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기획자 이야기] 게임기획자 이야기 27 - 레벨디자인 -42013.06.25 AM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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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게임기획자 이야기를 끝내려 하는 한 게임 기획자의 이야기~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 하는 것임에 유의하세요.


***

이미지샷이 완성되었다면, 각 팀원들은 맵의 형상을 슬슬 머리 속에서 구체화시켜보기 시작합니다. 그대로 순조롭게 만들어지면 좋겠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레벨디자인 중에는 많은 트러블과 예외 상황이 수시로 발생합니다.
때로는 그 자체가 고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솔직히 그 많은 문제들을 글로 다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뭐, 어느 파트든 문제가 안 벌어지겠냐 싶겠지만 레벨디자인은 타 파트와의 접점이 유난히 많기 때문에 문제의 폭 또한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직접 경험해 봐라!’ 라는 무책임한 소리를 할 수는 없겠죠.

일단 일일이 다 말하기는 뭐하니 주요한 몇 가지만 추려서 얘기하겠습니다.

***

-기술적인 문제-

막상 좋은 이미지샷이 나왔는데 그것을 구체화할 기술이 없을 경우가 있습니다.
주로 프로그래머 또는 TD와 부딪히게 되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안개가 배경에 깔린 숲이 나왔는데, 안개(Fog)기술이 아직 적용이 안 되었다던가,
화산 지형인데 마그마와 불꽃을 구현할 이펙트를 넣을 수가 없다던가.
플레이어가 공중에 떠있는 지형을 다녀야 하는데 높이(Z축) 좌표가 들어가지 않는 상태라던가 등등이 있습니다.
앞서 이미지 샷을 프로그래머에게 꼭 보여줘야 한다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기획자 입장에서는 기술적인 문제는 말해주거나 드러나기 전까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운전경력이 많다고 해도 정비사가 아닌 이상 차량 내부의 이상을 상세히 알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운전자는 차가 길바닥에서 멈추거나 사고가 나야 이 차가 이상이 있었구나 하고 알아채겠죠.

그렇다고 사고를 그냥 맞이하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몇 가지의 간단한 정비로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것처럼 기획자도 무엇을 만들지, 어떻게 할지를 알려야 이러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와중에, 어떤 의견이든 무조건 된다고 하는 사람과, 어떤 의견이든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봤을 때, 둘 다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대로 작업을 하는 사람이면 된다고 해도 막연히 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지, 정확히 어느 수준까지 구현가능한지 상세하게 말해줍니다.
안 된다고 할 경우도 막연히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기술이 현재 준비가 안 되어 있는지, 구현인력이 부족하다든지 같은 구체적인 이유를 말해줍니다.
때문에 회의 시 된다 안 된다 답변을 듣고 그냥 넘어가지 말고 보다 구체적인 답변을 듣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앞으로의 작업에 참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셔야 합니다.
의도가 확실하다면, 기술적으로 부족해도 해결 방법은 반드시 있습니다.
정말 반드시, 반드시라고 할 만큼 해결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그러한 고민들을 무조건 떠넘기지 말고 같이 고민해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플레이어가 공중에 떠있는 지형을 다녀야 하는데 높이(Z축) 좌표가 들어가지 않는 상태.’
라는 예시를 들었는데.
같이 고민하면 이것도 가능합니다.
대강 이런 식이면 가능하죠.

떠 있는 지형(오브젝트) 중 플레이어가 지나가게 되는 곳 아래에는, 다른 캐릭터가 다닐 수 있는 공간을 만들지 않는다.
공중에서 아래로, 또는 아래에서 공중으로 이동할 때는 이동 연출을 넣어주고 해당 좌표로 이동시킨다.
(하략)

즉, 기획자가 Z축이 안 쓰이게 앞으로의 작업에 배려를 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해결방법은 기획자와 프로그래머가 같이 협의해야만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입니다.


회사의 규모를 떠나, 당시의 기술수준으로 봤을 때
오그리마 광장은 굉장히 과감한 시도였고,
그것을 적절히 조절하고 타협한 결과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매우 인상적인 대도시를 만들었습니다. (록타 오가!)



***

-일정적인 문제-

일정적인 문제는 월급 받는 회사라면 무조건 겪게 됩니다.
어느 게임 개발자든, 충분한 시간을 활용하여 좋은 게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만 시간은 그리 호락호락하게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레벨디자인을 할 때에도 많은 일정 압박에 부딪히게 됩니다.
특히 첫 테스트 후에 많은 시간을 잡아먹습니다.
한 번 부딪혀보면 문제가 우수수 떨어지기 마련이고 그것을 수정하고 조정하고 조율해야하는 상황들이 벌어지죠.
그 와중에 퀄리티 업까지 고려하면...
아무리 많은 기간을 잡아도 빡빡해집니다.

