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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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나는 왜 이 게임에 화가 났었던 걸까? (1) 2015/12/13 AM 12:21

제 스마트 폰에는 다섯 개의 게임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순서대로 말하면, 픽셀로, 탐정의 왕, 심슨-스프링필드, 에이틴, 슈퍼판타지워, 세계의 파편. 이렇게 됩니다.

픽셀로와 심슨은 이동 중에 잠깐 즐기는 게임으로 오랫동안 제 기기에서 버틴 게임들이고 탐정의 왕은 DCL 플레이를 남겨놨는데 손이 안 가고 묵히고 있으며, 에이틴은 리뷰를 할까 말까 고민하며 슈퍼 판타지 워는 지금부터 말할 게임을 하느랴 최근엔 손을 못 대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엄청나게 화가 난 상태에서 평론한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탐정의 왕’ 이었습니다. 전 웹진의 인터뷰를 통해 이 게임을 알게 됐고, 하드코어 추리 게임이란 말에 속아 사전결제를 했습니다. 그러나 탐정의 왕은 사전구매자들을 멋지게 엿을 먹이고 순차발매, 진행 불가 버그, 결정적으론 인터뷰에서의 말장난까지 덮쳐 열이 뻗칠대로 뻗쳤습니다.

내가 느낀 감정과 주관을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리뷰, 평론입니다. 탐정의 왕 때에는 열이 뻗쳐있었지만, 열이 뻗친 이유가 나름 합당했습니다. 이 사람이 열 받을만 하네. 이런 느낌이었고 높은 조회수를 얻으며 성공한 리뷰가 되었습니다.

허나 세계의 파편 리뷰는 외적인 상황은 탐정의 왕 때와 일부 비슷하나 다른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게임에 사적인 감정이 지나치게 주입되어 있었죠. 개발사인 란시드의 게임이 아니라, 제 게임이라 생각하고 플레이하고 리뷰를 썼기 때문입니다.

전 게임에 너무 몰입해 있었습니다. 꿈에 그리던 스토리텔링과, TCG 조합의 게임이 나왔고. 마비노기 듀얼에서 보여줬던 스토리 모드에 꽂힌 상태였기 때문에 PVP에만 의지하지 않고 싱글 플레이에 가치가 있는 게임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부푼 기대감을 가졌습니다.
오 만원의 후원금은 게임 타이틀 하나 산다고 생각하면 아깝지 않으니 선뜻 지불할 수 있었고, 클로즈 베타 때에도 제 게임을 하는 것처럼 열심히 테스트하고 버그/개선점 리포트를 썼었지요.

사적으로 너무 몰입해 있었습니다.

리뷰에서도 썼지만, 세계의 파편은 최고의 조건으로 최악의 스타트를 했습니다. 지스타 부스를 이용해서 게임을 홍보하고 동시에 사전등록 이벤트까지 벌여 상당히 많은 초기유입 유저를 모으는 데 성공했지만, 서버가 폭파되고, 접속이 되고 나서는 수 많은 버그 때문에 게임이 정상 작동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란시드의 페이스북 계정으로 올라온 웹진과의 인터뷰 내용은 사람을 더 환장하게 하였습니다. 스토리 모드에 관한 것이었는데 진행 흐름에 방해된다고 스토리와 전투를 분리했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클로즈 베타를 통해 알고 있었던 미리 알고 있었던 부분인데도 납득이 가지 않은 부분이었죠.

탐정의 왕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게임 내용은 내용대로, 인터뷰는 인터뷰대로 사람을 미치게 하였으니까요. 그러나 전 치명적인 차이를 제 안에서 만들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평소 같으면 탐정의 왕 때처럼 인터뷰 내용과 게임에서 표현되는 실제 시나리오 모드를 비교하고 뭔가에 비유하여 정리했을 겁니다. 그런데 세계의 파편에 너무 몰입해 있는 바람에 비교, 분석, 비유가 아니라 제 개인적인 주관을 근거로 설명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소설가인 것과 스토리 모드를 평론하는 건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하나 더 있습니다. 공정하지 못했죠.
란시드는 미완성 게임인 세계의 파편을 출시하여 유저들에게 엿을 먹였습니다. 이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말았어야 했는데 리뷰 제목대로 6개월 뒤에 보지 못 할까 봐. 애매모호하게 각 파트를 마무리했습니다. ‘내 말대로 하면 어쩌면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도 몰라.’ 이런 뉘앙스가 팍팍 들어갔죠. 위에서 했던 말로 일맥상통합니다. 사심에 들어가 있었기에 공정하지 못했습니다.

반성합니다. 그리고 배웠습니다.

전 아직도 사적인 감정을 못 버리고 있습니다. 스토리텔링과 TCG. 이 꿈만 같은 단어에 취해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한 번의 리뷰를 더 할 겁니다. 게임이 망해서 없어질 위기에 처했거나, 혹은 제대로 완성되어 제가 꿈에 그리던 스토리텔링과 TCG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죠.

사적인 감정을 버리기 위해 카페를 탈퇴했습니다. 게임에 관한 최소한의 정보만 얻어 게임을 플레이 할 생각입니다. 리뷰 즉 평론은 누구나 쓸 수 있어야 하고 특별히 거창한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좋은 평론을 쓰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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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리뷰군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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