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 엄살2012.06.18 AM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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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강아지 쿠로에게
요즘 재밌는 버릇이 생겼다.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으면
갑자기 깨갱거리며 아픈 척을 하고 다리를 전다.

하는 짓이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쓴웃음을 지으며 '이눔새키!'하고 안아줬다.

엄살도 참 우습게도 한다.

선거사무실서 같이 일하던 완도 사나이 김 본부장과 등산을 했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만 한 좋은 분이라 대화가 길어졌다.

바위 위에 걸터앉아 저 멀리를 바라보다
내가 먼저 등산을 좋아하는 여자친구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말을 하는데
김 본부장이 물으신다.
'예전에는 괜찮은 여자친구 없었냐?'

말 없이 한참 아래를 바라보다 대답했다.
'20대 때, 절 좋아해주던 후배가 하나 있었습니다. 등산도 좋아하고 걷는 것도 좋아하고
정치이야기 하는 것도 좋아하고 저 따라 맛난 집 가는 것도 좋아하는 멋진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무런 관심을 안 가졌지요. 못 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요.
저도 잘생긴 거 하나 없는 놈이 고작 외모 하나를 가지고 그렇게 냉랭했지요.
지금 제가 사랑을 못 하는 건 그런 것에 대한 벌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

본부장이 물끄러미 먼 산을 보시며 말씀하셨다.
'아직 안 늦었네.'

막걸리 한 잔 하고 내려오는 산길은
무척이나 가볍고 즐거웠다.


내려 와서 본부장과 헤어지고 혼자 담배를 물고 가다

쓴웃음이 나왔다.

'이눔새키!'

엄살도 참 우습게도 한다.
댓글 : 8 개
안주무시오
ㄴ 쓰고 잘려고 ㅎㅎㅎ 이번주에 함 봅세잉 시간 괜춘허제?
엄살도 피고해야죠^^;;
저는 벌써4달째 엄살피는중...ㅎㅎ;
ㄴ 오래되셨네요. ㅎㅎ 따지고보면 저도 그 정도 지난 것 같네요.^^
다들 하나씩 과거의 치기를 후회하며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겠지요...?

머리가 굵어지고 나서,
종종 머리를 감싸쥐며 과거의 나에게 반감과 후회를 갖고 반성을 하곤 합니다만, 여하간 요즘도 후회할일이 자주 생기는 걸 보면 나이는 먹을만큼 먹었더라도 제대로된 어른이 될 날은 제겐 아직 먼 것 같더군요.

(여하간 엄살도 부릴 상대가 있어야 부릴 수 있는 것이니...)
쿠로 우리 란이에게 좀 보여줘봐 ㅎㅎ
우리 고양이 둘째도 엄살 비슷한게 좀 심합니다.
첫째가 같이 놀자고 달라붙으면 막 크게 울어대죠;;
셋째 살아있을땐 셋째랑 잘 놀고 잘 뛰어다녔는데
지금은 지극히 얌전해졌습니다;;
NNNN± // 후회가 반드시 반성을 낳는 것도 아닐것이고 성찰이 반드시 바른 길로 사람을 이끄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지요. 그냥 내 자신에게 떳떳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왜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타인도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이 있는지 알 것 같은 요즘입니다.

츤데레 루시스 // 란이가 쿠로 사진 너무 좋아해서 보여주고는 싶은데, 쿠로가 겁이 많아서 짖고 물고 그러니까 조심해야돼 ㅎㅎ

wingmk3 // 흠...졸지에 막내가 되어버리니 녀석이 좀 쓸쓸해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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