보와는 다른 노선을 타고 있는 레인보우 식스 시즈.

 

 발매되기도 전 클베부터 루리웹이나 에펨포에서 고정팟을 꾸려서 열심히도 달렸었다.

 

 2명이 5명이 되고, 5명이 다른 클랜과 합방하며 대충 20명 남짓 된 인연은 지금도 여러 게임을 전전하며 유지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스트리밍, 흔히 BJ라고 불리는 직업군에 발을 막 들여놓은 사람이 하나 있었다.

 

 모임의 정규 인원은 아니었지만 곧잘 우리들과 함께 게임을 하면서 방송도 하면서 안면을 텄는데,

 

 그때의 유튜브 구독자는 불과 100명 남짓. 200을 넘겨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소위 영세 BJ가 되시겠다.

 

 게임하는 실력도 상당히 괜찮고 어느 정도 입담도 있어 인기몰이를 할 수 있을거라고 내다봤는데,

 

 역시 주력 컨텐츠가 레인보우라는 마이너 게임이라 그런지 영 시청자가 붙지를 않았다.

 

 그러다가 오버워치가 발매되고, 우리 모임이 약속이라도 한듯 다같이 넘어갔을 때 그 BJ 역시 오버워치를 스트리밍하기 시작했다.

 

 워낙 손이 좋다보니 겐지를 주력으로 삼은 그 친구의 점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기 시작했고,

 

 이내 80 어귀에서 놀면서, 오르는 점수만큼이나 구독자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함께 게임을 하던 시기에 구독을 눌러놓고 한동안 잊고 있다가 우연히 뜬 추천 영상에 들어가보니 그 BJ의 영상이었다.

 

 조회수가 40만 가량에 좋아요가 몇천 개. 겐지를 픽하여 현란하게 적진을 휘젓는 모습은 확실히 주목받을 만 했다.

 

 그리고 영상 아래로 시선을 옮겼을 때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는데, 구독자는 어느 새 6만 가량이 되어있던 것이다.

 

 내가 기억하던, 어르신 몇분이 정자에 모여 만담을 하듯 평화롭던 그 BJ의 채팅창은 이제 온갖 잡담이 매초 갱신되고

 

 클러치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일일히 읽지 못할만큼 폭주를 한다.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만한 특급 BJ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오버워치에 한해서는 상당한 인지도를 날리는 위치에 있게 된 것이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게임에서, 비록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최고의 매력을 가진 겐지라는 캐릭터의 효과가

 

 한 BJ의 인지도를 이렇게 뒤집어놓을 수 있다니 놀랄 노짜다.

 

 

 

 이런 감회와는 별개로, 어떤 기시감이 내게 찾아든다.

 

 국가대표 축구경기에서 처음으로 승규를 본 날, 나는 저 승규가 내가 아는 그 승규가 맞나 눈을 의심했다.

 

 초등학교 동창인 그 녀석은 그 때부터 내가 목이 아릴 정도로 올려다봐야 할 정도의 장신이었고,

 

 중학교에 가면서 축구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고등학교 때부터는 서로 살기 바빠 연락이 뜸해지다 이내 끊겼지만

 

 울산 현대랑 계약했다는 얘기까진 어찌어찌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승규가 브라운관 너머에서 내 앞에 섰을 때, 문득 승규라는 옛 친구는 이제 나와는 다른 세상에서 사는구나,

 

 라는 것을 피부로 직접 느꼈던 것이다. 멀리갔다기보다는 다른 차원에 있어 손이 닿지 않을 그런 느낌.

 

 유명인을 가까운, 혹은 가까웠던 사이로 둔 사람은 모두 이런 기분을 느끼는걸까?

 

 아니면 내가 그저 평범한 인연에 단지 유명인이 되었단 이유로 가치를 심하게 부여하는걸까?

 

 

 며칠 전 예의 그 BJ와 함께 플레이를 할 기회가 있었다.

 

 물론 경쟁전은 돌리지 못했다. 그는 77점이고, 나는 64점, 모임에서 낀 또다른 사람은 55점이라 빠대를 돌렸다.

 

 방송을 켜놓은 채 진행한 여러 게임에서 그 BJ는 여전히 유쾌하고 욕 잘하는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나는 어째선지 예전처럼 그와 농을 주고받지 못했다. 또한 내 눈이 오염될 정도의 플레이를 펼친 것 같았다.


 방송공포증이 있어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어느 새 동네 친구가 전국구 인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역구 인사 정도 되니

 

 그 자연스런 아우라에 압도되었다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어쩌면 그 아우라는 내 망상이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유명인, 혹은 그에 준하는 사회적 계급체계에 인식으로는 저항하나 순종을 체화한 나의 자의식이,

 

 상대가 그러한 위치에 서있기 위해 소비한 시간만큼이나 단절되거나, 희미한 연결만을 유지한 관계의 멀어진 간극이,

 

 그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이름을 세간에 날리고 싶었던, 실패한 글쟁이의 자격지심이 그들 앞에 잔뜩 움츠러든 나를 연성했다.

 

 그런 사실이 이상하게도 불쾌하고 서글프다. 승규나 BJ가 한 노력만큼의 수고를 난 들이지 않은 것일까...아니면 결정적으로 다른 자질이 있는걸까.

 

 심경이 약간 복잡해지는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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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시스l    친구신청

잘 나가는 친구 앞에서 내가 못날때 주눅이 드는건 다들 겪는 일이죠.
친구이기에 친구가 잘 나가는 모습을 보고 칭찬을 해줘야하지만..한 편으로는 질투, 시기심도 나는게 사람 아니겠습니까 ㅎㅎ
이런 심리적인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남에게 꿀리지 않을 정도로 성공을 해야겠죠

Tokin    친구신청

아낌없이 축하를 하고 내 일처럼 기뻐해줄 수도 있고, 부러움은 느껴도 부정적 감정은 잘 찾아오지 않지만 그들 앞에서 그런 '성공' 없이도 왜 자연스러운 나로서 있지 못할까...이게 참 답답한 일이네요 ㅎ 그런 지표도 '나란히 선다'의 큰 축을 차지하는 걸까요?

l시스l    친구신청

이건 흔히 말하는 자존감과 관련된 부분이라서..ㅠㅠ
심리적인 부분이라서 극복하기가 많이 어렵죠.
그들이 예전처럼 나를 대해줘도 내 자신이 스스로 위축되어버리니... ㅡ.ㅡ;;
친구들처럼 큰 성공을 할 필요까지 없고, 나도 어디서 꿀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만 할 수 있다면
자연스레 해결이 될텐데... 다만 이게 말이 쉽지 ㅎㅎ;; 실제로는 어려운 일이죠 ㅎㅎ;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기 전에 어떻게하면 자신의 입지를 높힐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는게 더 좋을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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