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나의 2023 사진전2023.12.22 PM 11:20
나의 2023 사진전
동지, 다들 팥죽은 드셨나이까? 옥체 만수무강 하소서. (...) 이 자리에 모인 신사 숙녀 여러분에게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일단 그랜절 박겠습니다. ...오네가이시마스!
다름이 아니라, 나의 2023년 사진전을 감상해 주십사, 시작하자마자 아첨을 떨었어. 올해 내가 찍은 사진 중에 그나마 내 맘에 드는 사진 6장을 가져왔어. 이 중 여러분 마음에 드는 사진 1장을 꼽아주시면, 소신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여러분의 의견을 토대로 최종 3장을 뽑아서 ‘월드 포토그라피 어워드‘에 제출할 거야. ...그럼 출발!
사진번호 1. 발기. 응?
난 왜 이 사진을 뽑았을까? 나조차 모르겠어. (...) 올해 찍은 고양이 사진 중에 턱하니 내 눈에 들어왔기에 뽑긴 했는데, 글쎄다, 표정이 부리부리해서 마음에 든 걸까? 아니면 피가 잔뜩 모인 혀가 마치 발기충천한 똘똘이처럼 보여서 인상에 남은 걸까? 여러분의 선택은!
사진번호 2. 출발.
이 사진을 내가 왜 뽑았지? 이상하네... (짝!) 죄송합니다. 저도 제 마음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녹색, 보라색, 파랑색, 주황색, 흰색, 그리고 검정색이 조합되어 뭔가가 뭔가가 된 것 같아. 그 뭔가가 내 눈을 이끈 것 같아.
아니면, 이 사진을 찍을 당시에 분위기를 잊지 못해서 뽑은 걸지도 몰라. 햇살을 가득 머금고 있는 부산 달동네. 대개는 회색 풍경이 펼쳐지지만, 유독 여기만 강렬한 색채를 뽐내고 있었어. 페인트칠 새로 하셨나봐. 이 새 출발의 설렘, 희망을 느껴서랄까! ...는 그렇다면 주변에 회색풍경을 같이 보여줘야 사진 속 이야기가 살아나지! 아오! 나도 못 말리겠다.
사진번호 3. 만화경.
파란 벽을 배경으로, 도로 반사경에 걸린 주황 노을을 찍었어. ...너무 식상하니? 반사경을 이용한 사진은 이미 넘치고 넘치니까... 그래도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반사경을 이용한 사진은 그나마 색다르지 않을까? (...) 그래도 식상한가... 아잇, 내 딴에 묘한 분위기를 포착했다고 뿌듯했어... 예쁘게 봐 주세요.
사진번호 4. 하얀 집.
내 살면서 본 수련 중에 가장 고고한 수련이었어. 그리고 빛, 수련의 하얀 잎을 살짝 비추어서, 간질간질 묘미가 있는 것 같아. ...는, 이 사진 역시 너무 식상하니? 꽃 전문으로 찍는 분들에겐 이 사진이 진절머리 날 만큼 무감각하게 다가갈까? 끄응... 아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이 사진을 사랑한다! 그럼 됐어! 오케이! 땡큐!
사진번호 5. 선물.
이 사진만큼은 ‘노력’해서 찍은 거야! 난 늘 사진을 너무 쉽게 찍어왔어. 그냥 툭, 여기서 툭, 저기서 툭, 그러나 이 사진만큼은 달라. 내 장비인생 최초로 분투를 갈아 넣었으니까. ...부산 도심 속 제비가 자주 날아다니는 장소를 파악하고, 셔터스피드를 올렸다 내렸다, 조리개를 조였다 풀었다, ISO를 높였다 낮췄다, AF를 쓰다가 MF를 쓰다가, 별별 시도를 다 했어.
하루에 1만 2천장! 닷새 정도 찍었으니까 대충 6만장! 그 6만장 가운데 겨우 몇 장 건진 사진 중 하나야. 99% 가량 사진은 초점조차 잡질 못 했어. 활강하는 제비를 찍기엔 내 실력이 부족하고, 현행 카메라 AF가 부족하고, 그러니 어째, 초보는 운에 맡긴다! 눈에 초점이 맞을 때까지 찍고 찍을 수밖에! 나 고생했지? 칭찬해 줘. (...)
물론 가슴에 팍 꼽히는 사진은 아냐... 새 사진을 전문으로 찍으시는 분들에겐 하찮게 보일 수도 있는 사진이야... 그러나 난 이 사진을 잊지 못 해. ...제비에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기후위기, 서식처 파괴, 그 가운데서도 부산을 다시 찾아줬으니 얼마나 고맙게요. 날개가 아스팔트에 닿을락 말락 초저공비행을 보여주니 얼마나 경탄했게요.
그리고 파리? 날벌레? 하필 제비 눈에 들어올게 뭐람. 난 이 날벌레에게도 고마워. 내가 셔터를 누르고 있을 때 화각에 들어와 줬으니까. 명복을 빕니다. (...) ...대자연이 내게 선물한 순간으로 생각해. 고맙습니다!
