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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맹목은 무서운 것2011.11.09 AM 06:32
일찍 일어난지라 할 일이 없어 사정게를 재미삼아 보고 있었는데 어떤 이상한 사람이 경상도를 비난하는 이상한 역사 자료를 게시글로 썼다. 그 자체야 전라도를 비난하는 바보들마냥 뻘짓을 하는 것이라 크게 괘념치 않았으나 예전부터 보아온 사정게 유저가 경상도는 답이 없니 반성을 해야한다는 식으로 동조를 하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참 걱정이 되었다.
그의 인식에는 '경상도민=한나라당 지지자'라는 선입견이 강하게 작용하므로 어떤 말을 해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물론 지금껏 계속 이어져오는 한나라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보면 그의 선입견이 이해는 간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경상도민들을 조롱하고 욕하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다수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군사정권 시절 전라도민들이 당했던 괄시와 조롱에 일조했다. 군사정권의 꼬리인 한나라당이 세를 잃으면 이번엔 경상도민들이 그러한 불이익을 겪도록 용인할 것인가? 비록 경상도 사람들이 편향된 생각으로 한나라당을 지지했다손 치더라도 왜 똑같이 괴롭혀야만 직성이 풀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그런 식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경상도에 태어났으면 분명히 지금처럼 다른 지역 사람을 괄시하고 조롱했으리라 본다. 호모포비아들이 오히려 동성애적 경향이 강하다는 이야기처럼 한쪽에 지나치도록 편중된 경향을 가지고 있으면 역으로 반대의 경향에도 동조하기 쉽다.
한동안 '알바'라 불리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사정게에 많았던 적이 있다. 많은 사정게 유저들은 루리웹이 우익세력이나 정부 단체의 공격 대상이 되어 그런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해서 귀여운 상상력이다.
루리웹 사정게는 다음 아고라처럼 강력한 여론을 조성하는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바'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거 유입된 것처럼 보이는 원인은 극우세력과 똑같은 유형의 선입견을 가지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에게 육두문자를 서슴지 않고 남발하며 인격을 모독하고 조롱에 열을 올린 일부 사정게 유저들의 맹목 때문에 초래된 것이다. 거기에 눈쌀을 찌푸린 반대로 맹목적인 사람들이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모여든 것이라 봐야 맞지 않을까?
난 그런 맹목이 무서워 사정게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 이명박을 찢어 죽이자는 말만 하면 옳다고 추천을 하고 동조를 하는 마당에 대체 뭘 쓰란 말인가. 저런 생각을 가지고 야당을 지지하면 결국 권력구도가 달라졌을 때 반대쪽 사람들에게 그동안 당해 왔던 짓을 똑같이 돌려주는 바보들만 늘어날 뿐이다.
졸부도 첨에는 가난뱅이에서 시작했다. 그런 졸부들이 돈을 벌고 나니까 오히려 가난한 사람을 더 무시하는 사람이 된다는 사실은 익히 알 것이다.
맹목적인 보복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결코 사정게 유저들이 바라는 세상은 오지 않는다.
댓글 : 3 개
- NNNN_
- 2011/11/09 PM 08:31
이반님 글을 읽고 나니 니체가 한 말이 생각이 납니다. 괴물과 싸우는 와중 괴물과 닮지 않도록 하라는 말이었죠. (정작 니체는 거의 읽진 않았습니다만;;;)
마치 찰흙에 단단한 무언가를 쳐박아넣고 굳힌 뒤 떼어내면 그 단단한 물건의 거푸집이 되듯, 사람이 싸우면 역상을 하며 닮아가기 마련일 겁니다. 그리고 그 찰흙을 분노가 단단히 구워내고, 그 凹의 상태로 굳어져 버린 거푸집은 다른 찰흙을 만나면 凸을 만들어버리게 되며 그게 계속 반복되는 수순, 뭐 그런 것일 겝니다. 아마도 말씀하신 건 이런 순환이 아닌가 그리 생각이 되는 군요. 굳이 루리웹만은 아니더군요. 커뮤니티 사이트 몇 곳도 대게 저 수순을 밟고 있는 듯이 보이더랍니다.
요즘은 사회 전반적으로 여유가 없고 집단적으로 분노가 쌓여 올라간 상황일 겝니다. 넷 또한 사회의 확장 아니 사회의 그림자이니, 넷이 사회의 그 여유 없는 모습을 닮아가는 건 어쩔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 [여유감 없이 과밀하게 압력이 올라간 불만족한 감정]은 찰흙을 단단히 굳히는 불길과도 같을 것이고 말이죠.