이 와중에 레벨기획자는 일의 우선순위를 확실하게 매길 수 있어야만 합니다.
이 게임의 의도는 무엇인가?
이 게임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이 맵을 만든 의도가 무엇인가?
당장 안정적으로 구현 가능한 것은 무엇인가?

항상 위의 사항을 고려하십시오.
그에 따라 우선적으로 끝내야 할 것을 정해두십시오.
시간이 너무 걸리고, 버그가 치명적이다 싶으면 과감하게 짤라버릴 각오도 되어있어야 합니다.

레벨디자이너가 최종편집자가 되는 이유는 이러한 이유입니다.
한정된 상황에서 최초 의도와 최대한 가깝게 결과물을 뽑아내야 하는 것이죠.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강요하면 안 됩니다.
버그만 늘고 분위기도 나빠짐. -_-



***

-인간적인 문제-

아무래도 접촉하는 파트가 많다보니 이것도 하나의 업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간적인 문제에 많이 부딪히게 됩니다.
일단 레벨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은 대강 이런 말입니다.

“저 사람 실력이 없는 거 같아요.”

비슷한 형식으로 ‘저 그림 마음에 안 들어요.’, ‘저 사람 아무것도 모르는 거 같아요.’ 등등이 있습니다.
레벨디자이너는 이러한 것까지 조율할 각오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인간적인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지는 마세요.
그러한 사람들로부터 능력을 이끌어내야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만을 생각하세요.


게임개발자들은 삼국지 인재들처럼 능력치가 정해져 튀어나오는 게 아닙니다.
함께 노력하고, 함께 이루어내며 성장해나가는 것이죠.



퀄리티가 어떻든, 실력이 어떻든 의도한대로 만들 수 있게 조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이래저래 부딪히겠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서로의 능력이나 취향을 이해해 가는 동시에 모두들 작업에도 능숙해지게 됩니다.
그렇게 어느 수준까지 되면 작업도 편해지고, 일 할 맛이 날 정도로 즐거워질 수도 있습니다.

계속 진행을 해도 끝까지 저런 식이다 하면...
더 이상의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_-;



끝까지 서로를 이해 못하고 비방만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특히 위에서 책임 소재를 묻기 시작할 때부터 그러한 경향이 강해지죠.
위에서 묻는 책임을 누군가에게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죠.




레벨디자인의 가장 큰 고난은... 정치질. -_-


이상으로레벨디자인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일단 정리하죠.

레벨디자인은 게임의 의도를 표현하고, 그것을 충분히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메인컨셉을 정하고 유저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체험하게 할지를 확고히 정해라.
레벨디자이인 중에는 여러 문제들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그것을 각 파트간의 조율과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만 한다.
레벨디자이너는 최초의 의도와 최대한 가깝게 결과물을 뽑아내도록 이끌어야만 한다.
댓글 : 10 개
  • Stuck
  • 2013/06/25 AM 02:18
크으... 드디어 긴 여정이 끝났습니다.
게임 기획자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부족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쓴 글이나,
끝까지 읽어 주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후기를 쓰고 싶으나...
일단 지금은 맥주가 무지하게 땡기는 관계로 내일로 미루겠습니다~ ㅎㅎ
재미있게 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동안 좋은글 감사했습니다~ 짱짱맨!! 마이피라 추천을 못드려서 아쉬워요 ㅠㅠ
어맛 이분은 친추해야데 ㄷㄷ
재밌게 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친추남기고 갑니다^^
다시금 되새김질 하기 위해서 즐겨찾기 해놨습니다. ㅎㅎ~ 친추할게요! ^^
  • LIMC
  • 2013/06/25 AM 04:37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비공개로 퍼가도 되겠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ㅎ 와우를 안해보셨다니 부연설명 드리자면
와우의 대도시들의 못가는 부분 있잖아요? 성벽뒤의 산맥이라던지 지붕이라던지
이런부분들은 배경으로 처리했다더군요 어차피 못가는 부분이니 리소스를 절약하는 방식으로요 ㅋㅋ
그러다가 3번째 확장팩 대격변떄 대도시에서도 날수 있게 바뀌면서 그 부분을 실제로 구현하게 되었다고합니다
기술력의 발전이 이루어낸 결과물인것 같습니다
  • Stuck
  • 2013/06/25 PM 05:58
유익하게 봐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댓글 남기신 분들은 모두 친추해두었습니다. ^^/

http:// 네, 도움의 되었으면 하네요~

가디즈1// 제가 없는 사이에 와우를 못 해본 다른 사람의 덧글이 있었나보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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