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가난한 남자 백수를 위한 양복 #006 (구두)2019.07.06 PM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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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 와이셔츠, 넥타이로 천의 영역을 완성했습니다. 이제 가죽의 영역인 구두를 살펴봅시다.

 

 

 

어떤 색상의 구두를 살 것인가?

 

구두의 색깔을 고민한다면 열에 아홉은 검은색과 갈색 사이에서 애를 먹고 있는 것일 겁니다. 어떤 쪽이 좋을까요? 답을 찾기 위해 구두 색상에 대해 알아봅시다.

 

검정에 가까울수록 격식 있고 전통적인 느낌을 줍니다. 밝은 색상으로 갈수록 발랄해지죠. 우리가 양복을 입을 때는 무거운 자리가 많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검정이 좋겠군요.

하지만 새까만 구두는 너무 딱딱해 보이기도 합니다. 부드러움을 조금 첨가하고 싶으신 분들은 검정인 듯 검정 아닌 짙은 갈색이 좋겠지요. 또는 붉은 빛이 도는 어두운 와인색(버건디)도 생각해볼만 합니다.

 

구두 색을 고를 때 또 하나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양복 색과의 어울림입니다. 일반적으로 어두운 양복에는 어두운 구두를, 밝은 양복에는 밝은 구두가 잘 어울리지요. 우리가 구입한 양복은 거무스름한 쪽이니 구두도 어두운 계열이 좋겠습니다.

 

구두의 색상은 재료가 무엇이냐에 따라서도 달라 보이지요. 어떤 것은 번쩍 빛이 나는가 하면 어떤 것은 따스한 우유를 탄 듯 부들부들해 보입니다. 재질에 대해 알아봅시다.

 

 

 

어떤 재질의 구두를 살 것인가?

 

크게 천연가죽, 천연가죽이 아닌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천연가죽은 우리네 피부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땀구멍, 숨구멍이 있어서 통기성이 좋지요. 가죽 특유의 보드라운 느낌도 장점입니다. 그러나 관리를 잘못하면 썩어버리기도 하지요. 특히 습기에 약합니다. 비오는 날에는 조심하고 조심해야 합니다. 특수가공을 하거나 고어텍스와 같은 기능성원단을 첨가하여 방습성을 높인 제품도 있습니다.

 

천연가죽에서는 소가죽이 대표적입니다. 간혹 타조, 돼지, 양가죽 등으로 만든 구두도 보이지요. 소가죽이라도 가공을 어떻게 했느냐, 소의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입니다. 문제는 제품설명에는 달랑 소가죽이라고 적어 놓는 게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브랜드와 가격으로 품질을 추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급 구두에는 송아지 가죽이 많이 보입니다. 송아지 가죽은 보기에도 때깔이 부드럽고, 촉감도 보들보들해서 탐납니다. 마음한편이 아리시는 분. 송아지의 눈망울은 잊어버리세요!

캐주얼한 구두에는 스웨이드 재질의 가죽도 많이 보입니다. 스웨이드는 은근하고 오래된 느낌을 주는 가죽입니다. 양복에는 어울리지 않으니 제외합시다.

 

레자, 에나멜, 인조가죽, 합성피혁 등으로 불리는 다양한 것들.

인조가죽 제품은 천연가죽에 비해 가격이 저렴합니다. 관리도 편한 편이지요. 단점으로는 숨구멍이 없어서 통풍이 어렵고 의외로 내구성이 떨어집니다. 일부 합성피혁은 겉면 코팅이 떨어져나가 내부에 부직포가 보이기도 합니다.

인조가죽인데 용어를 어렵게 해서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페이턴트, SYNTHETIC LEATHER 등의 용어를 보면 인조가죽입니다.

 

선택의 순간. 단 한 벌의 구두를 사야 한다면 천연가죽을 고릅시다. 평생 신을 각오가 있다면 단연 내구성 좋은 천연가죽입니다. 천연가죽의 고급스러움을 양말 너머로 느껴보십시오.


