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잘 사는 집안의 기준2014.08.14 PM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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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사람은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니 중산층이라도 서민층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저도 그렇고 여태 사귀었단 여자들도 그렇고 항상 집안엔 꽤 큰 빚이 있고, 항상 데이트 할 떄마다 빈곤하기 그지 없게 지내고
일년에 두 세 번 근사한 레스토랑이라도 가려고 몰래 돈을 모아야 했던 제겐 집이나 자동차 정도의 생활 대출 정도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아버지가 사업 흥망에 따라 나름 위와 아래를 다 겪어 봤거든요.


그러다 오늘 철없고 세상 물정 모르는 스물 둘과 이야기하다가 이 친구가 자기 집은 못 산다고 이야기해서 대답해줬죠.

"부모님이 학비 다 대주고 아파트 대출금도 다 갚아서 빚이 하나도 없으면서 수도권에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으면 그건 중산층이야. 그것도 꽤 윗쪽의 중산층이지. 너 잘 사는 거야."


그런데 이 친구 왈, 서울에 집 있고 부모님이 생활비 다 대주고 머리가 돌이라도 어디에 가게 차려서 먹고 살 수 있는 정도가 잘 사는 거죠.

"그건 잘 사는 정도가 아니라 재벌이지."
"전 맨날 알바해서 용돈 벌고 그러는데요."
"그러면 너 결혼하게 된다고 쳐봐. 그러면 전세 잡으려해도 대출 받고 그래야 하는데 사람 대다수가 자기 돈만으론 집 못 구해. 원룸도 보증금 대출 받고 그러는데 너 정도면 잘 사는 거야."

여기서 날라오는 몸쪽 꽉찬 돌직구.
"집 사는데 대출 왜 받아요. 그냥 돈 모아서 사야죠."
.
.
.
.
아 ㅅㅂ 할 말을 잃었습니다.



여튼 일반적인 중산층의 생활력과 자금 현황, 신혼부부가 맞벌이해서 버는 정도 등의 사회학적 경제학적 설명을 해주고 나서야
"요즘 다 그래요?"
란 놀라운 반응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내가 스물 둘일 때 이랬었나보다.' 싶기도 하고,
이 세상물정 모르는 아가씨가 졸업반인데 어디서 뭘 해먹고 사려나 안쓰럽게 느껴졌네요.


대화를 하면 할수록 백지인게 드러나서,
'넌 어디가서 맘에 드는 남자 만나면 되도록 말을 많이 하지 말아라.'
뼈 아픈 조언도 해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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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추가해보는 에피소드들.


1. 항상 현금만 들고 다니며 쓴다고 하길래 현금영수증은 하냐고 물었더니
"그거 사업하는 사람들만 하는 거잖아요." 라길래
제가 받는 쥐꼬리만한 월급으로도 연말 정산 때 신고 하나도 안 하면 얼마다 뜯기는지 알려주고
반대로 연말정산 때 실적만으로 제가 얼마나 돌려받는지 알려줬습니다.

그랬더니 현금영수증 등록 어떻게 하냐고 묻길래 그냥 카드 만들라고 했음.



2. 취업하면 신용카드부터 만들겠다고 하길래 가계부는 써봤냐고 물었더니 써본 적 없다더군요.
그래서 넌 알바해서 번 돈은 모으냐고 물었더니 그 달에 번 돈은 그 달에 다 나간다고.
그럼 체크카드나 만들라고 쓸만한 체크카드들을 알려줬습니다.

그리고 계산기 두드리며 생활패턴을 파악해서 신용카드 만들었을 때 어떻게 패가망신할지 예측 결과도 내주고요.


