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미는 글쓰기] 거울2014.08.12 PM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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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 사람에 대한 통찰력이 있다고 믿어서 금방 판단을 내리곤 했다. 어쩌다보니 상담 아닌 상담도 해주게 되었고, 그 중 몇 번인가 내 능력이 잘 맞아 떨어지자 주위에서도 치켜 세워주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명해져서 어느새 내 입은 사람들의 평판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모두 내 환심을 사려고 했고, 나는 점점 우쭐해져서 모든 사람의 내면과 사정을 다 아는 것 같이 굴었다.
그러던 어느날 오후 늦게 한 남자가 문을 두드렸다. 결혼을 앞두곤 고민이 있어서 찾아왔다고 했다. 신부가 될 사람은 절세의 미인인데 그녀의 얼굴을 볼 때면 왠지 모를 어색함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거울을 통해 바라보면 자신의 이상형 그 자체인 것처럼 너무 아름다워 몰래 손거울을 꺼내거나 쇼윈도에 비춘 그녀 모습을 계속 바라보게 된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말했다.
"당장 결혼하세요."
거울은 상을 왜곡한다. 사랑을 하는 사람은 눈 앞에 거울 하나를 두고 있는 것과 같은데, 그는 하나를 더 겹쳐야 그녀가 아름다워 보인다고 하니 두 번 반전된 상, 그게 본 모습이 아니겠는가.
그러자 그가 한가지를 더 물었다.
"그럼 평생 거울로 그녀를 보고 살아야 하나요."
"걱정말아요. 결혼하면 눈 앞의 거울은 깨지기 마련이니까. 파편이 눈에 박혀 가끔 아픈 날이면 그녀가 달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얼마 후 그는 청첩장을 건네 주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어주었으니 행복한 마음을 마음을 안고 식장에 도착했다. 절세의 미인이라던 신부를 보자, 눈을 비비고 보아도 내 눈에는 아닌 것이 결국 사랑이요, 내면이요, 제 눈의 안경이구나. 우리는 몇 개, 각자의 거울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불현듯 깨달음에 그 후로 나는 사람에 대한 내 평가를 다른 사람에게 단 한번도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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