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케가 사는 이야기] (장문) 회사 사람 1,000명 줄어든 이야기2021.01.12 PM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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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이니 요약

 

1. 하청업체 인원 1,000명을 1년만에 내보내라는 말로만 정리해버린 대기업

 

2. 곧 퇴사할 사람 자격증과 경력으로 입찰 따낸 하청업체

 

3. 대기업 협력업체 + 무기계약직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위험한 일자리니 주의

 

 

 

-본문-

 

2019년 7월, 

 

모 대기업이 일본계 회사의 광학 설비 5대를 5년 동안 설치하기로 했지만, 

 

2년차에 2대째 설치가 끝나갈 쯔음 모 대기업 측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게 된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실직하게 되고, 김알케도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그러나 운 좋게 8월 초 바로 다른 회사에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하필 또 위의 대기업과 관련된 곳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번엔 생산 관련 인력이 1,200명이나 되는 거대한 사내 협력사였기에 믿고 입사하게 된다.

 

전임자는 이미 이직할 곳을 정해두어서 이틀밖에 함께 있지 못했지만

 

직속상관인 본부장님과 소장님들 덕분에 현장에 적응해 나갔고,

 

19년 말 송년회 준비와 신년 계획을 짜느라 분주하던 차에 일이 터지게 되었다.

 

 


연말이라 흥겹던 사무실에, 우리 회사의 8개의 팀 중 2개, 약 500명의 생산인력을 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물론 원청사인 대기업 측에선 나가는 인원들에 대한 일말의 조치나 보상은 없었다.

 

그냥 하청인 우리 회사가 "알아서" "언제까지" 내보내라는 통보만 할 뿐, 어떤 사과나 후속조치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어이없는 처사이지만 하청인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나가야 될 소장님과 생상직 분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 말고는...

 

 

 

그렇게 두개의 팀이 사라진 후, 많은 일이 있었다.

 

퇴직 후 인터넷에 모 대기업과 우리 회사의 횡포를 신고하여 언론에 기사가 나거나,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늘어난 실업급여 신청에 고용노동부에서 연락이 와서

 

어째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내보낸 거냐며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원청인 대기업이 사정이 좋지 않아서 그랬다고 하니 별다른 조치를 취해 주지는 않았다(...)

 

퇴사당한 분들이 뭔가 해보려고 했지만, 변한건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거기서 끝난게 아니라, 20년중 이어질 추가 감원 계획에 대한 이야기 까지 나돌았다.

 

생산 라인 자체를 때서 타국에 수출하여 비어버린 공장에 생산인력이 필요없어진 것과, 

 

다른지역 공장을 클로징하며 올라온 인원들의 일자리가 필요하여 

 

대기업의 노조측에서 협력회사 인원을 빼라고 했다는 이유까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었다.

 

다음엔 어디가 뭉텅이로 잘려나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인지, 생산직에 근무하는 분들의 사기는 바닥을 쳤다.

 

 

 

물론 그렇다고 회사가 직원들의 고용 유지를 위해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본사 임원이 찾아와 대기업 담당자 들을 만나 몇번이나 접대도 하고,

 

인사담당자 및 현장 소장님들도 여러번 대기업 담당자들과 접선을 가졌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나중에 알게된 이야기였지만, 

 

사실 이 대기업에 인력을 도급할 수 있었던게 대기업을 퇴사한 임원이 우리 회사에 들어와 인맥을 만들어줘서 였다고 하던데,

 

그 임원이 우리 회사를 퇴사한 지금은 더이상 인연을 이어갈 힘이 없었다고 한다.

 

 

 

결국 20년 중 3월, 5월 7월 연이은 감원으로 인원은 300명까지 줄어들었고, 

 

인원이 없는 현장에 본부장급이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 싶었는지 스승님이던 본부장님은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났다.

 

본부장님의 의사가 전혀 반영된 발령이 아니었기에, 전세로 살던 집 조차 처분 못하고 떠나버렸다.

 

그리고 9월쯤 되자 인사담당자 측에서도 김알케에게 넌시지 이야기를 해왔다.

 

여기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희망이 없으니 슬쩍 이직 준비를 시작하라는 눈치였다.

 

김알케의 일자리는 법적으로 인원이 300명 이상일 경우 보장되는 자리였기 때문인지, 

 

이미 마이너스가 확정된 현장에 고용을 지속하는 것은 무리였던 모양이라 결국 12월 말 즈음에 퇴사할 것을 통보받게 되었다.

 

최초 입사할때 무기계약직이라는 것에 의아해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경우 쉽게 내보내기 위한 것이었나 싶어

 

조금은 뒷통수를 맞은 듯 한 기분이었다.

 

 

 

결국 시간은 20년 12월에 이르고, 

 

최초 8개 팀 1,200명이던 사업장은 1년만에 1개 팀 150명 까지 인원이 줄어들게 되었다.


이때까지도 김알케에 대한 회사의 처우에 큰 불만은 없었으나, 

 

마지막에 자격증도 경력도 없는 신규 관리자에게 김알케의 일을 인수인계 시킨 건이나

 

1월 초 대기업의 새로운 일을 하청 받기 위한 입찰에서 김알케의 자격증이나 경력을 팔아 일을 따낸 것도 모자라

 

곧 퇴사할 김알케가 담당자로서 현장에 상주할거라고 뻔뻔하게 거짓말 하는 모습에 마지막엔 회사에도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퇴직 후 2주정도 지난 지금 생각해보니 참 파란만장 했다는 생각과

 

천명의 협력회사 사람이 일자리를 잃게 하는 일이 어렵지 않은 한국의 원청/하청 문화라는게 참 혐오스러웠다.

 

이젠 좀 올바른 회사에 들어가 정착을 하고 싶은데 과연 그럴 곳이 있을까...

댓글 : 5 개
  • osel
  • 2021/01/12 PM 06:27
고생하셨습니다 새해들어 좋은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회사 떠나는 사람의 자격증이나 경력을 팔다니... 대단하네요 진짜.. 고생하셨습니다ㅠ
외자계식 구조조정이네요.
보통은 업무 전환이라던가 다른 하청회사를 만들어서 옮기는 방식으로 하는데
노조가 없는건지 우리나라 노동법이 헛점이 많은건지 모르겠네요.
대기업은 L사, 일본계 회사의 광학 설비는 C사 같네요...
90프로 ㄷ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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