지금의 사회 분위기에선 누구라도 불만족한 감정을 가지곤 할 것이고, 사회에서 입자화되어 고립된 감각을 느끼곤 할 것이며, 그리고 그에서 유래한 무기력하고 무방비함에 두려움을 느끼곤 할 겁니다. 엄청난 자살률, 크게 낮은 출산률, 낮은 고용률 등을 보면, 지금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리할 겁니다. 루리웹에 오는 사람들도 그 안에 들어가겠지요. 그 부의 감정들을 넷 위에서 해소하려는 그 행위는, 분명 긍정적인 행위를 통해서도 가능할 겝니다. 보다 친교를 맺고, 보다 게임 등 취미를 같이 즐기고, 즐거움을 나누고, 뭐 그런 행위등을 통해서 말이죠.
그러나 그런 부드러운 방식을 취하기보다 피-아를 예리하게 갈라, 보다 명확히 뭉쳐 위안을 받고 명확히 적을 만들어 증오로 그 부의 감정들을 향하게하는 쪽을 택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건, 지금의 상황이 참으로 녹록치 않은 때문, 그리 생각이 듭니다. 인간도 동물인지라 본디 적과 아군이란 정체성을 만드는 그런 경향성이 좀 더 나타나기 쉬운 데다, 스트레스 상황아래선 더욱 그러할 것이니...
여하간 불길은 연료가 더이상 들어오지 못하면 언제까지나 타지는 못하는 것이며, 스스로의 정신마저 연료로 태우는 이런 불길은 더더욱 오래 지속되진 않겠지요. 찰흙을 구워 굳혀 거푸집을 만들어, 요가 철을 만들고 철이 요를 만드는 그 수순은 언젠가 멈출 것이고, 과거의 거푸집들은 풍화되어 도로 흙이 되고 다시 찰흙이 되긴 될 겁니다. 그리 예상하기도 하고 ..... 그리 바라기도 하고 합니다. 여하간 사람들 삶이 좀 더 나아지고, 좀 더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여유가 생긴다면 더 이상 연료같은 것들은 들어오지 않겠지요.
여하튼 이반님 글을 읽으니 이래저래 깨닫는게 많군요.
ps.그리고 일찍 일어나는 건 참 좋은 일이지요. 시간을 몇시간 더 얻은 듯한 감각이라 기분이 참 좋더랍니다. 저같은 게으름뱅이에겐 간혹 일어나는 일인지라 ㅎㅎ
ps2. 쓰다보니 중언부언 길어지게 되었군요=ㅅ= 미안합니다^^;;
마치 찰흙에 단단한 무언가를 쳐박아넣고 굳힌 뒤 떼어내면 그 단단한 물건의 거푸집이 되듯, 사람이 싸우면 역상을 하며 닮아가기 마련일 겁니다. 그리고 그 찰흙을 분노가 단단히 구워내고, 그 凹의 상태로 굳어져 버린 거푸집은 다른 찰흙을 만나면 凸을 만들어버리게 되며 그게 계속 반복되는 수순, 뭐 그런 것일 겝니다. 아마도 말씀하신 건 이런 순환이 아닌가 그리 생각이 되는 군요. 굳이 루리웹만은 아니더군요. 커뮤니티 사이트 몇 곳도 대게 저 수순을 밟고 있는 듯이 보이더랍니다.
요즘은 사회 전반적으로 여유가 없고 집단적으로 분노가 쌓여 올라간 상황일 겝니다. 넷 또한 사회의 확장 아니 사회의 그림자이니, 넷이 사회의 그 여유 없는 모습을 닮아가는 건 어쩔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 [여유감 없이 과밀하게 압력이 올라간 불만족한 감정]은 찰흙을 단단히 굳히는 불길과도 같을 것이고 말이죠.
지금의 사회 분위기에선 누구라도 불만족한 감정을 가지곤 할 것이고, 사회에서 입자화되어 고립된 감각을 느끼곤 할 것이며, 그리고 그에서 유래한 무기력하고 무방비함에 두려움을 느끼곤 할 겁니다. 엄청난 자살률, 크게 낮은 출산률, 낮은 고용률 등을 보면, 지금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리할 겁니다. 루리웹에 오는 사람들도 그 안에 들어가겠지요. 그 부의 감정들을 넷 위에서 해소하려는 그 행위는, 분명 긍정적인 행위를 통해서도 가능할 겝니다. 보다 친교를 맺고, 보다 게임 등 취미를 같이 즐기고, 즐거움을 나누고, 뭐 그런 행위등을 통해서 말이죠.
그러나 그런 부드러운 방식을 취하기보다 피-아를 예리하게 갈라, 보다 명확히 뭉쳐 위안을 받고 명확히 적을 만들어 증오로 그 부의 감정들을 향하게하는 쪽을 택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건, 지금의 상황이 참으로 녹록치 않은 때문, 그리 생각이 듭니다. 인간도 동물인지라 본디 적과 아군이란 정체성을 만드는 그런 경향성이 좀 더 나타나기 쉬운 데다, 스트레스 상황아래선 더욱 그러할 것이니...
