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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코로나 내리는 겨울밤 부산역2020.12.04 PM 11:51
코로나 내리는 겨울밤 부산역
어제 저녁이었어. 부산역에 갈 일이 생겼거든. 밀양에서 오는 외삼촌 마중하러 내가 뽑혀 버렸네? 참, 이 시국에 아들을 밖에 보내다니, 너무한 거 아닙니까! 어머니!(찰싹) ..농담.
부산역 쯤 내겐 너무 익숙한 동네야. 걸어서 30분 거리. 핫. 살면서 2천 번은 지나쳤을 거다. 북적한 초량시장을 지나. 어? 왜 이렇게 썰렁하지? ..세계 각국 누님 계시는 텍사스거리를 지나, 어라? 아무도 없잖아. 엘프 누나 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역에 도착했어.
평소와 다른 위화감은 계속 됐어. 대합실 1층 식당가를 지나는데, 텅 빈 거야. 자기 발자국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경험, 오우야, 무섭기까지 하더라. ..저녁 6시 20분, 인간이 밥 먹기 딱 좋은 시간인데, 왜.. 이것이 코로나? 코로나!
사실 뉴스에서 500명이다, 600명이다, 거리두기 2단계다, 2단계 알파다, 뉴노멀이다, 떠들어 댔지만, 와 닿지 않았어. 나야 언제나처럼 방구석에서 잘 살았고, 나만 아니면 되고, 내 가족 중에 카페, 식당, 자영업 하는 사람 없으니까. ..근데 “멸절”한 광경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이건 뭐.. 우리 괜찮을까? 경제 붕괴하는 거 아냐? 소상공인들 어떻게 해? ...크흠.
아무튼. 외삼촌 모시고 역 앞 광장 빠져나올라 하는 찰라, 기분이 이상해. 또 다시 엄습하는 공포? 걱정? 진실을 마주했을 때의 두려움. ..노숙인들을 봤어. 60여명 될까.. 바람 없는 벽을 기대어, 서로의 손등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토닥토닥 모인 모습을.. 마스크를 한 사람, 안 한 사람, 턱에 걸친 사람, 분류는 다양했지.
물론 부산역에서 노숙인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냐. 단골마냥 마주했어. 그러나 뭐랄까.. 이번엔 달라. 코로나 내린 추운 겨울 밤, 그들은..그.. 아잇! 내 맘 이해하지? 뭔 말인지 알지?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 이 분들 어떻게 해? 생활은? 감염은?
특히 여성분들 어떡하지? 여태껏 노숙은 남녀 98:2 비율이라 생각했거든. 근데 아냐. 어제 보니 7:3은 됐어. 끄응.. ...유독 여자 신경 쓰는 이유? 글쎄. 3년 전이었나.. 요즘처럼 싸늘한 겨울, KTX 첫차로 서울역에 내렸을 때, 할머니 한 분이 말을 걸었어. .,자고 가세요.. 그 때 절박한 말투, 슬픈 표정이 잊히지 않아서 그래.
워워. 너무 감상적으로 갔다. 부르르! ..내 주제에, 노숙자를 도웁시다, 사랑의 열매 운동 하려는 건 아냐. 우리 모두를 위해 노력하자는 거지. 누구, 부산행 기차 내리자마자 감염위험에 시달리고 싶은 사람 있어? ..없어! 아무도.
생각해 보면 이 분들 만큼 위험에 노출 된 집단이 있을까? 지금까지야 기적인지, 혹은 검사 누락인지, 노숙발 집단감염 사례는 없었어. 무료 밥차고 쉼터고 다 폐쇄하는 바람에 자연 격리 됐다나? 맙소사.. 그러나 이젠 다르다. 윈터 이즈 커밍! 코로나는 미쳐 날뛰는데, 사람은 밀집할 수밖에 없는 환경! ..역병 퍼지기 딱 좋은 조건..
그러니 정부가 신경 써 주면 좋겠어. 까놓고 돈 좀 쓰자! 수능 수험생들에게 쓴 금액 반에 반만이라도! 우리 모두를 위해! 너와 나의 미래를 위해! ...야! 사람 일은 모른 거야, 노숙은 너님과 멀리 있지 않다고!(찰싹) ..이들은 더 이상 갈 데가 없어. 카페, 헬스장, 술집, 클럽, 사우나 마냥 닫으라고 할 수 없잖아. 사람인데.. 사람이 어떻게 혼자 살아.
아잇! 분위기 한번 걸쩍지근 하구만. ..미안하다! 그러나 해야 만 했다! ..내일은 평소처럼 발랑 까진 멍멍이 소리로 찾아올게. 아울!
- =ONE=
- 2020/12/05 AM 12:10
덜 까진 풍신시사쇼는 진득하고 쌉싸름한 에스프레소잼의 맛이네요.
- 풍신의길
- 2020/12/05 AM 08:14
- Carffeein
- 2020/12/05 AM 12:45
- 풍신의길
- 2020/12/05 AM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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