 

구두 바닥 재질은?

 

땅과 당신을 분리해주는 구두 바닥. 구두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밑창이면 고무지 뭐 별거 있나 하는 당신. 고무라도 다 같은 고무가 아닙니다.

 

피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폴리우레탄(PU) 밑창입니다. 생긴 것이 거무스름하여 고무랑 구분이 어렵습니다. 만졌을 때 마찰력이 느껴지지 않고 탄성이 부족합니다. 푹신하거나 너무 가벼우면 폴리우레탄 밑창이라 의심해야봐야 합니다.

푹신하고 가벼운데 왜 글쓴이는 말릴까요? 폴리우레탄 밑창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식이 됩니다. 품질 좋은 폴리우레탄이라고 해도 5년이 최대일 것입니다.

걷고 있는데 밑창이 툭툭 떨어져서 맨발로 다니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거기다 하필 면접이 60초 후에 열리는데! 실제 글쓴이 경험담입니다.

폴리우레탄은 주로 저가의 구두에서 많이 보입니다. 광고에 쿠션감이 좋다고 해서 덜컥 사는 일은 절대 안 됩니다!

가볍고 푹신하면서 폴리우레탄 보다는 내구성이 좋은 것을 찾으시면 파이론 소재를 쓴 밑창을 고려합시다.

 

고무창은 탄력이 있고 마찰력이 좋아서 미끄럼을 방지합니다. 천연고무를 압착해서 만든 카스타창, 가볍고 튼튼한 비브람창 등이 있습니다. 비브람창은 바닥에 노란색 Vibram이라는 마크가 붙어있어서 구분이 쉽습니다. 일반적이고 가장 추천할만한 재질입니다.

 

고급구두에는 밑창까지 가죽을 사용한 경우가 많습니다. 홍창이라고 합니다. 바닥까지 가죽이라니 무슨 소리야라고 하시는 분. 글쓴이도 놀랐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것이 비싸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사실 고무창에 비해 장점은 없습니다. 바닥까지 고급이라는 자만심 정도일까요? 대신 단점은 많습니다. 비오는 날 신었다간 가죽 상태가 엉망이 됩니다. 빙판길 위를 달리듯 미끄러지기 십상입니다. 한번 손상된 가죽은 돌릴 길이 없으니 함부로 신을 수도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홍창 구두는 바닥에 고무창을 붙여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스콰이아는 사출홍창이라고 해서 고무가 붙은 제품을 팝니다. 금강제화는 1회에 한하여 무료로 고무창을 붙여줍니다. 붙이는 데는 약 5일 정도가 소요됩니다.

 

 

 

 

굿이어 웰트?

 

굿이어 웰트란 구두 만드는 법 중 하나입니다. 구두 사는데 뭐 이런 것 까지 알아야할까요? 합니다. 그것도 반드시. 다양한 구두 제조 공법이 있지만 그 중에서 딱 3가지만 살펴봅시다.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구두는 시멘트 제조공법입니다. 시멘트처럼 구두와 밑창을 접착제로 붙인 것이죠. 이 공법의 장점은 만들기 쉽고, 값이 싸고, 부자재가 들지 않아 가볍습니다. 그러나 접착제가 언제까지고 붙어있진 않기 때문에 내구성에 한계가 있습니다.

 

에스콰이어 일부 제품에서 볼 수 있는 볼로냐 공법은 이탈리아 볼로냐 지방에서 유래했습니다. 구두 밑창이 매우 얇아서 가볍고 부드럽습니다. 구두 앞 쪽에는 가죽주머니가 있어서 착용감을 극대화하지요. 그러나 얇게 한 만큼 내구성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굿이어 웰트는 구두 와 밑창 사이에 코르크를 듬뿍 채워놓습니다. 코르크는 오래 신을수록 주인의 발에 맞게 변합니다. 아웃솔이라 불리는 구두 가장 밑바닥은 튼튼하게 실로 꿰매어 마무리 합니다. 견고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탱크가 무거운 것처럼 이 방식으로 만든 구두는 무게가 있습니다. 게다가 가격이 나가죠.

