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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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당신 옆에 있는 건 ''거실의 사자' (0) 2018/06/04 AM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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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우연이었다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오래전 어디에서 하루에 한 가지 상품씩 특가세일로 판매하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고양이 전사들이란 책을 구입한게 시작이었습니다.


 고양이 전사들은 간략하게 소개하면 집고양이었던 러스티가 가족을 버리고 야생으로 들어가 전사가 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 책을 읽고 강렬하게 느낀 것은 고양이는 인간과 가장 가까이 있는 야생동물이란 사실입니다.


 이후로 고양이 동영상을 찾아보고 나름 인터넷으로 고양이가 어떤 동물인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알아보곤 했습니다. 고양이가 주인공인 소설도 써 보았고요. 하지만 고양이를 키워보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금전적인 문제도 있지만, 무언가를 키운다는 것에 관한 두려움이 더 컸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면 좋아할 수록 고양이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란 생각을 늘상 달고 살았습니다.


 서점에 가면 인류의 친구의 개보다 고양이완 관련된 서적이 배는 더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고양이과 함께 산 이야기. 즉 수필이나 사진집 같은 것들입니다. 고양이 사육법 혹은 인문책은 많다 할 수 없는 수준이죠. 특히 인문책은 더 합니다.


'거실의 사자'는 그 찾기 힘든 고양이 관한 인문서적입니다. 고양이를 알고 싶었기에 주저없이 책을 구입했습니다. 단언코 표지 사진인 문틈 사이로 얼굴과 다리를 내민 고양이의 모습에 홀려 산 건 아닙니다. 아닐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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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고양이를 너무 모릅니다. '고양이과 동물'이란 말을 쉽게 사용하지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작가인 에비게일 터커의 말을 빌리면 무자비하고 이기적인 육식동물, 생태계의 최정점에 올라있었던 동물이 바로 '고양이과 동물'입니다. 그들은 무엇이든 꿰뚫고 박살낼 수 있는 무시무시한 송곳니를 가지고 있으며 날렵하고 포악한 육식동물입니다. 전 지금 당신의 앞에서 키보드를 깔고 누워 있는 고양이를 말하고 있는 겁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고양이가 육식동물이고 포악하며 인류 이전 생태계의 정점에 속했던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고양이는 가축이 아닙니다. 개나 양, 소같은 다른 가축들처럼 사람에 복종하지 않으며 무언가를 주고 받으려 하지 않습니다. 포식자로서 사람을 부려 의식주를 해결하죠. 그래요 당신들. 집사 말입니다.

 당신의 고양이가 화장실이 뻔히 있는데 다른 곳에서 배설을 하나요? 그렇다면 고양이의 마음에 들게 화장실을 하나 더 사서 그곳에 배치해 주세요. 고양이가 소파 다리를 긁어 망가뜨렸다고요? 그래서 훈육하고 하고 싶으시다고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쇼핑몰로 달려가 고양이 전용 스크레치를 구입해서 대령하세요. 당신의 눈앞에 있는건 자그만한 사자입니다. 맹수는 훈육하려는 무시무시한 일을 선택하느니 공존을 택하는 쪽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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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실의 사자는 위처럼 고양이가 어떤 동물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데서 부터 시작합니다. 그렇기에 고양이 애호가들에겐 불편한 내용이 제법 들어가 있기도 해요. 고양이의 번식력은 엄청나며 육식동물이기에 그 수가 늘어나면 생태계를 파괴하는 유해동물이 된다는 것과 고양이는 쥐를 잡아 먹으니 인간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도 실은 그리 효과가 없다는 것는 사실 같은 것 말이죠. 한 마디 덧붙이면 인류의 친구인 개는 경찰견, 소방견, 안내견, 군견 등 여러분야에서 활약하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고양이 동영상에 따봉을 누르며 고양이 유튜브를 구둑하면서 전자집사를 자청하기까지 합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소감은 복잡미묘합니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온데간데 사라졌습니다. 싫다는감정이 아니라 과연 나는 고양이란 동물과 공존하며 살 수 있을까? 주종관계가 아닌 같은 공간으로 공유하는 관계로 함께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궁금해졌습니다. 고양이가 어떤 존재인지 더 알고 싶고 사회적으로 언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공부하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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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실의 사자는 인문학 책입니다. 고양이 사육법을 기대하거나 고양이 자랑 같은 걸 열거한 수필을 기대하셨다면 분명 실망할 책입니다. 허나 고양이가 어떤 존재이고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그 시작으론 아주 좋은 책입니다. 


 당신의 거실에 살고 있는 사자. 얼마나 잘 알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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