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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노아' 리뷰2014.03.23 PM 08:45
노아를 봤습니다.
조조할인으로 봤고요.
언제나 그렇듯 스포는 안하려 최선을 다하지만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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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아르노프스키의 신작 '노아'를 봤습니다. 그리고 전 극장에서 나오면서
영화가 너무 길다고 불평을 하며 하품을 했습니다. 재미가 없더군요.
물론 감독이 그인 만큼 재미를 기대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실망스러움이
남아 있네요.
사실 전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엄청난 팬입니다. 예전 학부시절 영상미학 시간에
봤던 '파이'의 충격을 아직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정신분열 적인 영상 편집과
1인칭적 표현이 담긴 카메라 워킹.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편집증을 떠올리게 하는 플롯. '이 사람은 천재다.' 라는
생각을 들게 하곤 했죠. 비교적 최신작 '블랙스완'에도 그런 그의 특별한
연출 능력이 매직 리얼리즘과 결합되어 상당히 독특한 성취를 내기도 했죠.
하지만 가장 놀라웠던 것은 역시 '더 레슬러'겠죠. 그의 장점인 현란한 연출편집이
아닌 담백한 연출을 한것이 특징이었죠. 노장 레슬러를 통해 그가 표현한 것은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힌 퇴물의 짧은 비상이었습니다. 주인공 미키루크가
80년대의 헤비메탈을 떠올리며 '커트코베인이 모든 걸 망쳐버렸다.' 라고 말하는
대사는 일품이죠.
파이, 레퀴엠, 레슬러와 블랙스완 등등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끌어온 대런 아로노프스키기에
기대를 안할 수 없습니다. 하물며 '창세기'에 등장하는 바로 그 노아의 방주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감독 성향상 기독교 영화가 될 것이라 생각 안했고 반 기독교정서가 강한 몇몇 사이트에서는
덕분에 좋은 영화가 나왔을 것이라 기대감을 모으기도 했죠. 친 기독교 언론이나 블로그에서는
(헛웃음이 절로 나오는) 비판을 하기도 했고요.
저 역시 감독의 팬+호기심을 통해 극장에 나섰습니다.
영화를 반정도 보고 있을 때 제 입장은 그랬습니다. "대체 언제 끝나는거야?"
이 영화는 기본적인 영화의 구조에서 약간 변화되어 있습니다.
보통 퍼스트액트, 세컨드 액트, 에필로그로 영화가 구성되는데
이 영화는 세컨드 액트가 두개로 나눠져 있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히 노아의 기적을 말하는
기독교 영화였다면 홍수씬이 클라이막스가 되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인본주의와 신본주의의 대립을 그린 영화로 노아와 노아의 가족의 도덕적 갈등에
대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노아가 신의 의지를 따르느냐 인간적인 도덕적 기준을
따르느냐의 대한 "선택"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극적이지 못합니다.
이 영화의 근본적인 문제는 영화의 세계관에 있습니다. 이 영화는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해요. 아예 이 영화는 "(기독교 개념에서의) 유일신은 존재한다."라는
기본적인 대전제 아래 구성된 영화입니다. 신이 인간들에게 제대로 된 대답을 안해주기에
이신론에 가까운 영화라고 볼 수 있는 시각도 있겠지만 아닙니다. 인간이 선택하거나
고민할 여지가 남게 애매하게 답을 주는 것이죠. (물론 우연의 일치라고 해석할 여지는 아주 조금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가면 갈수록 대놓고 기적이 일어나는 판에 이신론의 여지는 아예
사라집니다.
창세기를 표현한 몽타주 기법 편집을 보자면 범신론적인 영향도 보입니다만, 천사가 등장하는
시점에 그것도 역시 꽝. 세계는 그냥 성경의 세계 그 자체입니다.
영화의 플롯 자체도 다소 신화적입니다. 사실 양념을 더하고 변형을 가했을 뿐
이야기의 구조는 성경 그대로입니다. 기황후 같은 퓨전 사극에 비하면 오히려 노아 쪽이
변형이 덜할 정도 입니다.
설정의 변화는 좀 있어요. 오리지널 여자 캐릭터 일라가 등장하며 거인(자이언트)에 대한
설정이나 역할도 원작과 다릅니다.
성경에서 등장하는 거인은 네피림으로 타락천사와 인간여자의 자손입니다. 일종이 혼혈종이죠.
하지만 영화상의 거인은 그냥 인간을 측은하게 여겨 감시자가 된 타락천사들입니다.
영화 노아에서는 그 커다란 방주를 노아 혼자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그들이 방주를
만드는 것을 도우며 인간의 대군을 상대하는 역할을 합니다. 원작이 신화의 영역이므로
다소 느슨한 이야기 구조를 끼워맞추기 위한 설정 변경으로 보입니다.
