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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 토포(El topo, 1970)2014.05.08 PM 11:33
엘 토포(El topo, 1970)
존 레논이 보고 반해서 판권을 사 미국 전역에 개봉시켰다는 일화가 있는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영화.
엘 토포는 두더지라는 뜻으로 이 기괴한 영화를 설명할 유일한 도움말로 다음과 같은 나레이션과 함께 등장한다.
'두더지는 땅 속에서 굴을 파고 사는 동물이다. 태양을 찾아서, 햇빛을 찾아 때때로 땅 위로 올라오지만 햇빛을 보면 눈이 멀어버린다.'
영화는 크게 두 파트로 나눌 수가 있는데 처음은 총잡이 엘 토포의 이야기이고, 두번째 파트는 구도자로의 모습이다.
첫번째 파트에서 총잡이는 일곱살의 어린 아들 등 뒤에, 말에 태우고 여행한다. 어느 마을의 주민들이 몰살된 것을 보게 되고 그 마을을 떠나는데 세 명의 총잡이가 그와 아들을 공격한다. 그들은 산적의 부하로 한 수도원을 점령하고 사람을 서슴없이 죽이면서 즐기고 있다. 엘 토포는 그의 총솜씨로 마을을 해방시키고 두목과의 결투에선 등을 돌린 상태로 그를 처리하는 신기와 같은 능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이 신임을 천명한다. 산적 두목의 여인이던 마라와(불교적인 색이 강한 이름, 영화 전체적으로 기독교와 불교, 윤회나 희생, 수도 같은 종교적인 이미지들을 수없이 활용한다.) 사랑에 빠지게 되고 아들은 수도원에 버리고 떠나간다. 그리고 마라의 유혹에 빠져 최고의 총잡이가 되기 위해 네 명의 위대한 총잡이(현자)와 결투하려 사막을 나선으로 여행한다.
자신을 신이라 말하던 총잡이 엘 토포는 진정으로 깨달은 자에 가까운 다른 총잡이들을 만나고, 그들을 속임수로 처리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저열함에, 혹은 자신이 신이 아닌 불완전한 하나의 인간임에 고뇌하지만 마라의 사랑을 얻기 위해 마지막 총잡이를 만나러 간다. 마지막 총잡이(현자)는 죽음을 초월했고, 그에게 승리를 안겨주지 않는다. 엘 토포는 배신당하고 부상을 입어 부활의 때를 기다리며 무덤과도 같은 지하의 마을로 운반된다.
두번째 파트에 이르러서는 수십년이 지나 깨어난 엘 토포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신처럼 떠받들어지는 엘 토포는 지하마을,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을 자유롭게 해 줄 예언의 사람이다. 그는 난쟁이 여자와 함께 지상에 있는 마을에 가 돈을 벌어 터널을 뚫어 모두를 자유롭게 해주려고 한다. 그러나 지상의 마을은 타락한 세계로 그가 총으로 신이 되었음을 천명했던 그 때의 잘못된 깨달음이 넓게 퍼져있다.
난쟁이 여인과 결혼하기 위해 들른 교회에서 그는 예전 수도원에 버리고 온 어린 아들을 만난다. 아들은 아버지를 살해하려 하고, 그는 다만 터널이 완성될 때까지 복수를 미뤄줄 것을 부탁한다. 아들은 아버지가 입던 총잡이의 옷을 입고 아버지를 감시하고, 좀 더 빠르게 복수하기 위해 터널을 함께 뚫는다. 그리고는 터널이 뚫리자 아버지를 용서하게 된다.
터널이 뚫리자 지하마을의 사람들은 지상의 마을로 몰려간다. 지상 마을의 사람들은 그와 다른 모습의 사람들이 오는 것을 보고, 총을 들어 그들을 모두 살해한다. 엘 토포는 분노하여 마을 사람들을 모두 죽여버린다. 이전의 다른 깨달은 총잡이들처럼 이제서야 그도 총에 상처입지도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그리고는 가부좌를 한채로 머리에 기름을 부어 불을 지른다.
때마침 난쟁이 여인과의 사랑으로 낳은 아이가 태어난다. 아버지의 옷을 입어 총잡이처럼 보이는 아들은 난쟁이 여인과 새로 태어난 아이를 등 뒤에 태우고 모두가 죽어버린 마을을 떠나간다.
종교적이거나 성적인 이미지, 잔인한 장면들을 많이 활용하고 있어서 보기에 다소 불편할 수 있다.
대충은 알 것 같으면서도 난해한 장면들이 있다.
지하 마을과 지상 마을의 이야기에서도 그렇고 영화 안에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데 단순히 육체적인 면 만이 아닌 나 자신 외의 다른 사람에 대한 배타적인 혹은 몰이해에서 오는 증오 같은 것들을 보다 시각적으로 표현하려 했던 것 같다. 또 영화 안에서 난쟁이 여인과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공개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있는데 타자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하나의 인간으로 바로서기를 바라는 감독의 의도가 담겨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잔혹한 결말임이도 불구하고 시작과 일치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서글프거나 괴롭지 않은 것은 아마도 우리가 언제고 나선의 형태로 흐르는 세계를 따라서 서로를 이해하며 나선의 중심,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가 완성된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개인적으로는 날씨가 조금 더 시원해졌을 때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영화가 때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에 있어서 난해하고 상징적인 표현들을 사용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영화를 대할 수 있는 관객이라면 추천
댓글 : 3 개
- Octa Fuzz
- 2014/05/08 PM 11:47
명작!!
영화가 때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에 있어서 난해하고 상징적인 표현들을 사용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영화를 대할 수 있는 관객이라면 추천 <- 완전동감이요~
영화가 때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에 있어서 난해하고 상징적인 표현들을 사용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영화를 대할 수 있는 관객이라면 추천 <- 완전동감이요~
- Egyptian Blue
- 2014/05/09 AM 12:00
멋진 영화네요. 감독의 다른 영화들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 그레이트존
- 2014/05/09 PM 04:42
이번에 조도로프스키 감독이 만들려다 엎어진 듄 프로젝트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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