굿이어 웰트 방식으로 만들었는지 어떻게 확인할까요? 구두 밑바닥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바닥 테두리에 실로 꿰맨 자국이 있습니다. 일부는 밑바닥에 다시 고무창을 덧대어 실밥이 안보이게 한 것도 있으니 주의하세요.

 

어떤 제조 방식의 구두를 구매해야 할까요? 감히 굿이어 웰트 방식을 추천합니다. 우리는 구두 한 켤레로 족합니다. 하지만 그 구두를 평생 신어야 할 처지죠. 그렇다면 초기비용은 좀 들더라도 견고한 방식을 택합시다.

 

 

 

 

어떤 디자인의 구두를 살 것인가?

 

양복에는 단정한 구두가 어울립니다. 사람과 복장에 눈이 가도록 하는 구두를 찾아봅시다.

 

신발을 어떻게 묶는지에 따라서 옥스퍼드, 몽크스트랩, 로퍼 정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옥스퍼드는 끈을 사용하는 구두입니다. 옥스퍼드 어디서 많이 들어본 단어입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그렇습니다. 영국산 맛을 느껴보세요.

단정하고 무난한 디자인입니다. 그렇기에 양복에 한 몸처럼 어울립니다. 우리가 찾는 구두에 가장 가깝습니다.

옥스퍼드 안에서도 격식을 차린 것은 발모랄, 편히 신는 것을 더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끈을 묶는 곳이 숨 막힐 듯 맞닿아 있으면 발모랄입니다. 아무래도 신고 벗기 까다롭겠죠? 더비는 숨통이 트여 있습니다. 신발하면 떠오르는 형태, 바로 그 모양입니다.

 

몽크스트랩도 단어를 파헤쳐 보면 들어본 단어입니다. 몽크는 수도사, 스트랩은 혁대. 예전 수도사들이 신던 신발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끈을 사용하지 않고 혁대를 이용합니다.

수도사하면 소박한 느낌을 떠올리시겠지만 구두는 정반대의 느낌을 줍니다. 혁대와 금속 버클은 현대적인 느낌을 주고 주위 시선을 끌지요. 은둔과는 거리가 있으니 우리가 찾는 신발은 아닌 것 같습니다.

 

로퍼(loeafer)는 빈둥거리며 노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주마등처럼 우리의 모습이 떠오르며 이 방식이야말로 백수를 위한 디자인이라고 생각되십니까? 아쉽게도 아닙니다.

로퍼에는 묶는 것이 없습니다. 고무 밴드 정도가 다일까요. 고개를 숙일 필요 없이 터벅터벅 발을 구겨 넣어도 구두를 신을 수 있습니다. 참 편하죠.

그러나 편한 만큼 격식은 떨어집니다. 편히 신으라고 앞쪽도 넙데데하여 세련미도 부족하지요. 이 방식이야말로 출퇴근에 지친 직장인을 위한 디자인일 것입니다.

 

위의 형태 말고도 발끝 장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명칭이 달라지지요.

 

플레인 팁(플레인 토)은 아무 장식이 없습니다. 장식이 없기에 가장 깔끔하고 단정하게 보입니다. 최우선 순위로 찍어 놓읍시다.

스트레이트 팁(캡 토)는 발가락 윗부분에 반듯한 줄이 하나 그어진 것처럼 보이는 장식입니다. 이 장식도 양복에 잘 어울리지요.

 

윙팁은 갈매기 모양이 들어갑니다. U팁과 Y팁은 알파벳처럼 꿰매어서 장식을 줍니다. 허나 이 신발들은 장식이 양복의 무거움을 붕 뜨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죽에 구멍을 통통 뚫어서 화려하게 보이는 것도 배제합시다.

 

장식 없이 민둥민둥한 구두가 화려한 구두와 가격차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일까요? 꿰맨 흔 적 없이 깔끔한 구두를 만들려면 상대적으로 넓은 면적의 품질 좋은 가죽이 필요합니다. 잘라서 이어 붙이지 않고 하나의 가죽으로 완성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다고 합니다.

