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조갑제2009.09.22 AM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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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우드 감독의 '그랜 토리노'를 보았습니다. 주인공인 월터 코왈스키는 어쩌면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자신의 분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종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고, 마초주의자에 성격마저 괴팍한 노인은 현재 미국에 있는 꼴통 보수주의자들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영화의 사건은 극적으로 변해가지만 사실 이 노인이 변한다든지 하는 그런 감동적 장면은 없습니다. 그저 늙고 병들어가는 모습만이 더 뚜렷해질 뿐.

그러나 결국 노인은 자신의 가치를 위해 스스로 행동합니다. 선량하고 약한 사람을 자신의 힘으로 지키키 위해 희생함으로서. 거기에는 인종차별도 마초주의도 없습니다.

그것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생각하는 보수일 것입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골수 공화당 지지자이며 실제로도 강력범의 사형 제도 찬성 발언 등 논란이 될 문제의 중심에 서 있었던 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제법 되지요.

하지만 저는 과거의 한 일화로 그를 추억합니다. 시니어 조지 부시가 재선을 위해 이스트우드 감독에게 선거캠프 참여를 요청하자 그는 한 마디 말을 전하며 거절했습니다.
"당신은 걸프 전쟁을 일으킨 주범이오."

젊은 피는 보수를 거부하기 쉽습니다. 보수는 정의의 반대로 생각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력과 폭력, 힘의 우위와 권력으로 약자를 괴롭히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 이스트우드같은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보수라는 생각을 해 보면 보수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을 생각했습니다. 스스로가 보수주의자임을 자처하며 이 땅의 애국자로 군림하는 남자의 발언입니다.

'문제는 국가 지도부의 의지력이었습니다. 전쟁을 결심할 수 없는 국가는 전쟁을 결심할 수 있는 미친 개에게 물릴 수밖에 없습니다.
미친 개에겐 몽둥이를! 이는 역사적으로 증명된 萬古의 진리인 것입니다. 여기서 하나 덧붙인다면 김정일이 히틀러 숭배자란 사실입니다.'

- 朴正熙, 黃長燁, 金東吉. 만고의 진리는 "미찬 개에겐 몽둥이를!"이다.
조갑제닷컴 09.07.19

'전쟁광' 김정일을 뜨겁게 비판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이 '전쟁광'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어떤 보수주의자의 발언입니다. 이 분은 몽골에 가셔서는 '말을 타고 달리며 세계를 정복하는 뜨거운 사나이의 기상'만을 보고 오신 희한한 분이기도 하죠.

그에게는 무력과 폭력으로 약자를 찍어누르는 권력에 대한 분노 따위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빨갱이에 대한 뜨거운 분노와 미적지근하게 반전과 평화를 주장하는 '좌경용공세력'에 대한 철저한 분쇄의지만이 전부입니다.

대한민국의 자칭 보수주의는 이스트우드 감독이 보여주는(하지만 스스로 자처하지는 않는) 보수와는 그 맥이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마치 만주에서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자발적으로 하던 모 군인이 애국자의 표상이 된 것과 같은 '새빨간' 거짓말로 이루어진 사상누각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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