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 그 한 마디에2013.06.08 PM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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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중 집이 어마무지하게 잘 살아
그냥 편의상 엄친아라 부르는 녀석이 있다.

라이프스타일이나 연애관 여성을 보는 시각이
나와 너무 차이가 나서
항상 그걸로 티격태격하다가
서로 자존심이 상해 안 보게 되었다.

발단은 나였는데
결혼하자는 말이 오고가는 여자친구 놔두고
자꾸 업소에 가고 싶다고 해서
내가 심하게 욕을 했다가
그 친구도 욱하는 성격에 나하고 어긋나게 되었다.

평소 행실은 멀쩡한데
저런 면은 정신 좀 차려야 된다 생각해서
아예 연락을 끊어버렸었다.

마지막으로 한 말이
아무리 일을 해도 심적으로 집에 의존하고 살면
니는 평생 아부지 돈으로 업소나 가고 사는
그런 망나니밖에는 안 된다.
그 상태에서 결혼하면 니 가정은 개판될거고.
이런 식이어서
그 친구도 내 독설에 마음이 꽤 상했을 것이다.



녀석이 얼마 전에 연락을 했다.
그 꼬장꼬장한 자존심때문에
절대 먼저 연락하지는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연락이 왔다.

그냥 말없이 서로 담배를 폈다.

'미안하다'
이 한 마디에
내 마음이 녹았다.
그 녀석이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한 건 평생 첨이었으니.


힘들 때 제일 얘기하고 싶은 사람이 나였단다.
왜 많이 힘드냐고 물었더니
집에서 독립할 각오를 세운 모양이다.
여자친구랑 결혼하고 싶어서
집이랑 연락도 끊고 작은 일부터 새로 해보고 싶어했다.
집에서 워낙 반대가 심했으니 이해가 갔다.

그렇게 못 해도 좋다.
애초부터 그런 생각 자체를 안 하고
그저 편하게만 살거라 말하던 녀석이
그렇게 생각을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조금은 더 멋져보였다.
댓글 : 4 개
미안하다 란 말
어느때는 정말 하기 쉬운데,
어느때는 정말 하기 어려워요.
三眼 // 격하게 공감
아 눈이 살짝 찡햇음.
샴푸♥ // 거의 일 년을 연락도 안하고 아예 안 보고 살았는데
신기하게도 이 친구가 연락을 했어요 고맙게도. 진짜 좀 찡했음.

여담이지만 란마에서 샴푸 제일 좋아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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