3. 연애를 하긴 했는데 겉햝기로만 해서 남자에 대해 깊이 모름.
자기 왈, 고백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세 명 정도 만났는데 셋 다 100일 전에 깨졌고 모텔 입성도 한 적이 없음.
그래서, 잠깐 속으로 이 친구와 사귀었던 남자들에게 묵념하고, 결혼관에 물었더니 결혼 생각이 없다고.
하기사 연애도 잘 못하는데 너무 건너 뛰었나 싶어서 이상형을 물었더니 또 없다고.
음악, 음식, 영화, TV 프로그램 물어봐도 좋아하는게 하나도 없음.

그래서 깊게, 고작 1분 정도였지만, 고민해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돌직구로 조언해줌.
"넌 사랑하긴 글렀다."
왜 그러냐고 묻길래, 주관이 없는 사람을 누가 깊게 좋아하겠냐고 답해줌.
그리고 일단 차근차근 네가 좋고 싫은게 뭔지 알아보고 취미부터 만들라고 시킴.
중요한 건 시켰단거네요;;;;;

참고로 좋아하는 연예인도 없음.
답답함이 넘어서 노답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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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무서운 건 이 친구가 제게 그린라이트 뜰법한 짓들을 하는데
혹여나 고백해올까봐 무섭네요. 남이니까 귀찮아도 후배 대하듯 이야기하는건데 내꺼되면 답답해서 못 살듯.
왠지 연인 관계가 아니라 제자와 스승 같거나 주종관계가 될 거 같아서요.


결정적으로, 아마 여자 이야기라서 이쁘냔 댓글이 엄청 달릴 걸 예상하고 선수치면, 안 예쁨. ㅋ


댓글 : 27 개
안예쁨 이라는말에 더이상댓글을 달지않았습니다
ㅋㅋㅋ
이쁜 사랑하........
아...안됨;;;
근데 빚내서 집사고싶지 않다....

진짜 빚없이 살고싶다 그래서 나는 오로지 체크카드만 씀....

그리고 돈열심히 모으는....
저도 체크카드 세 개로 캐쉬백 한 달에 만 오천원씩 받으며 사네여 휴
  • t-mac
  • 2014/08/14 PM 09:16
그래도 많은 조언 해주셨네요~
어디서 사기 당할 상이라서요
원래 집이랑 차는 일시불이라능....
그게 좋은데 쉽지 않음 ㅠㅠ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해주셨군요.
하지만 소화시키고 말지, 되 씹을지는 본인이 알아서 하겠지요...
그건 알아서 하겠죠
중산층의 기준선이 좀 낮은 감은 있네요.
저도 그냥 제 주변 사람들보고 평균 내는거라서 딱 맞진 않죠 ㅋㅋ
안 예쁜데 왜 이렇게 길게 쓰세요.?????
흠흠.
자기만족용 및 일기장임 ㅋㅋㅋ
와 되게 잼있게 읽었어요ㅋㅋ
답답한데 어디가서 썰 풀긴 좋은 에피소드가 많이 나오는 친구라서요
ㅋㅋㅋ
어차피 내 집의 반은 은행꺼 ㅠㅠ
대다수 분들 인생이 은행과 강제 동반이죠 ㅋㅋ
정말 친절하게 잘 답변해주셨네요..ㄷㄷ

그린라이트 키겠습니다(?!) ㅋㅋㅋㅋ
아 앙돼!!
안 예쁨에서 더이상 할말 없음
그냥 예쁘다고 쓸걸 그랬나봐요 ㅋㅋ근데 거짓말은 못함
ㅋㅋ ㅋㅋ 보기만해도 그 어마무지한 무개념에 살이 떨림 ㅋㅋ
직접 보면서 대화하시면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고 엄청 참느라 힘드셨을 듯
심심할 때 시간 잘 가니까요
저도 수다스러운 면이 강해서 심심하느니 차라리 이게 꿀잼이네요
예쁘고 안예쁘고를 더나서
엵기면....
최악이죠

남자도 솔직히 둔한면이 많은데
여자가 저러면.....남자보다 못하면...

이건뭐
여우하고는살아도 곰하고는 못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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