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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일기] 논공행상2012.03.16 AM 12:57
후보를 보면 볼 수록 존경스러운 면이 있다.
돈관계 깨끗하고 유불리 안 따지면서 떳떳하게 할 말 하고.
그런데도 우리 후보가 6번이나 선거에서 낙선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녁까지 열심히 일을 하고 슬슬 퇴근할까 하는 참에
수행업무비서인 박 특보와 김 특보 두 분이 나와 팀장님을 불러 술을 마시러 갔다.
두 분 다 만취상태였다.
두 분이 불러서 후보한테 할 말이 있으면 한 번쯤 해 봐라고 하시는 모습을 보니
나는 왜 나와 팀장님을 불렀는지 대번에 짐작이 갔다.
이놈의 캠프는 아직 선거에 승리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논공행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권력의 역학구도에서 밀린 사람들은 본래 다른 사람들에게 할 말이 많은 법.
그 중에도 권력이나 이해관계와 가장 멀리 있는 나와 팀장님을 부르는 것은 당연한 순리.
나나 팀장님도 할 말 다 했다.
이 바닥이 아무리 입이 무거워야 한다지만
이럴땐 할 말 다 해야 그 두 분의 한이 풀리니까.
박 특보님이 나한테 후보 수행 꼼꼼히 가르쳐 주던 것 생각났다.
진짜 프로페셔널하면서 따뜻하게 하나하나 짚어주셨다.
나는 이 판에 뛰어들어 그렇게 보람있게 뭔가를 배운 것은 처음이었다.
괜히 그 생각을 하니 서글퍼졌다.
정치는 사랑과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라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댓가를 바라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는 것.
나는 누군가를 정말로 사랑했고 해 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었던
그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 이곳으로 왔다.
그 사람에게 가진 마음, 아무리 다 타버리고 재가 된 것 같아도
또 그 사람 위해서 뭔가 할 것이 없는지 고민하는 그런 마음 말이다.
나는 내 앞에서 만취상태로 떠드는 두 양반에게서 그런 모습을 봤다.
그렇게 후보를 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다른 이들에 의해 밀려버리는 것이 온당한가?
그런 생각을 했다.
해봐야 두 달도 채 안된 나의 캠프생활.
후보를 옆에서 계속 봐왔지만
만약 우리 후보가 그런 사람들을 보아줄만한 그릇이 없다면
나 또한 미련없이 이 곳에서 발을 빼겠다 생각했다.
제일 깨끗하고 본받을만한 점이 많다 생각해서 온 곳이니까.
여기서도 그 정도밖에 안되는 모리배들만 있다면
나는 이 바닥 못 있는다. 더러워서.
나는 본래
평생 내 배우자 될 좋은 사람과
우동장사하면서 돈 많이 안 벌어도 행복하게 웃으며 살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한 일자무식꾼이니까.
최근 며칠간 이곳의 더러운 면만 자꾸 얘기하는 것 같아 슬프다.
하지만 좀 더 서로들 아껴주고 정 나누면 좋겠다.
점점 그런 면들이 아쉬워지는 선거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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