사진 주변을 잘라내서 제비와 날벌레를 더욱 부각시키지 그러냐? ...는, 나도 그러고 싶은데, 지금 상태마저 크롭을 너무 한 터라 차마 더 잘라내질 못 하겠어. 흑흑... 어쨌든 사진번호 5! 이 사진은 특권으로 무조건 WPA에 제출하겠습니다. 에헴! 어쩌라고! (...)
사진번호 6. 내면.
2023 지스타에서 찍은 사진이야. 코스프레 모델 ‘아자’님입니다. 박수! (...) 이번에도 내가 왜 이 사진을 뽑았는지 모르겠어. 내 심장이 이 사진을 골랐어. 심지어 흑백으로 후보정을 했잖아? 난 흑백보다 칼라를 선호하거든? 근데 왜 이 사진을 흑백으로 보정했을까? 신묘하네. (짝!) ...죄송합니다. 제가 저를 모릅니다.
이 사진도 집념이 들어갔다면 들어갔어. 내가 지스타에서 아자 님을 2만장 정도 찍었으니까. 그 중 한 컷이니까. 이 정도면 나 노력한 거 맞지? 제발 그렇다고 말해줘. (...) 워워, 하소연 겸 칭찬받고 싶어서 별별 얘기를 다 꺼내네. ...그래서 왜 난 이 사진이 마음에 들었을까? 화려한 무대 뒤에 숨겨진 피곤과 고독을 그러내서 그런 걸까? ...앗! 그렇다고 아자 님이 그렇다는 게 아냐! 내가 피곤하고, 내가 고독했다는 거야. 지스타 군중 속의 고독, 대충 이해하시죠?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받아주십시오.
근데, WPA에 제출하기에는 내 사심이 너무 들어간 사진일까? 아자 님을 향한 나의 팬심만 가득하고, 정작 사진을 감상하는 분들은 얼 떨떨 이게 뭐야 하는 사진, 앙? (...) 끄응... 그래도 대중적 매력점은 있잖아? 마치 알몸인 상태에서 겉옷만 입은 듯한 분위기, 저 검게 드러난 어깨선! 인정? (짝!)
사실 사진 1장을 더 후보에 올려놓고 싶었어. 사진번호 7. 피겨.
이 사진 또한 스포츠 전문 기자님들에게 너무 너무나 식상한 사진이겠다만, 아니! 나에겐 최초야! 내 인생 최초의 피겨 직관! 부산 옆 김해 빙상장에서 펼쳐진 선수들의 영혼! 참고로 사진은 ‘윤서진’ 선수입니다! 박수 주세요! (...) 열중한 모습은 아름답구나. ...그러나 이 사진은 초상권 문제도 있고 해서 후보에서 배제했어.
이상! 형님들, 누님들, 여러분의 가슴에 와 닿는 사진은 몇 번인가요! 1번 들고양이. 2번 보라색 계단, 3번 반사광 노을, 4번 수련, 5번 제비는 직권 상정이고! 6번 흑백 모델 뒷모습. ...‘다 마음에 안 든다! 이 따위 사진을 WPA에 내놓을 참이냐’, 이런 가혹한 평은 하지 마시고! 나 마음 여린 사람이야!
아참, WPA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2024년 1월 5일까지 접수 마감이야! ...그리고 대한민국 국적 참가자는 자동으로 대한민국 지역 어워드에 응모하게 된대. 아니 왜? 왜 한국인은 한국에서 겨뤄야 하는 거야? 난 세계인과 겨루고 싶은데! 이왕 탈락할 거 세계인과 겨뤘기에 떨어졌다고 변명하는 편이 자존감 덜 상하잖아? 혹 입상하면 월클급 영광이고! ...우리끼리 하는 말인데, 설마 WPA마저 인맥이 작동하는 건 아니겠지? 한국인의 정? 앙! (짝!) ..죄송합니다.
가장 중요한 걸 빼먹을 뻔 했네. 대한민국 지역 어워드 1등 1인에게는 소니 a7r5! 2등 1인에게는 a7m4! 3등 1인에게는 a6400! ...좀, 상품이 너무 짠 거 아닙니까! 소니코리아 실망입니다. ...앗! 아닙니다. 사랑해요 소니. 심사위원님들, 굽신굽신. 절 1등에 꼽아주신다면 항문까지 핥겠습니다. 제발 a7r5 주세요. a7m4도 좋아요! 부디요! (짝!) ...흑흑.
나의 사진은 슬픔이나니. 끼요옷!
- 웨폰메이커
- 2023/12/22 PM 11:44
- 풍신의길
- 2023/12/23 AM 08:12
- 루드-♪
- 2023/12/23 AM 01:31
- 풍신의길
- 2023/12/23 AM 08:13
- =ONE=
- 2023/12/23 AM 07:05
그 다음도 굳이 꼽자면 3번??
- 풍신의길
- 2023/12/23 AM 08:15
user error : Error.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