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책(그냥 책읽다가)] 그책22019.12.19 AM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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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끊이며


라면을 끊인다
천변 평상 위에 걸터앉아
냄비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마음을 끊인다
뜨거운 국물에
입을 댄다 기어이
입을 덴다
국물도 없는 팍팍한 세상
냄비 바닥을 뒤지며
해물 건더기나 건지고 있는 
볼품없는 나무젓가락도 한때
푸른 잎을 매달고
바람을 휘어잡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돌 틈 사이로
물 흐르듯 여름이 지나가고
쓰다 만 열망이 어딘가 남아 있을 거라고
붉게 물든 개옻나무 앞에서
나는 생각한다
마흔살,
평상 위에 놓은 책이 말하는 것은
아직은 나의 미래에 관한 것
내게 필요한 것은
끝없는 인내와 약간의 운,
그리고 청춘의 부재를 설명해줄
그럴듯한 알리바이 한소절
 
 
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집 읽다가 좋아서 옮겨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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