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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기획자 이야기] 게임기획자 이야기 20 - 수치와 밸런스 -32013.06.12 PM 06:25
만사 내던지고 고민을 고민하고있는 한 게임 기획자의 이야기~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 하는 것임에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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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럽게도 게임의 밸런스는 완벽하게 만들 수가 없습니다.
시스템을 다 해체해서 몽땅 다 가위바위보로 만들지 않는 한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가위바위보로 만들면 아무도 안 하겠죠.
하지만 잊지 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개발자가 밸런스를 맞추는 이유는 스스로 인정하는 완벽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유저가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기 위해, 유저를 납득시키기 위해 만드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또 하나의 기준이 바로 유저입니다.
그러나 수 없이 난립하는 유저의 의견을 일일이 반영하다간 죽도 밥도 안 되는 게임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소환사들은 FAQ에서 울부짖는다.
때문에 이에 대한 균형감각이 필요합니다.
즉 유저와의 밸런스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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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제 경험을 바탕으로 쓰는 글이지만,
여기서부터는 특히나 사견이 많이 들어갈 수 있으니 부디 유의해서 받아들이기 바랍니다.
유저와 밸런스의 가장 큰 접점은 보상입니다.
유저는 더 나은 보상을 쫓습니다.
같은 행위라도 보상이 더 높은 행위를 우선적으로 하게 됩니다.
이러한 보상을 어떻게 주느냐 또한 게임의 밸런스에 크게 작용을 합니다.
게임의 보상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단 ‘아이템, 경험치, 재화’로 한정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유저에게 이러한 보상을 많이 주면 컨텐츠의 소모가 빨라져 게임의 수명이 줄어들거나, 밸런스뿐 아니라 게임 내 경제까지 붕괴시킵니다.
그렇다고 보상을 너무 적게 주면 유저는 게임에 짜증을 내거나 아예 돌아서버리고 맙니다.
가장 좋은 것은 유저가 시간과 돈을 투자한 만큼 보상을 주는 것이나 이 또한 쉽지 않습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같은 경우 헤비유저들이 많아 현질이든 밤샘이든 하면서 순식간에 게임의 컨텐츠를 거덜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수 백 명이 2년 동안 준비해온 컨텐츠를
단 2주 만에!?
때문에 보상을 적절히 통제하는 것도 하나의 밸런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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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보상을 활용하기에 앞서 보상의 활용법을 간단히 알아보죠.
가장 흔한 보상의 활용법은 동기유발입니다.
당근으로 말을 다스리듯 유저에게 보상을 빌미로 새로운 것을 학습하게끔 유도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튜토리얼에서 많이 경험할 것입니다.
보상을 미끼로 ‘이 거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입니다.
시간대비 짭짤한 튜토리얼~
다음은 유저의 판단조절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유저는 더 높은 보상을 추구합니다.
때문에 특정방식의 플레이나, 특정구역의 보상비율을 높여 유저를 개발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인하는 것입니다.
요즈음은 퀘스트가 이러한 역할을 하지만, 과거에는 필드의 몬스터 레벨과 특별한 아이템을 주는 몬스터로 이러한 것을 조절하기도 했습니다.
판단에 영향을 주어 ‘이렇게 판단하는 것이 더 이익이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와우의 경우 퀘스트를 하는 것이 렙업에 가장 이득이다.
이러한 퀘스트를 유저동선 가이드와 스토리텔링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유저의 성향조절입니다.
어떠한 행위에 보상을 주어 유저의 성향을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전쟁게임의 경우 전쟁에 대한 높은 보상이나, 특이한 보상으로 유저를 전쟁에 참여하게끔 유도하죠.
디아블로의 경우 오브젝트들이 터지면서 아이템들이 나오기 때문에 깨고 부수고 도굴하는 비도덕적인 행위가 매우 당연한 행위가 되었습니다.
특정 성향을 부추겨 ‘이런 건 당연히 이렇게 해야지.’라는 관념을 만드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게임인 크래쉬 오브 클랜.
생산을 통한 자원획득보다 약탈로 인한 자원획득이 더 쉽기 때문에
유저를 매우 공격적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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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위의 3가지 활용방법은 밸런스 기획자의 상식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입니다.
보상을 통해 유저를 꾀어내고, 특정 판단에 영향을 주고, 특정 성향을 부추긴다.
이렇게 유저들을 통제하면 유저와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느냐?
아니요.
이러한 행위는 유저의 활동 통계에만 영향을 줄 뿐입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유저는 개발자의 의도대로 움직일 겁니다. 보상을 더 받기 위한 행위가 과해져 해킹도 하고 현질도 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러한 행위를 하는 유저의 심정은 통계 속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개발자가 의도한 대로 보상을 따라 움직이고 있는 유저는 그 동안 쌍욕을 하거나 하품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심지어는 자신을 만족시킬 다른 게임을 떠올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새로운 방식의 플레이를 찾을 지도...
즉 유저가 많이 했느냐와 유저가 납득했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는 밸런스의 범위 이상으로 얘기해야 하기 때문에 ‘게임의 재미’에서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정리를 하겠습니다.
수치 기획자는 템플릿을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밸런싱 작업은 게임을 평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기준을 정하고 그것에 맞게 수치와 시스템 등을 조절하는 것이다.
밸런싱은 결과적으로 유저를 만족시켜야만 한다.
보상을 통해 유저를 꾀어내거나, 유저의 특정 판단에 영향을 주거나, 유저의 특정 성향을 부추길 수 있다. 유저와의 밸런싱을 잘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보상을 적절히 활용해야만 한다.
댓글 : 5 개
- Stuck
- 2013/06/12 PM 06:28
휴우... 어느새 20회군요. -_-;;
- 라이트트윈스
- 2013/06/12 PM 06:32
요즘 밸런스개편로 유저눈치보는 던파가 큰 예시겠습니다
- 파킴치
- 2013/06/12 PM 06:34
재미있네요.
- 안가르쳐주지1
- 2013/06/12 PM 06:40
보물같은 글들 늘 감사합니다 (__)
- Stuck
- 2013/06/13 AM 09:03
게임의 서비스가 길어지면 자연히 유저의 의견반영 비율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더 이상 신규유저를 기대할 수 없는 게임은 기존 유저를 잘 지키는 게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으니까요.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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