여하간 불길은 연료가 더이상 들어오지 못하면 언제까지나 타지는 못하는 것이며, 스스로의 정신마저 연료로 태우는 이런 불길은 더더욱 오래 지속되진 않겠지요. 찰흙을 구워 굳혀 거푸집을 만들어, 요가 철을 만들고 철이 요를 만드는 그 수순은 언젠가 멈출 것이고, 과거의 거푸집들은 풍화되어 도로 흙이 되고 다시 찰흙이 되긴 될 겁니다. 그리 예상하기도 하고 ..... 그리 바라기도 하고 합니다. 여하간 사람들 삶이 좀 더 나아지고, 좀 더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여유가 생긴다면 더 이상 연료같은 것들은 들어오지 않겠지요.
여하튼 이반님 글을 읽으니 이래저래 깨닫는게 많군요.
ps.그리고 일찍 일어나는 건 참 좋은 일이지요. 시간을 몇시간 더 얻은 듯한 감각이라 기분이 참 좋더랍니다. 저같은 게으름뱅이에겐 간혹 일어나는 일인지라 ㅎㅎ
ps2. 쓰다보니 중언부언 길어지게 되었군요=ㅅ= 미안합니다^^;;
- 次元大介
- 2011/11/10 AM 07:28
긴 글 대환영입니다. 그만큼 제 말에 귀를 기울여 주시고 유심히 생각하셔서 나온 글일테니까요.
사회 구조가 분노를 양산하는 것은 분명한 현상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분노하는 사람들 또한 그럴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는 보나 제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제가 지적하는 일부 유저들은 분노의 대상이 분명 잘못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우리는 사소한 것에 분노하는가?' 라는 질문에 진중권씨가 이렇게 뱀발을 달았죠. '그것도 모르는가? 거대한 것은 우리에게 분노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라고요.
정작 우리가 분노해야할 민주주의의 후퇴나 파시즘 적 성향의 정부, 진실을 왜곡하는 언론같은 대상보다는 특정 종교에 대한 무조건적 비판 복수법 논리의 보복, 특정 지역 주민들에 대한 증오 등이 너무 많이 보여 씁쓸합니다.
사회 구조가 분노를 양산하는 것은 분명한 현상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분노하는 사람들 또한 그럴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는 보나 제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제가 지적하는 일부 유저들은 분노의 대상이 분명 잘못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우리는 사소한 것에 분노하는가?' 라는 질문에 진중권씨가 이렇게 뱀발을 달았죠. '그것도 모르는가? 거대한 것은 우리에게 분노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라고요.
정작 우리가 분노해야할 민주주의의 후퇴나 파시즘 적 성향의 정부, 진실을 왜곡하는 언론같은 대상보다는 특정 종교에 대한 무조건적 비판 복수법 논리의 보복, 특정 지역 주민들에 대한 증오 등이 너무 많이 보여 씁쓸합니다.
- NNNN_
- 2011/11/18 AM 08:55
저리 저렇게 반응하며 소모적으로 싸우는 사람들은 기득권 언론들이 노리는 반응, 그대로 움직이는 것이겠지요. 그들이 만들어놓은 경기장에서, 맞지 않는 상대와 싸우게 하여 공멸하게 되는 그런 것, 그리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 소모적으로 불모하게 싸우는 것보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정부와 왜곡하는 언론등, 저 구조를 만들어낸 집단에 대한 증오를 가져야함이 보다 맞을 겁니다. 허나 그 구조에 눈을 돌리고 생각하고 또 그런 사색에 도움을 주는 정보들에 접근할 여유와 통로 그런 기회가 적은 탓, 아마 그 이유가 가장 크겠지요.
그런 점에서 [거대한 것은 우리에게 분노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참 맞는 말 같습니다. 늘려보면 분노의 원인과 그 구조를 찾고 보고 생각할 여유도 주지않는다, 이리 생각도 드는군요...
그리 소모적으로 불모하게 싸우는 것보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정부와 왜곡하는 언론등, 저 구조를 만들어낸 집단에 대한 증오를 가져야함이 보다 맞을 겁니다. 허나 그 구조에 눈을 돌리고 생각하고 또 그런 사색에 도움을 주는 정보들에 접근할 여유와 통로 그런 기회가 적은 탓, 아마 그 이유가 가장 크겠지요.
그런 점에서 [거대한 것은 우리에게 분노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참 맞는 말 같습니다. 늘려보면 분노의 원인과 그 구조를 찾고 보고 생각할 여유도 주지않는다, 이리 생각도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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