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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꿈 일기] 이상한 꿈을 꾸었다.2013.06.07 PM 02:26
비가 내리는 어느날 밤,
난 좁은 광장에 설치된 가설 관중석의 뒷편에서 안전요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눈앞의 스크린에 열중하고 있었지만,
난 화면에는 관심도 없고 무척이나 따분했었기에
우비를 입고 일부러 비를 맞으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그런데,
우지끈...
뭔가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황급하게 뒤를 돌아보니, 얼기설기 만들어진 왼편의 관중석의 철골이
) 와 같은 모양으로 휘어졌다.
사람 너무 많이 앉으면 분명 무너질거라고 분명 경고 했건만,
주최측은 그냥 흘려들은 모양이다.
"위..."
험이란 말을 할 틈도 없이 관중석은 폭삭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관중석은 기껏해야 5줄 정도였기에 높이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덕분에 다친 사람은 없는지, 사람들은 툴툴거리며 저마다 우산을 주워들고 일어섰다.
그러더니 어떤 이들은 집으로 가는지 광장을 나서고, 다른 이들은 오른쪽 관중석에 앉았다.
어떤 꼬맹이는 폭삭 무너진게 재미있었는지 낄낄거리고 있다.
그보다 더 신기한건 오른쪽에 앉은 관중들이다.
그들은 옆 관중석이 폭삭 무너졌는데도 그 어떤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무덤덤하게 앉아있다가 왼쪽에 있던 사람이 앉으려고 오면 길을 터줄 뿐이었다.
잠깐...그러고보니,
왼쪽에 있던 사람들이 오른쪽에 가면 오른쪽 관중석도 무너질...
거라는 생각을 하려는 찰나, 역시나 오른쪽 관중석이 폭삭 무너져내렸다.
그렇지 않아도 간당간당하게 버티고 있었는데, 왼쪽 사람들이 오니 하중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두 관중석이 모두 내려앉자, 사람들은 우왕좌왕 하더니 결국 모두 돌아가버렸다.
"어휴..."
분명 경고했음에도 무시한 주최측에 대한 불만을 가슴에 담고서 무너진 관중석을 치우는 도중,
오른쪽 관중석 가장 아랫부분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다가가보니, 무언가 두개의 동그란 물체가 두개가 나란히 널부러져 있다.
아이들이 버리고 간 풍선치고는 그것은 너무 넙덕했다.
"어이, 이것 좀 치워줘."
내가 다가거자 '그것'이 나에게 말을 건낸다.
어라, 말을 할 수 있는건가?
그렇다면 설마, 사람이 깔려있는건가?? 그런 것 치고 저 머리는 도대체...
뭐, 이유야 어찌 되었던간 일단 구하고 볼 일 이었다.
그렇게 관중석의 판때기를 치워내자, 그 아래에 커다란 문어가 깔려있었다.
지금 보니, 머리(내장이 들어있는 부분) 말고 아랫부분만이 깔려있었던 것이었다.
"괜찮으세요?"
"어, 그래. 일단 다 좀 꺼내줘봐."
그의 부탁을 받은 나는 판때기와 철골들을 치워나갔다.
이윽고 두마리의 문어는 무너진 관중석의 잔해에서 스르르 빠져나왔다.
푸른색 문어와 갈색 문어, 둘 다 크기가 3m는 되어보였다.
"저기, 기왕 꺼낸거 바다까지 좀 옮겨줄 수 없겠나?"
지금껏 말 없던 푸른색 문어가 조금 뻔뻔스러운 어투로 말을 건낸다.
"...그러죠 뭐."
바닷가에 가는 일이 잔해 치우는 일 보다는 나을거 같아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선박이 정박하는 길다란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었다.
한손에 파란 문어, 다른 한손에 갈색 문어를 든 나는,
저 멀리 보이는 등대의 빛을 따라 비를 맞으며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런데 문득 궁금한 점이 생긴다.
"올때엔 어떻게 오신거에요?"
그러자 갈색 문어가 짧은 다리로 팔을 툭 치더니 말했다.
"댁같이 좋은 사람에게 부탁해서 왔수"
"하하하..."
그렇게 또 말이 없이 몇걸음 걷자, 파란 문어가 나를 새웠다.
"이쯤이면 됬어. 그냥 내려줘도 되."
허리를 숙여 그들을 방파제 근처에 내려두자, 그들은 꾸물거리며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수고했어. 들어가봐."
그들이 어둠컴컴한 바닷속으로 사라지는걸 보고, 다시 나는 광장으로 향했다.
잠에서 깬 나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왜 문어가 말을 거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한 것일까...
그리고 그날 저녁, 꽁치회와 삼겹살을 같은 상추로 쌈싸먹는 먹을 복이 터졌다. (이게 해몽ㅋ)
여러분들도 꿈속에서 문어를 만나면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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