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스포없는 그래비티 감상2013.10.21 PM 08:29

게시물 주소 FONT글자 작게하기 글자 키우기





좋은 이야기 꾼은 별거 아닌 이야기도 재미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죠.
솔직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좋은 예술가'란 이미지가 바로 이런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소설이 그렇고, 좋은 그림이 그렇고, 좋은 만화가 그렇고, 좋은 노래가 그렇고, 좋은 영화가 그렇습니다.
예술은 이야기 그 자체가 아닌,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 중요하거든요.
우린 이걸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그래비티는 스토리텔링이 좋은 영화죠.


--------


이야기는 정말로 별거 없습니다. 하지만 그 별거 아닌 우주 재난 이야길 지루하지 않게
감동적이면서도 인류학적, 모성애적으로 그려냅니다.
영상 은유라고 하죠. 굉장히 상징적 장면이 많습니다.

그건 즉, 그냥 이야기만 영상만 즐기다 끝나는 게 아닌
스텝롤이 다 올라가도 극장을 빠져나가서도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게 해준단 겁니다.

같이 본 사람들과 이러쿵 저러쿵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영화죠.


-----------


실은 올 초에 이런 영화가 하나 더 개봉했었죠.
바로 '라이프 오브 파이' 입니다.

호랑이와 소년이 바다 한 가운데서 쪽배에 의지해 표류한다.
이 단순하고 굉장히 익숙한 이야길 가지고 이안 감독은 굉장히 재미있게 풀어냈습니다.

이 영화를 가지고 주위 사람들과 많은 토론을 했던 기억이 있네요.
술 자리에서 맥주 기울이며 제목이 왜 '라이프' 오브 파이인가.
결국 주인공의 경험은 무엇인가.

그리고 글 쓰는 우리가 이 이야기를 가지고 무슨 소설을 쓸 수 있을까.


-------------


그래비티는 그런 영화입니다.
영상 쾌감에 매 순간마다 '어떻게 찍었을까' 하면서도
동시에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하고 진지한 생각을 가지게 만들죠.


---------


3D로 보세요. 아바타 이후 3D 효과를 가장 잘 쓴 영화입니다. 우주 공간과 3D는 아바타보다 훨씬 잘 어울리더군요.

우주 유영하는 장면들을 어떻게 찍었을까하고 고민한 끝에,
배우의 얼굴을 찍고 우주복은 그래픽이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도 몇몇 장면들은 감이 안 옵니다. 정말로 메이킹 필름을 보고 싶어요.


그래비티는 무척 좋았는데, 그래도 아직까지 올해에 제가 본 최고의 영화는 '라이프 오브 파이'입니다.
그래비티의 아쉬운 점을 적자면, 너무나도 은유인데 너무 직설적이었단 겁니다.
그나마 이것도 억지로 끄집어낸 단점이네요. 순전 라이프 오브 파이와 비교해서 단점이지, 영화 자체적으론 아닙니다.



댓글 : 15 개
  • RageM
  • 2013/10/21 PM 08:31
90분이 참 짧았던 영화

그나저나 걍 영상인걸 아는데도 파편날라올때 눈감음....
저도 파편 정면은 안그랬는데 몇몇 파편올땐 눈감아버렸네요;;
저도 깝놀
  • RageM
  • 2013/10/21 PM 08:32
그래비티는 이상하게 현실적인데

라이프오브파이는 굉장히 몽환적인 느낌이 많았음

둘다 현실속 이야기지만...
네. 라이프 오브 파이는 굉장히 꿈에서 보는 현실같은 느낌이었죠.
반대로 그래비티는 현실에서 꾸는 꿈 같은 느낌. 중반 이후엔 특히요.
미스터고보다 3d효과 별로없던데..-_-;;;;
3D 효과가 많다 적다 보다는 효과적으로 사용했는가에 대해서
그래비티는 아바타 만큼이나 효과적인 3D 효과를 썼다고 봅니다.
이동진 씨의 평처럼 체험하게 만드는 3D죠.
영화를 정말 잘 인지하셨네요.
메이킹 필름 보니까 정말 우주복이 그래픽이더라구요.
메이킹 필름이 이미 공개됐나보군요. 봐야지 ㅋㅋ
  • Mr X
  • 2013/10/21 PM 09:11
그거 메이킹이 아니라 찍기전 시뮬레이션 아닌가요?
배우들이 와이어에 매달려서 찍었다고 합니다.
쿠아론 감독이 촬영기술에도 조예가 깊어서 직접 고안한 장치로 찍었다고 하더라구요 : )
ㅇㅇ 와이어인데도 티가 안날 정도면 대단하네요
저는 처음 우주복 벗을 때 산드라 블록의 허벅지가 우주보다 더 대단했음
ㅋㅋㅋ
저랑 같은 평이네요. 나름 집중해서 본다고 했지만 워낙 영상미에 빠져서 한번봐서는 놓친 게 꽤 있을거 같아 한두번 더 봐야겠더라구요.
친구글 비밀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