 

내용을 정리해 봅시다. 기본에 충실하고 양복에 적합한 구두의 디자인은? 옥스퍼드 플레인 팁 또는 스트레이트 팁입니다!

 

 

 

어떤 회사 제품을 살 것인가?

 

금강제화, 에스콰이아를 추천합니다.

 

**, *** 는 왜 제외시켰을까요? 이 회사들은 살롱화 브랜드입니다. 살롱화는 수제화죠.

수제화면 더 좋은 것 아닌가 하시는 분. 물론 장인이 정성들여 만든 수제화는 가치가 높습니다. 그러나 이들 회사는 하도급으로 한 켤레 6500원의 공임을 주는 곳입니다. 백화점에서 30만원 가까이 하는 제품도 납품가는 4만 원 정도라고 합니다.

글쓴이는 감히 이들 회사를 구두 만드는 곳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계상입니다. 장인들과 상생하는 모습이 부족합니다.

 

금강제화 안에서도 브랜드가 많습니다. 복잡할 정도로요. 그 중에서 우리의 기준에 드는 브랜드는 리갈, 헤리티지 리갈입니다.

리갈은 중상위 브랜드, 헤리티지 리갈은 최상위 제품들입니다. 품질 좋은 가죽, 굿이어 웰트 방식으로 만들어져 튼튼합니다. 디자인이 투박한 것은 아쉽군요.

헤리티지 리갈은 송아지 가죽으로 만듭니다. 송아지 가죽의 보들함에 빠져 당신은 헤리티지를 강렬히 원할 것입니다. 세련된 디자인과 허세감을 채워줄 가죽바닥. 비싼 것 빼고는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에스콰이아도 굿이어 웰트, 볼로냐 방식으로 만들어진 좋은 구두가 있습니다. 깔끔한 디자인은 금강제화보다 앞선다고 생각합니다.

 

락포트도 세련된 디자인과 실용적인 기능으로 눈을 끕니다. 미국 회사답게 발볼이 넓고 푹신합니다. 그러나 만들어진 곳은 대부분 중국과 베트남입니다.

가볍고 착화감이 좋지만 내구성이 떨어집니다. 아쉽지만 우리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합니다.

 

 

 

구두를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백화점과 전문매장은 구매하는 곳이 아니라 실물을 감상하는 곳임을 체감하셨을 겁니다. 당당히 근처 매장에 가서 실제 제품을 보고 가죽의 느낌을 만끽합시다. 컴퓨터 화면으로는 알 수 없었던 미세한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치수도 직접 신어보고 확인합시다. 보통 구두는 운동화보다 한 치수 작은걸 고르면 자기 발에 잘 맞습니다.

 

8개월간 구두 가격을 주시한 글쓴이는 알아챘습니다. 구두 가격은 파는 사람 마음대로 움직입니다. 어제 16만원 하던 것이 오늘 4만원이 되어 있고 내일 12만원이 되는 마법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혼돈 속에서도 최저가를 포착해 봅시다.

 

금강제화, 에스콰이아 모두 온라인 직영몰이 있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할인을 하지 않는다면 일반 쇼핑사이트에서 파는 것보다 비쌉니다. 그것도 10만 원 이상이나요!

그럼 직영몰은 쳐다볼 필요도 없는 것인가 하면 그건 아닙니다. 첫 가입 20% 할인 쿠폰, 각종 마일리지를 이용하면 최저가에 근접하지요. 거기다 반짝 세일기간까지 겹치면 직영몰에서 최저가로 살 수 있습니다. 당신이 마일리지를 모으는데 즐거움을 느끼고 세일기간을 고대한다면 직영몰도 노려봅시다.

 

구두에도 아울렛이 있습니다. 제조일자가 꽤 지난 제품들은 할인 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헤리티지 리갈 제품도 잘 찾아보면 20만원 안으로 살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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