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바닥 소설] 이어폰2014.03.07 AM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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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물건엔 생명이 깃든다더니 고장나지도 없어지지도 않고 10년을 버틴 그의 이어폰에도 생명이 깃들었다. 새로 나온 음악도 가리지 않고 듣는 그에게 이어폰이 처음 배운 감정은 호기심.
눈을 뜨니 어두운 탐험지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댓글 : 8 개
챕터 1 - 쓰레기통
헤어지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습관적으로 이어폰을 꽂았다. 이어폰은 마치 기분이라도 알았는 듯 이석훈의 고백을 틀어주었다. 화면에 번인이 생기는 것처럼 이어폰도 꼭 그런 걸까. 난 그저 고마워, 하고 이어폰에 되뇔 뿐이었다. 정류장에 카드를 댔을 때 그제야 난 휴대폰에 이어폰을 꼽고 있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들었던 노래는 무엇이었을까
크 좋네요
이어폰이라고 해서 온 물건은 이어폰이 아니었다. 택배 상자를 뜯고 포장지를 걷어냈는데 이어폰이 아닌 무엇이 온 것이다. 너는 몸을 웅크리고 있었고 귀에 넣을 수 되어있어서 뭐랄까, 이어폰이라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는데 너는 너를 이어폰이라 말한다. 의심을 품으며 너를 꽂는다. 귀에서는 옹알이만큼 작은 심장소리 맥박이 뛰는 무엇이 들리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귀를 막고 있어 들리지 않았다고 애써 단언하고 만다.
이어폰의 귀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집에 돌아오니 가지런하게 정돈된 빨랫감과 차려져있는 밥상
" 엄마가 다녀가시기 라도 했나 "
문득 집에두고 나간 이어폰이 자신이 놓은 자리에 있지 않음을 떠올리는데
모두가 물음을 던졌고, 모두들 해답을 내어 놓았다. 과학자들은 공간과 중력에 의한 우연한 사고일 뿐이라고, 몽상가들은 악의로 이루어진 요정의 장난이라고, 종교인들은 그들이 알지 못 하고 또 앞으로도 알 수 없을 신의 섭리라고. 그리고 모두의 대답은 모두를 실망시켰다. 답을 찾을수 없는 물음에 사람들은 지쳐가거나, 미쳐가기 시작했으며 알렉산드로스가 그리하였던 것 처럼 자신의 이어폰을 자르는 자들 조차 나타났다.
앞으로도 우리는 그 이유를 모르리라.
쓰다 만 지우개가 어디로 사라지는지를 모르는 것 처럼...
본문도 좋은데 댓글들도 좋아요,,
댓글에 좋아요 눌러드리고 싶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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