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소설] 강아지 길들이기2017.01.12 PM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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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춥다등골 사이로 오싹한 냉기가 흘렀다몸을 일으켜 세우자 허리가 욱신거렸다가볍게 몸을 움직여보았다허리와 골반으로 느껴지는 통증에 이를 악물었다.

역시 삼일은 무리였나?”

멍하니 소파를 바라보았다언제나 당신이 누워있던 소파벌써 3일째 이곳에서 잠들었다소파에서 일어나자 거짓말처럼 놈이 내게 달렸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조용했는데 소파에서 내려오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으르르르릉!!

골든 리트리버는 온순하다고 들었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이빨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 사냥개 같았다이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놈은 경계를 푸는 일이 없었다하다 못해 볼일을 보는 와중에도 내게 이빨을 들어냈다같이 지낸 게 3일이나 됐는데 아직도 놈은 나를 처음 보는 것처럼 대했다.

이제는 나랑 살아야 하는데 언제까지 그럴 거냐?”

하지만 마냥 놈을 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실제로 놈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사진으로는 많이 봤다시도 때도 없이 당신이 보내는 사진들에는 항상 놈이 있었다.

핸드폰을 꺼내 놈의 사진을 보았다놈이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의 사진이다사진 속 놈은 작은 강아지였다눈도 못 뜨고 젖병을 빠는 모습이 가엽게만 보였다문득 그때 당신이 내게 해줬던 얘기가 떠오른다.

이번에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했거든시간되면 와서 봐라어찌나 놈이 귀여운지.”

죄송해요제가 요즘 바빠서요.”

그때 여기와 놈을 만났다면 어땠을까놈은 지금쯤 나를 맞이해줬을까내 곁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었을까아니 적어도 이빨을 내밀지는 않았겠지하지만 알 수 없다그때 나는 이곳에 없었으니까.

핸드폰을 내려놓고 놈을 쳐다보았다더 이상은 작은 강아지가 아니었다어느새 이렇게 커졌는지 강아지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발걸음을 옮기자 놈이 나를 따라오며 짖어댔다.

야야조용히 좀 해라.”

부엌에 가서 봉투 하나를 집었다살짝 접혀 있는 집게를 풀고는 그릇에 놈의 밥을 부었다그리고는 그 옆에 우유를 붓고는 놈을 보았다놈은 여전히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언제까지 저럴까알 수 없었다놈이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어쩌면 놈은 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당신 곁에 없었던 나를언제나 떨어져 있던 나를 가족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에휴밥이나 먹어라너도 그래야 살지.”

밥 그릇을 바닥에 내려놓자 놈이 밥을 먹기 시작했다배가 고팠는지 게걸스럽게 먹었다우유를 입에 묻히고는 정신 없이 먹으면서도 눈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냉장고를 열었다.

냉장고를 열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빵이다각종 빵이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전부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뿐이었다이미 수 차례 보았지만 여전히 낯선 모습이었다고개를 갸웃거렸다분명 당신은 빵을 먹지 않았다입에 빵을 달고 사는 나와는 다르게 밥을 좋아했었다천천히 빵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빵들은 하나 같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뿐이었다.

냉장고를 닫고 냄비 하나를 집었다제대로 된 반찬이 없었기에 라면 하나를 집었다다행히도 찬장에는 라면이 한 가득 있었다냄비에 물을 붓고 가스레인지를 켜보았다딸깍 거리는 소리와 함께 불이 살살 올라왔다라면 봉지를 찢고 라면을 반으로 부셨다뽀각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보니 당신이 해준 라면을 먹는 것이 언제였더라예전에는 곧장 같이 먹곤 했다물을 받고 라면을 끓이는 뒷모습을 보면 침이 꼴깍 넘어갔다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당신과 함께 라면 한끼 하지 못하게 된 것이.

라면을 끓이고 냄비를 소파 앞의 책상에 놔두었다젓가락을 하나 챙기고 자리에 앉는 순간 띠링하고 핸드폰이 울렸다핸드폰을 들어 화면을 켜보았다각종 전화와 문자 때문에 핸드폰이 폭발할 것 같았다그 중에 당신에게 온 것은 없었다.

알림을 무시하고 당신의 전화번호를 눌러 전화했다뚜르르신호음은 가나 반응은 없었다조용히 눈을 감고 신호음에 집중했다혹시나 당신이 받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이대로 기다린다면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연결이 되지 않아음성사서함으로……

전화를 끊었다그럼 그렇지고개를 젓고는 다 불은 라면을 먹었다.

라면을 먹고는 다시 소파에 누웠다.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이제는 짐도 정리해야 했고 직장으로 돌아가야만 했다하지만 좀처럼 내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아니움직일 마음조차 없었다언제나 당신이 누워있던 소파에 몸을 맡겼다.

소파에 누워 주위를 둘러보았다당신은 언제나 이 소파 위에 누워있었다집으로 찾아올 때면 소파에서 잠든 채 나를 맞이했다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작은 소파는 누워있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했다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는 것이 덕분에 허리랑 골반에 통증만 느껴졌다이곳에서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

밥을 다 먹는 놈이 현관 앞쪽에서 짖어댔다자연스레 눈길이 그쪽으로 갔다그제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창문 밖이 보였다정확히 말하자면 현관으로 이어지는 길이 보였다지나가는 자동차가 보였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머릿속에 선명하게 당신의 모습이 떠올랐다나를 기다리는 그 모습이그리고 잠이 드는 그 모습이 떠올랐다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날 밤늦은 새벽에 눈이 떴다차가운 냉기도허리의 통증 때문도 아니었다놈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정확히 말하면 끼잉끼잉.’거리며 짖고 있었다소파에서 일어나 침실로 향했다놈이 당신이 자던 침대에 있었다코에는 웬 양말에 박고는 신음소리를 계속 내고 있었다.

놈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보았다슬며시 안아주며 등을 쓰다듬어주었다그러자 놈이 조용해졌다놈이 코를 박던 양말을 보았다당신이 신던 양말이었다.

조심스레 양말을 들어보았다지독한 냄새가 났다흔히들 말하는 발꼬랑내가 진동했다순식간에 미간 사이가 좁혀지고 혀를 내둘렀다당신은 여전했던 모양이다어려서부터 당신의 냄새는 익숙해지지 않았다매번 지독해서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

끼잉끼잉……

놈이 다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양말을 놈의 코로 가져갔다그러자 놈이 조용해지면서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래너도 냄새가 지독하다고 생각하지나도 그래.”

눈가가 뜨거워졌다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뜨거움에 놈을 끌어안았다.

아버지 보고 싶어요……

우리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단지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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