타락천사라면 결국 사탄이나 악마들인데 이들이 신에게 용서를 받기 위해
인간을 돕는 것은 다소 재미난 변형입니다. 따라서 영화에는 사탄은 따로
등장하지 않는다는게 재밌습니다. 이는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과 적주인공을
누구인지 애매하게 만듭니다. 인본주의 입장에서는 주역인 노아와 창조주가
적주인공이며 단순히 노아의 가족들에겐 인류의 남은 왕이 적이겠죠.
일라는 주제와 클라이막스를 위해 노골적으로 집어넣은 여성 캐릭터입니다.
뭐 확실히 여자가 있어야 다시 자손을 퍼트릴테니까요. 그리고 노아에게 도덕적 선택을
하게 만드는 장본인입니다.
전 이 영화를 워킹데드나 더 로드 같이 (좀비가 아니더라도) 포스트 아포칼립스 속 인간의
추악함과 내적갈등을 그릴 줄 알았는데 이야기가 너무 신화적입니다. 서사시 같이
심볼과 은유가 넘쳐나는데 그게 다소 뻔해서 실망입니다. 리얼리즘이 너무 거세되었어요.
사실 인류가 전부 멸망하는 상황에서 자기 가족 외에는 아무도 태우지 않은 비정한 노아라는
인물에게 독선적인 캐릭터를 부여한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다소
광신자 처럼 과장되어 있습니다. (차라리 신의 기적 같은 부분을 아예 빼버렸다면 여러가지로
해석될 여지가 많았을텐데 대놓고 신과 천사가 기적을 행하고 앉아 있어요.)
하지만 그는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만은 (자신이 생각하는) 신의 의사와 다른 결정을 합니다.
"LOVE"라는 이유로요. 하물며 에필로그는 성경 그대로입니다. 즉 결국 'LOVE'가 신의 의지
였다는 것이고 이는 그 인류에 대한 대량학살에 의문을 가지게 만드는군요.
이야기는 접어두더라도 연출 기법 또한 대단히 인상적인 것은 많지가 않습니다.
점프컷을 동반한 몽타주 기법을 좀 사용했어요. 에덴의 씨앗이 자라는 장면이나
천지창조를 빅뱅에 이은 우주의 탄생으로 생명체를 만드는 것을 바다에서 생명체가
발생해 물위로 올라와 인류가 되기 까지의 진화과정의 몽타주로 표현한 것은
진부하긴 해도 재밌는 연출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럴듯도 하고요.
셈과 야벳의 족속과 달리 축복을 받지 못한 '함'의 이야기를 단순히 벗은 아버지의 모습을
천으로 가려주지 못한 것 이상의 이유를 플롯에서 제시한 것도 나름 그럴 듯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관객은 함을 동정할 겁니다. 적어도 감독이 칼뱅의 예정설(장로교파)은 좋아하지
않는 다는 것이 확실합니다. 예정설이 반영되면 창조주가 가장 나쁜 것이 되니까요.
재밌는 게 영화에는 '뱀'이 자주 등장합니다. 에덴의 몽타주를 보여줄때는 당연히 사탄을
상징하는 것일테고요. 뱀때가 방주에 타러 왔을 때는 파충류 전체를 상징한다고 생각했는데요,
마지막 장면의 인간의 왕이 함에게 물려준 뱀의 비늘이 무엇을 상징하는 지는 애매하네요.
함이 가지고 갔으면 타락의 상징으로 받아 들였을텐데 그걸 노아의 가족이 사용하네요.
아마 이 영화에 불만이 많은 기독교 신자는 이 영화가 사탄무비라는 증거라고 말할테지만요.
(추가. 이제 생각해 보니 인간이 짐승들과 세상을 정복을 하는 것을 상징하는 거였내요.
그러고 보니 원래 뱀의 비늘은 방주에 숨어든 왕이 뱀을 먹고 뜯어낸 비늘이었는데
그 왕이 함에게 짐승들은 정복해야할 대상이라고 말했죠.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기독교적 정복사관입니다.)
이 영화는 유대교의 유일신론 그대로 반영한 영화라 무신론자들은 상당수의 내용이
납득이 안갈것이고 고지식한 기독교 신자들은 신화적이지 않은 독선적인 인간 노아에
대해 납득을 못하겠죠. 그리고 성경을 잘 모르는 일반 관객은 그냥 지루한 영화 중 하나가
될겁니다.
그래도 어느정도 볼가치는 있는 영화입니다. 작가주의 영화의 특징이 바로 그런 논란마저
어느정도 계획되어 있다는 점 아니겠습니까?
매우 추천할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추천할만한 영화라고 봅니다.
PS. 어쨋든 보실분은 노아의 방주에 관한 창세기에 관한 내용을 숙지하시고 가길을
추천합니다. 외경인 에녹서에 대한 이야기도 어느정도 알고 가면 설정의 차이를
아실 수 있을겁니다. 특히 노아의 자손들은 하나의 인종을 대표하게 되기 때문에
에피소드들을 알아두면 재밌습니다.
3/5
댓글 : 1 개
- 사진검
- 2014/03/23 PM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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