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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기앤쓰기】] [에세이] 사랑의 전제, 사랑하기 전에 사랑하라2023.07.12 PM 05:09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신학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통용되는 격언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사랑의 속성 중 포용을 강조한 내용이지만 지금 사랑에 대해 말하고자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문장 자체가 품고 있는 전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우리는 사랑에 대하여 저마다 다른 관점, 감각, 느낌을 바탕으로 정의내린다. 그러므로 방향성이 될 수 있는 전제를 풀어냄으로써 각자가 정의하는 사랑에 맞추어 보는 것이 오히려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사랑의 명령은 다른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어떻게 이웃을 사랑할 것인가? 친절, 배려, 용서, 이해, 희생 등 본인이 생각하는 사랑의 형태가 곧 그 대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특정 감정이나 행동으로 규정할 수 없다. 사랑은 감정에서 총체적이고, 행동에서 전체적이다. 틀린 답은 없다. 중요한 건 사랑을 어떻게 드러내느냐가 아니라 그런 사랑이 자기 자신에게도 향하는가이다. '네 몸과 같이'는 사랑의 기준이라 할만하다. 남을 사랑할 때, 내가 나를 사랑하는 정도는 그 기준이다. 즉,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사랑의 전제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어떤 이는 자기혐오에 대한 반발로 타인을 동경하기도 한다. 본인의 결핍을 베풂으로 치유한다는 사람도 더러 있다. 결과적으로 선할지라도 그건 아름다운 화풀이에 지나지 않는다. 공감 없는 사랑은 공허하다. 공감이란 감정 이입이다. 모르는 감정에 이입할 수 없는 법. 스스로 알지 못하는 사랑으로 남을 사랑하면서 그 감정을 확신하는 건 위선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꼭 남을 사랑할 때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다. 타인에게 사랑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남으로부터 사랑 받는다는 건 사랑 받을만한 자격 내지는 가치를 조건으로 한다. 역설적이게도 사랑을 증명하는데 있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랑이다. 내가 사랑받을만하다는 것을 가장 확실히 증명하는 방법은 바로 누구보다 먼저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상대의 시선은 단순한 내가 아닌 내가 사랑하는 나를 보게 된다. 사랑은 마주보는 동시에 같은 곳을 보는 감정의 일치로 시작된다.
이웃이란 타인이다. 타인을 사랑하는 일이 어려운 건 당연하다. 서로간에 조건부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조건은 기준일 수도 있고 자격일 수도 있다. 때로는 한계일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의 본질을 묻는다. 어떤 사랑을 할 것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에 관하여 오고가는 질문과 사실은 이미 답이 나와 있다는 패러독스. 질문하는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모든 사랑은 자신을 사랑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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